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셔츠 등의 하얀 선들

2020년 6월 10일 (88일 차)

by nEvergreen
여름 티셔츠 등부분에 하얀 반원형의 선

연구실에서 집에 오면 여름 티셔츠 등부분에 하얀 반원형의 선이 그어져 있었다.

이제 텍사스의 여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나 보다. 낮 최고 기온이 화씨 104 ~ 5도 (섭씨 약 40도)에 가깝게 올라간다. 이제 학교 연구실로 이틀에 한 번 꼴로 실험하러 가고 있다. 집에 연구실까지 차로 30분 남짓.


차의 에어컨을 켠다. 수십 분이 지나도 운전석 환기구에서는 더운 바람이 계속 나오고 있다. 보조석 쪽에는 그래도 선선한 바람이 나오지만 정상적인 에어컨 바람이 아니다.


나는 2005년식 BMW 530i를 몰고 있다. 작년 8월에 한 한인분한테 3500불 (한국 돈 약 450만 원)에 샀다. 우선은 나 혼자 오래 동안 타고 다닐 생각으로, 연식이 오래되었지만 12만 마일 (약 19만 km) 밖에 안 탄 차였기에 사기로 했었다. (미국은 잘 관리하면 보통 20만 마일 - 32만 km 까지도 차를 몰 수 있다. 대부분 일제차가 잔고장 없이 그 정도까지 탈 수 있기 때문에 도요타, 혼다 등이 미국에서 인기 차종일 수밖에 없다.) 물론 저 만한 가격에 저 정도 마일리지와 같은 거의 멀쩡한 차를 구입하기란 힘든 일이었기에 현금으로 구입하였다.


하나의 사건은 그 사건 하나로 끝이 나지 않는다

차를 사고 나서부터 계속 고생하고 있다. 엔진 오일이 새고 있었으며, 에어컨이 잘 작동하지 않았다. 그래도 이것저것 손 봐가며 지금까지 타고 있다. 작년 말에 이 차가 다른 차에 받히는 바람에 그 수리비로 어느 정도 찻값은 뽑았다. 물론 그때 사고의 후유증으로 운전자 뒤 쪽 문과 팬더부분이 흉하게 일그러져 있다. 완전 수리 대신 (오래된 차이고 문제가 계속 생기는 터라 비싼 돈을 투자하기 싫었다), 차체에만 문제가 된 것 같아 부분 수리를 해서 다니고 있다. 아내와 아이들은 이 차 타기를 창피하다고 회피한다.


연구실에서 나온 시각은 하루 중 가장 더운 시간대였다. 오후 6시경. 더워져가는 차 안의 온도를 보조석 에어컨으로 달래며 차도를 달렸다. 몸이 끈적해 오고 등에서는 땀 방울이 흘러내렸다. 당연히 이 차를 판 사람에 대한 불만이 떠오른다. ‘그 정도 가격으로 팔 차는 아니었는데. 분명히 오일 새는 것과 에어컨 문제를 알고 팔았을 것이다’. 같은 한인에게 이런 식으로 장사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직접 당하니 씁쓸했다. 그리고 그때 그분(?) 한테 굉장히 친절했고 고분고분했던 나의 태도의 문제점은 바로 다음에 있을 수 있는 거래에 대한 지양점이 될것이다.


한 여름, 퇴근길에 새겨지는 그 반원형 하얀 선들은 땀으로 얼룩졌다 마른 소금기였다.


하나의 사건은 그 사건 하나로 끝이 나지 않는다. 신뢰에 대한 상처. 불필요한 긴장과 나아가 사소한 잘못에 대한 적대적 감정. 사회가 그렇게 상처를 받고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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