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의 감정이 만들어낸 무거운 결과
심각한 오해는 짧은 순간에 증폭된다
사랑하던 두 연인이 말다툼이 심한 상태로 헤어진다.
다음날 커피를 마시는 중에 휴대폰이 울린다. 그녀이다. 발신자가 그녀임을 확인하고 커피잔을 내려놓으면서 급히 누른다는 것이 종료 버튼을 눌러 버린다. 아뿔싸! 어떡해야 하나.. 고민하는 사이에 시간이 흐른다. 다시 그녀가 전화하겠지 생각 하지만 결국 그녀의 마지막 전화벨이 되어버린다.
드라마 같은 얘기 같지만 심심치 않게 발견되는 사례이다.
아마도 평상시 같았으면 종료 버튼을 누르는 실수도 없었을 것이다. 설령 그랬더라도 다시 통화를 시도했을 것이다. 그렇게 사소한 행위가 절묘한 시점에선 결정적인 분수령이 되기도 한다.
왜 있기 힘든 그런 순간에 실수가 그 시점에 나오며, 그 실수가 상대방에게 치명적으로 다가오는 것일까?
먼저 전화를 건 여성 편에서 생각해보자
그녀는 화가 난 상태에서 남자 친구에게 전화로 무엇인가를 말하고자 한다. 통화버튼을 누르기 직전까지 온갖 상상과 긴장이 교차한다. 통화버튼을 누르고 1~2초. 긴장이 극에 달한다.
과연 남자 친구는 내 전화를 받을까? 받으면 어떤 반응이 나올까? 웃으면서 부드러운 목소리이면 사과를 하는 것이다. 만약 화난 목소리라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내가 먼저 사과할까? 아니면 더 거세게 나갈까?
벨이 4~5 차례 이상 울리는데도 받지 않는다면 감정 곡선이 바로 실망과 분노로 급상승한다. 바로 통화 종료 버튼을 눌러버린다. 복잡했던 마음이 순간적으로 분노로 바뀌어 버린다. 폭발한 마음은 이별의 결단으로 직행해버린다.
전화를 받는 남자 친구 입장에서 볼까?
예고 없이 전화 버튼이 울린다. 누구인지 발신자 번호를 확인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는 시간 1~2초.
짧은 고민 끝에 전화를 받아야겠다고 생각한다. 하필 이때 커피를 마시는 중이다. 오른손에 커피잔을 들고 있다 보니 잔을 내려놓는데 1~2초 시간이 흘러가버린다. 조급한 나머지 파란색 통화버튼을 누른다는 것이 빨간색 종료 버튼을 눌러버린다. 심리적으로 급할 때 빠른 동작을 취하려다 보면 근육이 긴장된다. 필요 이상의 힘이 주어지면 근육이 긴장되면서 유연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긴장된 상태에서는 실수하기 마련이다
휴대폰의 통화버튼과 종료 버튼이 3cm가 넘어 여유 있는 거리인데도 잘못해서 종료 버튼을 눌러버리는 수가 있다. 즉 긴장된 상태에서는 신체 말단인 오른손 검지에 대한 통제력이 더 떨어져 버린 결과 실수를 하게 된 것이다. 사랑하는 기간 중에는 이러한 실수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설령 일어나더라도 큰 파장이 없다. 서로를 이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오해에서 비롯된 짧은 실수, 긴 침묵, 영원한 이별이 되어버릴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흥분한 상태에서는 시간이 길게 느껴진다. 왜냐하면 흥분하면 교감신경이 활성화된다. 공격적인 호르몬인 아드레날린이 분출되며 심박수가 증가한다. 심장이 쿵쾅쿵쾅 뛰면 같은 시간도 길게 느껴지면서 상대방으로부터 결과를 빨리 확인하고 싶어 진다. 기다리는 인내력이 줄어드는 것이다.
스마트폰 세대는 손 안에서 모든 것이 이루어진다.
통화, 인터넷 검색, 모바일 쇼핑, 모바일 송금 등. 속효성을 특징으로 하는 휴대폰에 자기 사고도 빨라진다. 판단을 빨리 해서 결정하는 템포가 다이얼 전화 세대보다 현격히 빠르다.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소통방식이 문자보다는 상대방의 소리를 듣는 것이 낫다. 왜냐하면 소리에는 상대방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정보가 문자보다는 더 많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상대방의 얼굴을 보면서 대화를 해야 한다. 그래야 말하기 전부터 눈빛 , 표정을 통해 상대방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정보가 더 많아진다.
이렇게 하면 오해를 줄일 수 있다. 서로 얼굴을 본 상태(face to face)는 상대방과 경색된 분위기를 누그러뜨릴 수 있는 수단들이 많기 때문이다. 상대가 좋아하는 관심사에 대한 얘기를 먼저 한다든가, 서로 부담 없이 공감할 수 있는 음식 이야기, 영화 이야기 등으로 한다든가 말이다. 일단 물꼬를 트다보면 가슴속에 맺혀있던 응어리가 슬미 시 빠져나온다. 그러다 보면 자칫 크게 폭발할 수 있던 사안도 어느새 감정이 누그러지면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갈 수 있다. 외교협상에서 먼저 논제를 꺼내지 않고 날씨 얘기나 골프, 스포츠 얘기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역사 속의 오해
베토벤의 연애를 소재로 한 영화, 불멸의 연인을 본 적이 있는가?
베토벤을 사랑했던 여인 조안나가 베토벤을 만나기로 한 칼스 버드 호텔에 베토벤은 나타나지 않았다. 실제로는 베토벤이 이 호텔로 오는 도중에 마차가 고장나버렸다. 늦게 도착하는 사이에 이 여인은 기다리다 실망하고 떠나버린 것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로미오가 죽은 줄 알고 낙담에 빠진 줄리엣이 자살을 하고 만다. 사소한 오해가 생명과 맞바꾼 것이다.
만약 상대방의 상태를 CCTV로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거의 모든 오해가 사라질 것 아닌가? 하지만 이렇게 할 수 없는 현실이기 때문에 애절함, 통탄, 진한 아쉬움 등 인간의 깊은 고뇌가 나올 수밖에 없는 것 아닐까. 그것은 한편으로 뛰어난 문학 작품, 미술, 조각, 음악 작품으로 재탄생되는 자산이기도 하다.
또 다른 방법 하나, 감정이 누그러뜨려 지기를 기다려서 차분한 문자를 보내 보는 것이 좋다. 이때야말로 굴절되지 않은 진심이 전달될 수 있을 것이다. 사소한 오해에서 비롯될 수 있는 파국의 결말을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