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그배나무 Oct 19. 2021

자연이 속삭이다

자연이 들려주는 아름다운 이야기

자연은 아름답다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은 인간이다.  본디 자연 그 자체가 아름다웠던 것을 자각하는 것일까? 아니면

감상하는 저마다의 주관적인 느낌일까?


지금 약초인 천궁川芎의 잎사귀를 바라보고 있다. 

천궁은 혈액생성을 도와준다고 해서 여성에게 자주 사용되는 약재이다. 야생에서 자라는 천궁의 잎사귀는 언뜻 다른 식물과 비슷해 보이기도 한다. 요모조모 살펴볼수록 참으로 아름답다. 잎을 표본으로 만들어 매일같이 바라보자. 세밀하고 깊게 보인다. 노랗게 탈색되어 뾰쪽한 잎들이 모여있는 게, 마치 삼국시대 금붙이 유물 같기도 하다. 생잎은 부채 같기도 하다. 보면 볼수록 자연의 기하학적 모형 속에 담긴 아름다움이 음미가 된다.


천궁의 마른 잎
천궁의 생잎




자연의 '아름다움'이란 '이긴 자들의 향연'이다

참당귀 옆에 이름 모를 잡초를 함께 심었다. 잡초가 쑥쑥 자랐다. 헌데, 심을 당시에 그렇게 싱싱하던 참당귀가 어느덧 시들시들 죽어가는 것이 아닌가? 잡초를 뽑아버렸다. 웬걸? 잡초의 큰 뿌리 덩이가 참당귀의 가는 뿌리를 덮치고 있었던 것이다. 조용하기에 더 평화로워 보이는 식물의 세계도 결국 힘센 자의 승리가 아닌가? 자리공이나 칡 같은 식물은 왕성한 번식력으로 주변 식물을 몰아내기까지 한다.


수풀 속 식물들은 늘 제 자리에 가만히 있다. 평화로이 꽃피고 열매 맺는다. 하지만 오늘의 그들이 존재할 수 있었던 것은 적자생존의 생태계 속에서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식물이 파릇파릇한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 잎에서 광합성을 하고 있다. 뿌리는 영양분을 체내로 운반한다. 쉼 없는 움직임이 있다. 그뿐인가? 광합성을 위해 보다 많은 햇빛을 받기 위해 주변 식물과 경쟁해야 한다. 고정된 위치에서 한정된 영양분을 뿌리로 빨아들이기 위해 주변 식물과 경쟁해야만 한다. 그렇게 위해 뿌리가 굵어 지거나, 땅속 깊이 내려가거나, 잔뿌리가 많아지는 등 생존을 위한 자기 변신을 해야 한다. 잎사귀 또한 마찬가지이다. 잎을 넓게 하거나 잎의 가짓수를 많게 하거나 아예 줄기를 많이 내뻗는 경우도 있다.


자연 속의 모든 생명체들이 그 자리에 있기까지 절로 이루어진 것은 없다. 

한 포기 풀, 한 그루의 나무는 생존을 위해 비바람과 가뭄, 작열하는 태양에 맞서 왔다. 햇빛은 식물 생존의 출발인 광합성의 소중한 원천이다. 하지만 햇볕이 과도하게 내려 쪼이면 잎사귀는 수분 증발로 말라 버린다. 수분은 삼투압을 통해 뿌리로 흡수되어 수액대사를 한다. 식물 생존의 중요한 요소이다. 하지만 여름 장마처럼 지나치게 수분이 제공되거나 가뭄처럼 수분 공급이 중단되면 생존에 위협이 된다. 


추운 겨울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 눈에 뒤덮인 줄기와 가지, 얼음 밑의 뿌리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춥고 더운 가혹한 조건을 버텨내고 저 자리에 우뚝 서있는 저 자그마한 식물은 위대한 것이다. 




나무는 자연의 시계이다

나무는 꽃과 잎, 열매로 계절을 알린다. 봄에 움이 트고 싹이 나는 순서가 식물마다 다르다. 특히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꽃이 피어나는 것은 저마다 다르다. 


꽃은 계절의 전령사이다. 활짝 핀 꽃은 봄이 왔음을 알린다. 초봄의 동백꽃, 개나리를 거쳐 현호색이 필 때면 봄의 찬란함이 무르익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매화는 봄을 제일 먼저 알린다. 여름은 대나무, 가을은 국화를 통해오고 겨울은 동백을 통해온다.


짙푸른 잎은 여름을 드러낸다. 빨간 열매는 가을이 왔음을 알린다. 잎들을 떨구어 낸 빈 가지는 겨울이 왔음을 알린다. 적은 햇빛에 광합성량이 줄고 영양공급이 감소하여 추운 날씨에 대비하고자 함이다. 벗은 가지는 돌아올 봄꽃을 준비하기 위함이다.


자연은 스스로 움직일 따름이다. 생명체는 자연에 순응하여 자기를 드러낼 따름이다. 계절은 지구의 지축이 23.5도 기울어 자전하는 데 따른 햇빛량의 차이일 따름인데, 나무는 꽃이 피는 때가 있고 잎이 짙푸를 때가

있으며 열매 맺는 때가 있다. 계절에 따라 자기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상호의존

저 들판, 저 산에 뿌리내리고 꽃 피우고 열매 맺는 식물들. 누구의 보살핌 없이도 홀로 잘 자란다. 독립적으로 자라는 식물도 사실은 외부환경의 도움을 받기 때문에 생존이 가능한 것이다. 먼저 창공에서 쏟아지는 햇볕이 있어야 한다. 땅에서 빨아들인 물은 어디에서 온 것인가? 하늘에서 내린 빗물이다. 빗물은 땅에서 올라간 수분이다. 뿌리에서 빨아올린 영양물질의 근원은 어디인가? 그 주변 토양에 숱한 세월 축적된 나무의 잔해이자 미생물이 분해한 수고로움의 성과물인 것이다. 이 식물은 또한 곤충과 동물의 먹이가 됨으로써 식물, 동물의 생명 순환의 고리 속에 있다.


여기 식물 한 그루가 있다. 그 자체에도 상호의존의 고리가 있다. 잎이 있다는 것은 잎이 매달릴 수 있는 가지가 있다는 것이다. 가지가 있다고 하는 것은 가지가 뻗어나갈 수 있는 줄기가 있다는 것이다. 줄기가 있다는 것은 땅 위에 우뚝 설 수 있게 하는 뿌리가 있다는 것이다. 식물 한 그루가 있다고 하는 것은 움이 트고 싹이 자라날 수 있게 한 원인자인 씨앗이 이 자리에 떨어져 있었다는 것이다. 


이 씨앗이 자라서 식물 한 그루가 되고 꽃이 피고 열매 맺어 다시 씨앗이 된다. 이 자리의 식물이 있게 한 어미 식물을 포함하면 식물 2세대가 이루어진 것이다. 무성한 잎, 든든한 기둥 줄기, 억센 뿌리, 아름다운 뿌리도 하나의 자그마한 씨앗에서 자라나 온 것이다. 마치 사람도 아주 작은 수정란에서 커 나온 것처럼 말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