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고단한 세상에서 살아가는 우리를 위로하고 보듬어 준다.
국적, 연령, 성별을 뛰어넘는 만국의 치료제이다. 모차르트 교향곡으로 실연에 빠진 절은 미국의 어느 젊은 여성, 자식을 잃어 슬픔에 휩싸인 중동의 어느 어머니, 취업 걱정을 하는 한국 어느 청년에게 감동을 준다.
마음을 가라 앉히고, 음악에 맡겨보자.
어느새 마음은 가락을 탄다. 자연스러운 가운데 몰입해간다. 같은 곡도 감상자에 따라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사는 동안 그 곡에 얽힌 에피소드가 있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자주 듣는 곡일지라도 당시 기분에 따라 다른 맛이 느껴질 때가 있다.
음악이 내게 감동을 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음악 자체가 명곡이기도 하지만, 그 음악에 접했던 당시의 스토리가 있다면 더욱 그렇다. 감성이 풍부한 사람, 삶의 애환이 깊은 사람은 그만큼 더 잘 느낀다.
음악을 많이 접하면서 감상의 폭이 깊어진 사람은 그만큼 더 느낌의 깊이가 있을 것이다.
마음을 밝히는 음악은 거듭 들어도 지겹지 않다. 대개 클래식 명곡이 그러하다. 내겐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이 그렇다. 심장이 쿵쾅거린다. 7번 고향곡을 20번이나 듣던 어느 날, 솨악 밀려드는 느낌이 있었다. 영혼이 정화된다는 것이 이런 것일까. 리듬이 혈관을 타고 내 몸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는 것 같다. 베토벤이 내 몸에 강림한 것 같은 느낌이랄까.
혼을 끌어내다, 신명 나는 음악
음악 감상하다 보면 어느 결에 신명 날 때가 있다. 한국의 사물놀이 연주를 들을 때에도 서양 오페라를 감상할 때도 그렇다. 가락을 타고 깊이 들어가다 보면 소름 돋을 때가 있다. 마치 내 몸, 내 마음속에 어딘가에 잠들어 있다가 깨어난 듯, 어느 순간 갑자기 제어할 수 없이 튕겨 나오는 강렬한 그 느낌, 신명.
사물놀이(장구, 징, 북, 꽹과리) 연주 중, 느린 장단에서 서서히 고조되다가 장구와 꽹과리의 빠르고 격한 휘몰이 장단으로 한껏 고조될 때, 나도 몰래 소리칠 것 같은 흥분감이 든다. 연주의 클라이 맥스에 이르게 되면 장구와 꽹과리채가 워낙 빨라 보이지 않는다. 연주자의 이마엔 땀이 송골송골, 연주를 보는 눈도 바빠지고, 심장은 고동치고 마음은 한껏 고조된다. 오페라 '마술피리'에서 밤의 여왕 아리아나 '오페라 유령( The Phantom of the Opera)'에서 여주인공 크리스틴이 유령이 사는 동굴로 들어가면서 함께 부르는 주제곡을 감상할 때 그러했다.
소프라노 중에서 가장 가벼운 음색을 지녔으며 마치 카나리아처럼 경쾌하게 노래하는 여성들을 '레지에로 leggiero 소프라노'라고 한다. 특히 마술피리의 밤의 여왕 역할처럼 화려한 장식음이나 아주 빠르고 기교적인 노래를 부르는 소프라노를 '콜로라투라 coloratura소프라노'라고 한다. 이 콜로라투라 소프라노가 부르는 마술피리 밤의 여왕 아리아를 듣다 보면 나도 몰래 심장이 통통 뛰면서 전신이 빠져드는 듯하게 된다. 아리아의 높은 음색에 맞춘 바이올린의 경쾌하고 빠른 연주에 몰입하다가 곡이 끝나는 동시에 끌려갔던 몸이 풀려나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