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자의 몸짓에 춤이 드러난다

by 아그배나무

음악을 몇 번이고 듣다 보면 소리에 섬세한 감각이 생긴다.

특히 연주와 합창이 함께하는 베토벤 공연을 동영상으로 보면 새로운 맛이 있다. 명곡에 푹 잠겨 1000번 이상 반복해서 감상해보았다. 연주자의 몸짓이나 합창단 개별 개별의 표정에 담긴 속마음이 보이는 것 같았다.


첼로나 바이올린 연주자를 보자.

어떤 연주자는 활을 켤 때 순간적으로 상체와 고개에 몸에 잔뜩 힘이 들어 있다. 왜 그럴까? 긴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악기 연주는 절제된 힘이 사용된다. 활을 켜는 손 이외의 부위를 고정시키려다 보니 어쩔수 없이 고개에 힘이 들어가게 된다. 반면 어떤 연주자는 활을 켜는 팔 외의 다른 부위는 전혀 요동이 없다. 몸에 불필요한 힘이 들어가 있지 않다는 것이다. 몸이 잘 이완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곡의 흐름에 따라 악기 연주가 매끄럽게 이루어진다. 섬세하게 힘의 강약을 잘 조절하는 원숙미가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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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는 근육에서 나온다

합창단의 개별 모습들을 유심히 지켜보는 것도 참 흥미롭다. 어떤 이는 턱이 위로 들려 있으며 어떤 이는 높은음에서 고개를 좌우로 흔든다. 노래부를 때 턱이 들리면 소리는 어떻게 될까? 성량이 줄어들게 되어버린다.

성량이 좋은 목소리는 아랫배에서 뽑아져 나와 몸통을 울리면서 나오는데, 턱이 위로 들려지면 그 작용이 줄어들게 된다. 성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편 높은음에서 고개를 좌우로 흔드는 것은 부족한 성량을 짜내기 위한 것이다. 고개와 몸통에 연결된 근육들의 긴장을 통해 소리를 뽑아 내기 수월하기 때문이다.


베토벤 9번 합창곡을 보자.

당시로서는 교향악에 합창곡이 가미된 가히 혁명적인 시도였다. 합창단 앞에 4명의 성악가가 있는데, 남성 2명은 테너, 바리톤 여성 2명은 소프라노, 메조소프라노이다. 4명이 같이 모여 있는 상태에서 노래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소리에 따른 몸짓이 구별되어 보인다. 성량을 주욱 뽑아내는 대목에서 입과 턱의 위치를 보면 매우 흥미롭다.


높은음을 내는 테너와 소프라노의 턱은 살짝 위로 올라간다. 중저음의 바리톤과 메조소프라노의 턱은 아래쪽으로 당겨지다 보니 아래 턱선에 주름이 잡힌다. 소리의 종류 중 아래로 깔리면서 울려나가는 매력적인 중저음을 내기 위해서 몸통의 울림을 최대화하는 자세로 보인다. 반면 테너와 소프라노의 턱이 살짝 올라간다. 울림통이 되는 머리 쪽의 울림을 최대화하기 위해 윗턱을 많이 벌리다 보니 아래턱이 덩달아 올라가는 것이다. 이때 나오는 높은 음은 마치 하늘을 가르는 전투기 위세 같고, 중저음은 마치 지축을 뒤흔드는 탱크의 위세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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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자의 몸짓에도 리듬이 담겨있다

교향악단 연주자들이 연주에 몰입했을 때의 몸짓도 특징적이다.

베토벤 교향곡은 격정적인 곡들이 많다. 그중 교향곡 제7번 연주도 그러하다. 몰아치는 리듬에서 바이올린 연주자는 상체가 앞으로 수구렸다 펴면서 연주한다. 빠른 템포를 연주하기 위해서 오른손으로는 쉴 새 없이 활을 켜야 하는데, 악보에 따른 속도를 맞추기 위해서는 더 많은 힘이 필요하다. 상체를 수구렸다 폈다하면서 발생하는 추가적인 근육의 힘으로 빠른 연주를 보다 수월하게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한편 활을 쥔 팔과 고개의 방향이 서로 반대쪽으로 멀어졌다 가까워졌다 하는 동작은 무엇일까? 활을 켜는 우측 팔힘을 증가시키기 위한 것이다. 팔을 바이올린 현에서 멀리 보낼 때 고개를 그 반대쪽으로 젖혔다가 팔을 당길 때는 고개 또한 같은 방향으로 당겨줌으로써 활을 켜는 팔 동작을 수행할 수 있는 힘을 얻어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모든 연주자가 더 그런 것은 아니다. 특징적인 몸짓이 도드라지는 경우에 대한 것이다. 원숙한 연주자일수록 필요 없는 긴장을 하지 않기 때문에 과도한 몸짓 없이 활을 켜는 팔의 움직임이 무척 매끄럽다.


매끄러운 궤적은 그 자체가 무용이 된다. 악기는 소리로 리듬을 만들어내지만 연주의 몸짓은 리듬이 담긴 예술이 되는 것이다. 연주자의 몸짓을 통해 시각적으로 감상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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