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 18일 (4일 차)
지금 이 시간들은 누구에게나 미움이라는 바이러스에 노출되어 있다
요즘 마트등에 가면 약간 긴장하게 된다. 스스로 작은 각오를 갖게 한다 - 당할 수 있다. 주로 한국 뉴스에 올라오는 얘기지만 각국에서 동양인에 대한 혐오 사고 사건등을 접하게 되면서 갖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매일 같이 나를 향한 친절한 얼굴들을 기억한다. 유난히 그 얼굴들이 고맙고 많이 생각나는 때이다. 그러나 분명 몇몇은 이것을 그동안 갖고 있던 혐오의 변명으로 삼을 것이다. 또 몇몇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거나 생계에 위협을 받으며 또 다른 차원의 혐오를 가질 것이다. 지금 이 시간들은 누구에게나 미움이라는 바이러스에 노출되어 있다.
어제와 같이 점심에 학교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음식을 담는 동안 한 조그만 체형의 동양인 여학생이 홀로 음식을 담는 것을 보았다. 학교 특성상 중국인 유학생이 많은 까닭에 중국 유학생인 것 같았다. 순간 밀려오는 애틋함과 동정심이 그 학생에게 향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조그만 체형이 더욱 그러했다. 얼마 전까지 들었던 그 수많은 동양인 혐오의 모습들이 그 작은 여학생의 몸체를 크고 무겁게 짓누르는 것 같았다. 유난히 오늘은 이 감정이 더 강함을 느꼈다. 나는 좀 전에 그와 유사한 경험을 한 터였다.
아침에 출근 전에 자주 들르는 주유소에서 커피와 작은 빵을 사서 카운터로 갔다. 평소에 내 얼굴을 잘 아는 여자 주인이 계산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었다. 내가 온 것을 분명히 알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내가 먼저 인사를 건넸기 때문에. 그녀로부터 반응이 굉장히 길다고 느껴지는 시간 뒤에 들려왔다. 그것도 아주 낮은 톤으로. 사무적인 계산 거래가 이루어지고 감사하다는 말은 나에게서만 나왔다. 주유소 문을 나가려는데 뒤에서 이상한 말로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영어는 아니었다. 그 여자 주인은 뭔가 들고 서 있으며 그 중얼거림은 나를 향했던 것임을 알았다. 그것이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었다. 아무튼 사람 뒤에서 알아들을 수없는 말을 한 것은 분명 좋은 소리는 아니었을 것이다.
내가 그녀 앞에 있었으므로 문을 열고 나가며 그녀가 쉽게 나갈 수 있게 문을 잡아 주고 있었다. 으레 있을 것으로 예상한 고맙다는 말이 지나가는 그녀의 뒤로 붙지 않았다.
학교 식당에서 커피 한 잔을 따르며 그 작은 체구의 동양인 여학생을 위해 기도했다. 그녀가 마시는 지금의 공기는 작은 바늘들을 품고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