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음악은 마음을 울리게 한다
우리 가족은 답사를 참 좋아한다. 경희대학교 중앙박물관의 국내 답사 프로그램에 참가한 지 20년이 가까이 됐다. 아들은 6세 되던 해부터 함께 답사를 다니더니, 사학과에 입학하였다. 내가 미국 코넬대 의대에서 박사후 연구과정(post-doc)에 있을 때도 가족끼리 미국 주요 박물관을 두루 탐방하였다. 체험의 폭은 깊어갔다.
가족끼리 국내 답사하던 때였다. 어느 여름날, 전국의 여러 군데를 돌아다니다가 해 질 무렵 기다란 가로수길을 운전 중이었다. 마침 자동차 오디오에서 국내 고전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대나무통을 울리고 나오는 저음의 대금 가락이는데, 뉘엿뉘엿 기우는 저녁 햇살을 타는 듯했다. 어느새, 내 몸은 가락을 타고 너울너울 춤을 추고 있는 것 아닌가. 가락 속에 푹 빠진 마음은 몸을 안고 풍류의 세상 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삶은 리듬이다
삶의 궤적을 음악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기쁨의 오르막과 슬픔의 내리막을 오선지에 담아보자. 잘 풀릴 때는 빠른 속도의 비바체(Vivace)나 알레그로(Allegro)이다. 엉키고 막막할 때는 느린 안단테(Andante)나 더 느린 아다지오(Adagio)이지 않을까?
악기로 보자. 슬픔은 바이올린의 저며 드는 쇳소리 같다. 어쩌면 그 보다 더 낮고 울리는 첼로 소리이지 않을까? 우리나라 사물놀이 악기로 보면 어떨까? 고조되는 가락은 꽹과리의 밝고 통통 튀는 소리가 제격이다. 빠르기로 보자. 장고의 자진모리나 휘몰이로 나타낼 수 있을 것이다.
성대를 울리면서 우렁차게 터져 나오는 소리, 함성.
목덜미에 핏대를 세운다. 양주먹을 불끈 쥐고 눈에 충혈이 되도록 외친다. 전쟁터에서 지르는 함성소리는 적군에게는 공포를 주지만 아군에게는 공포감을 사라지게 한다. 거친 함성 속에 심장은 터져나갈 것 같다. 아드레날린 호르몬이 솟구쳐 나오고 교감신경계가 극도로 활성화된다.
월드컵 축구의 응원 함성을 보라. 목덜미에 핏대가 굵게 서고 양주 먹을 불끈 쥐어진다. 호르몬이 마구 분출된다.
대중 음악회의 퍼레이드 연주가 고조되면 청중의 열광적인 박수와 함성이 나온다. 심장은 쿵쾅거리며 눈동자는 커지고 목청은 높아간다. 얼굴에 미소가 번져가며 어깨가 들썩거려진다. 행복감을 느끼는 세로토닌 호르몬 분비량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Johann Strauss Orchestra의 Old friend March(옛 친구 행진곡) 연주할 때 청중들의 표정을 보라. 한결같이 환희에 찬 표정들이다. 이처럼 함성 소리도 공포를 느낄 때와 행복을 느낄 때가 다르다.
음악, 연주자를 통해 작곡가와 감상자가 만나다
작곡가는 연주를 통해 관객과 교감한다. 연주자는 연주를 통해 작곡가와 관객에 다리를 놓아준다. 연주는 연주자와 악기의 교류를 통해 이루어진다. 연주자와 악기의 교류는 음파를 통해 관객에게 다가간다. 작곡가의 악상은 연주자의 악기를 통해 감상자의 감성 울림통을 어루만진다.
음악은 작곡가, 연주자와 내 감성의 만남이다. 연주를 들으며 작곡가의 사상과 나의 감성이 만난다. 악보와 악기는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교류할 수 있게 한다. 작곡자는 선율과 박자로 감상자와 소통한다. 자신의 세계를 리듬에 담아 전달하는 것이다. 악기의 특성에 따라 작곡가가 호소하는 농밀한 맛과 멋이 드러난다.
금관악기, 목관악기, 타악기, 현악기를 통해 오선지 박자에 맞춰서 나오는 소리는 제각기 풍미가 있다. 관악기는 연주자의 호흡을 통해, 타악기, 현악기는 팔을 통해 소리와 가락을 만들어 낸다. 바이올린, 첼로의 쇳소리, 북의 가죽 소리, 재질에 따라 청중의 울림통을 때론 깊게, 때론 옅게 흔들어 댄다. 공기의 떨림을 통해 내 귓속에 들어온 소리의 색깔을 통해 작곡가의 마음과 만난다.
연주자는 작곡가와 청중의 음악적 교감을 이끌어낸다. 악기의 개성을 살려 작곡가의 의도를 맛깔스럽게 살려낸다. 청중을 울리기도 하고 환희감을 느끼게도 한다. 청중의 마음을 때론 격정적으로 때론 부드럽게 어루만지면서 음악적 카타르시스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연주자의 가슴엔 작곡가의 마음을 담는다. 작곡가의 마음이 제대로 전달딜 때 신묘로운 가락이 나온다. 성공적인 연주는 작곡가와 청중의 예술적 감동으로 영혼의 교감을 가져오게 한다. 바이올린, 첼로, 플루트, 트럼펫의 서양악기이든, 북, 장구, 꽹과리, 징의 한국 전통악기이든 청중으로부터 신명 세계를 끌어내어 어루만지고 맺힌 것을 풀어낸다는 점에서 서로 맞닿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