소자강기탕을 예로 들어
한방 임상가의 고민: 처방 찾기
한방 임상 현장에서 환자를 맞이하면서 공통적인 고민이 있다.
과연 어떤 처방으로 치료할 것인가? 치료 효과가 가장 좋은 처방은 무엇일까?
한의학사에서 처방에 대한 여러 부류가 있어 왔다. 고방, 후세방, 사상방, 체질의학 등 이외에도 많이 있다.
모두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한 방법론이다.
이 글에서는 처방을 합리적으로 찾는 방법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양방처럼 진단의학과나 임상병리실의 각종 검사가 없는 상태에서 단지 환자가 호소하는 증세를 바탕으로 처방을 찾는 방법을 소개한다.
연구 사례: 소자강기탕(蘇子降氣湯)
소자강기탕은 신경성 기침에 자주 사용되는 처방이다.
소화기 증상을 동반하는 것이 특징이다. 기침이 주증상이며 소화불량이나 목에 이물감이 느껴지는 매핵기 증상을 겸할 때도 있다. 처방을 보면 반하곡, 소엽, 후박이 들어 있는 것에서 보이듯이 매핵기에 효과 좋은 사칠탕(四七湯)의 약성이 포함되어 있다.
여기에서는 소자강기탕의 치험례 분석을 통해 처방 선정의 과정을 설명해 보고자 한다.
한방에서 대개 어려워하는 점이 환자의 증상을 보고 과연 어떤 처방을 내려야 하는가 이다. 물론 경험 많은 실력자야 처방 선정이 수월하다. 배우는 단계에 있거나 임상 경험이 적은 경우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당혹스러울 때가 많다.
그렇다면 어떤 프로세스로 처방 선정이 이루어질까?
1. 치료 전략을 잘 세워야 한다.
그 출발은 환자가 호소하는 여러 증세에 대해 묻고 답하면서 주의 깊게 경청한다.
이를 주요 증세와 부수 증세 및 참고의 항목으로 분류해보자. 증세들 간의 연관성이 보인다.
이를 바탕으로 그 증세들을 발현하게 한 핵심 원인(key factor)을 찾아내기가 쉽다.
2. 증세들 간의 특징적인 요소를 찾아 병리 상태를 도출한다. 병인과의 연관성을 알아낸다.
여기에 환자의 생리 유형을 결부시키면 자연스럽게 치법이 나오게 된다.
예를 들어 여러 증세들을 같은 부류끼리 분류해보자. 기침 증상과 소화불량이 있으면서 많은 스트레스도 있다는 것으로 정리된 환자를 보자.
이 3가지 증세 간의 연관성을 보자. 담음(痰飮, 병리 물질인 체액)이 호흡기에 유체(留滯)된 것이 기침이나 가래 증상을 유발한 것이다. 소화기에 영향을 미친 것이 소화불량 증세인 것이다.
병리 상태가 담음이 호흡기 및 소화기에 유체 되어 기능을 저하시키는 병리 상태인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추적해 올라가면 병인이 풍한사(風寒邪: 찬 기온)와 기울(氣鬱: 스트레스)이라는 것을 찾아낼 수 있다.
이렇다면 치법(治法)은 어떠할까?
기운에 울체 된 기울(氣鬱)에 대해서는 기운을 잘 소통시키게 하는 행기(行氣), 담음(痰飮)을 제거하는 것에 대해서는 거담(祛痰), 소화가 잘 안 되고 있는 상태인 식적(食積)에 대해서는 음식물이 잘 소화되게 하는 소도(消導)이다.
여기에서 환자의 신체상태가 중요한 기준이 된다. 만약 몸이 차고 허약한 허냉자(虛冷者)라면 약성이 따뜻한 온열성(溫熱性) 약재가 들어가는 처방이라는 기준을 잡을 수 있게 된다.
환자의 증상에서 별개처럼 보이는 기울, 담음, 식적이 인체의 병리기전 상 담음이 호흡기/소화기계에 저체됨에 따른 신경성 기침과 소화불량으로 연결된 병리상태로 수렴될 수 있다.
여기까지 잘 진행되었다면 큰 고비를 넘긴 것이다.
이제 이 증세를 가장 잘 치료할 수 있는 최적의 처방 후보를 찾아보는 단계로 넘어간다.
3. 후보 처방군을 세워보자.
기침에 많이 쓰이는 처방으로 소자강기탕, 금수육군전, 해표이진탕, 청상보하환 등 여러 가지 처방이 있다.
금수육군전(金水六君煎)은 기관지가 습담으로 울체되어 조직이 이완,팽창되어 있고 자윤이 부족하는 경우에 사용한다. 해표이진탕(解表二陳湯)은 호흡기에 담음울체와 함께 기관지가 충혈,예민해졌을 때 사용한다. 청상보하환(淸上補下丸)은 자윤결핍과 담음울체가 겸해 있는 증상에 사용한다.
이 중에서 소화기 증상을 겸한 신경성 기침이라는 면에서는 소자강기탕이 유력한 후보 처방이 된다.
물론 다른 증상들이 내포한 병리적 특성에 따라 다른 처방들도 후보 처방에 포함시켜 가장 적합한 처방으로 결정한다.
소자강기탕에는 거담작용의 반하곡, 소자, 진피, 전호가 있으며 육계가 온열 작용을 하며 진피, 후박이 소도 작용을 한다. 진피는 기가 뭉쳐 있는 기울(氣鬱)을 풀어주는 행기(行氣) 작용을 한다. 당귀가 자윤(滋潤)을 통해 폐기능에 도움을 주고 윤조활장(潤燥滑腸:마른 곳을 적셔 주고 장을 매끄럽게 하는 기능)을 통해 소도(消導: 소화를 시킴) 작용에 도움을 주고 있다. 자감초는 비위(脾胃) 허약과 해수(咳嗽: 기침)를 치료한다는 면에서 소화기와 호흡기에 작용한다.
이처럼 소자강기탕의 처방 구성이 거담/소도/온열을 통해 허냉자의 소화기 증상을 겸한 신경성 기침에 알맞은 처방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아래 도표는 환자의 증세를 바탕으로 처방을 찾는 프로세스를 나타낸 것이다.
환자가 호소하는 증세들을 용모, 과정, 각 주요증상, 부수증상, 참고 증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하고
변증한다. 치료전략을 짜고 처방을 구상하고 후보처방을 찾은 다음 가장 적절한 처방을 찾는 과정을 나타내었다.
아래는 위 내용을 동영상으로 나타낸 것이다.
아래의 동영상은 소자강기탕을 구성하는 각 약재의 성질을 3차원 그래프에 펼쳐 놓은 것이다.
원점을 기준으로 X축으로 멀어질수록 온열성이 크기를 나타내고, Y축은 거담력, Z축은 소도력을 나타낸다.
예를 들어 반하곡은 전호보다 거담력이 더 크기 때문에 Y축의 가장 높은 위치에 나타내고 전호는 그보다 아래쪽에 배치하였다. 진피는 온열성, 거담성, 소도력이 있는데 거담력이 반하나 전호보다는 약하기에 거담력을 나타내는 Y축보다는 아래에 있으나 소도력이나 온열력은 그들보다는 더 가지고 있다. 따라서 소도력을 나타내는 Z축과 온열력을 나타내는 X축에서 반하곡, 전호보다 원점에서 더 멀리 위치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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