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는 본인이 대학강의를 하면서 다룬 처방을 일반인이 알기 쉽도록 대화체로 구성한 것입니다. 처방에 대한 이해를 심층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 청기산의 치료 범위: 두드러기, 피부소양, 알러지성 피부염, 아토피성 피부염
[한의대 강의실 – '방제학' 수업 중]
교수님: 오늘은 여름철 피부질환에 자주 쓰이는 처방 하나 소개하지. 혹시 "청기산" 들어본 학생?
학생: 어… "청기(淸肌)"라는 말은 '피부를 맑게 해준다'는 뜻인가요? 여드름 같은 거에 쓰나요?
교수님: 날카롭군. "청기산"은 이름 그대로, 기(肌)를 맑게 해서 표울(表鬱)을 풀어주는 처방이야. 주로 은진(隱疹), 즉 두드러기나 피부 발진에 쓰이지.
학생: 교수님, 그럼 이건 음식이나 내적인 열 때문이 아니라 외부 자극 때문에 생기는 피부병인가요?
교수님: 아주 좋은 질문이야. 일반적으로 청기산증은 찬 기운에 의한 피부 수축, 그로 인한 혈행 장애가 주요 원인이야. 내부에서 뭔가 문제가 생긴다기보단, 기표(肌表)의 기운이 억눌려서 소통이 안 되는 것이 더 큰 문제지.
학생: 아~ 그러니까 ‘내인’보다는 ‘외인’이 더 큰 요인이라는 말씀이군요?
교수님: 맞아.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이미 체내에 약한 내상(內傷)이 깔려 있는 상태에서, 찬바람이나 계절 변화 같은 외부 자극이 덮쳐서 병이 심해지는 거야. 그냥 외부 요인 하나만으로 생긴 병은 아니지.
학생: 그럼 이 처방은 한마디로 ‘표울(表鬱)을 푸는 데 특화된 처방’이겠네요?
교수님: 정답. 청기산은 형방패독산을 바탕으로 발전된 처방이야. 형방패독산이 풍열이나 외감성 두드러기에 쓰인다면, 청기산은 기육의 긴장으로 혈이 잘 안 도는 사람에게 더 효과적이지.
학생: 오, 구체적으로 어떤 약재들이 더 들어가 있나요?
교수님: 중요한 포인트야. 천마, 박하, 선퇴가 추가됐어.
천마(天麻)는 원래 간풍을 평정하는 약이지만, 말초혈관 확장, 소염, 진통 작용도 있어서 피부질환에 효과가 좋아.
박하(薄荷)는 열성 발진이나 가려움증, 피부가 붉게 달아올랐을 때 좋지.
선퇴(蟬退)는 풍열을 제거하고 피부 발진을 해소해주는 약이야.
학생: 와~ 그럼 여름철 햇볕 알러지나 가벼운 아토피도 청기산으로 조절할 수 있겠네요?
교수님: 정확히 짚었어. 특히 햇볕 알러지, 가벼운 아토피, 열성 두드러기에 활용도가 높지. 표열과 표울, 즉 피부 바깥쪽에 갇힌 열을 풀어주는 데 탁월한 처방이야.
학생: 교수님, 혹시 이 처방이 발표(發表)작용이 강하다고 하셨는데, 감기 걸렸을 때는 안 쓰는 게 좋겠죠?
교수님: 그렇지. 감기 같은 외감 초기에 발표시키는 목적이라면 형방패독산이 더 적합하고, 피부 증상이 중심이라면 청기산이 낫지. 발표 위주의 처방이지만 감기용은 아니란 말이야.
학생: 네, 완전히 정리됐어요! 청기산은 피부의 문이 꽉 닫혀서 열이 못 빠지는 사람에게, 천마·박하·선퇴로 문을 열어주는 느낌이군요!
교수님: 훌륭한 요약이다. 기억해둬라. 기육이 긴장되면 혈이 돌지 않고, 혈이 돌지 않으면 발진이 생긴다. 청기산은 기육의 긴장을 풀고, 혈을 통하게 해서 피부를 맑게 하는 처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