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동전 세탁소를 살펴볼 겸, 어제 본 지도를 머릿속으로 더듬으며 차를 몰았다. 일요일이라 사람들이 많았다. 시설은 비교적 깨끗했다. 어떻게 페이 할지를 아는 게 목적이었으므로 확인 후 학교 사무실로 차를 몰았다.
차를 몰고 오는 도중에, 얼마 전 알게 됐던 우스개 소리가 생각났다.
호랑이가 차를 몰고 가다가 사자를 만나자, 운전석 유리창을 내리며 하는 말,
“타! 이거!”
그 얘기를 생각하며 혼자 바보스럽게 미소 짓고 가는데, 도중에 비가 내렸다. 조금 맞고 걸으면 금방 옷이 젖을 정도였다. 그때 한 여학생이 비를 맞으며 걸어가고 있었다. 방금 그 우스개 소리를 생각하며 운전하는데 정말 "타이거" 상황이 되고 만 것이었다.
그냥 지나칠까 하다가 옷을 버려가며 비 맞고 가는 것을 보자 원하면 차를 태워 주기로 결심을 하고 약간의 용기를 내어 물었다. 낯선 남자에다가 이곳에서 흔하지 않은 동양인의 접근에 반감을 가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지며, 라이드가 필요하냐고 물었다.
그 여학생은 낯선 이에 대한 경계심 없이 아주 친절한 미소로 괜찮다고 바로 길 건너 건물을 간다고 했다. 서로 간의 이해의 미소를 건넨 후 나는 다시 차를 몰았다.
지난 금요일에도 비슷한 경우가 있었다. 첫 번째 것은 아파트 계약을 위해 매니지먼트 오피스에 갔다가 오는 길에 한 히잡을 쓴 무슬림 여인이 장을 본 것 같은 비닐봉지들을 들고 국도 옆길을 걷고 있었다. 역시 비 내리는 오후. 소나기는 아니지만 잠시 맞으면 옷을 버릴. 보행 차도가 없는 곳이라 사람들이 잘 거닐지 않는 곳이었다. 그 여인한테 차를 몰고 차로 데려다줄까 물었다. 여인은 잠깐 놀라는 기색을 보이더니, 곧 이해에 의한 안정을 찾았는지, 역시 저 앞 건물로 간다는 것이었다. 물론 안 태워줘도 괜찮다는 표정과 함께. 그녀의 표정은 진지했고 진심 고마움을 내비치고 있었다.
요즘 특히나 무슬림 여인들을 보면 많은 동정심을 느낀다. 911 사태와 이후 ISS와 탈레반 같은 이슬람 테러 단체들의 전횡 이후 더 심해졌다. 무슬림 사람들은 이곳에서 인종차별과 편견의 표적이 되기 너무 쉬운 옷차림을 하고 있다. 게다가 그런 사람이 차도 없이 위험하고 모든 지나가는 차들의 시선이 집중될 길을 혼자 걷고 있다는 것은 많은 연민의 시선을 갖게 할 것이 분명했다.
그날 늦은 밤, 학교에서 숙소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해가 막 떨어진 어둑어둑한 길을 추적추적 빗줄기들이 채우고 있었다. 점점 빗줄기가 굵어지는 가운데, 앞 쪽에 사람이 갓길로 걸어가고 있는 것이 보였다.
퇴근하는 길은 두 가지가 있는데, 큰 도로는 다소 멀고 차량으로 종종 정체가 된다. 다른 한 길은 시간이 짧게 걸리지만 가로등이 없는 시골 국도이다. 당연히 차량도 적고 인도도 없는 길이다.
그날 밤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시골 국도를 택했다. 그 사람을 발견한 지점은 도심까지 운전으로 15분 걸리는 거리. 시간당 60 마일로 달리고 있었으니까, 1/4 시간 (15분)이니 15마일 거리이며 km로 15 곱하기 1.6 하면 (1 마일은 약 1.6 km) 약 24 km 가 된다. 성인 남성이 도보로 한 시간에 4km를 걷는다 치면 약 6시간이 걸리는 거리다.
비가 점점 강하게 내리고 있었다. 그 사람을 지나친 후, 얼마 못 가 바로 돌아와 어디까지 가냐고 물었다.
…
그가 조수석에 올라타는 순간, 강한 담배 냄새가 풍겨 나왔다. 유독 강한 그 냄새는 안전보다는 불안감을 불러일으켰다. 차를 뺏기고 지갑도 뺏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겐 나를 보호할 아무런 도구도 갖고 있지 않았다.
이런저런 얘기가 오간 것 같다. 그중 왜, 혼자 그 길을 걷고 있었냐고 물었다. 이 길 끝에 위치한 주유소에서 일하는 데 매일 이곳을 교대 시간에 맞춰 출근한다고 한다. 그러다 오늘은 비를 맞게 되었다고 했다. 그는 검은 후드 티에 붙은 후드로 머리를 감싸고 있었다. 그 말을 믿고 싶었다. 나는 그 사람을 태워 준 것을 조금 후회하고 있었다.
…
그리고 그 주유소에 도착했다. 환한 도심쪽에 있는 곳이라 안전한 곳이었다. 그를 내려주는데 그가 10불짜리 지폐를 주는 것이었다. 태워줘서 고맙다고. 당연히 거절했지만, 그의 의지가 완고했다. 결국 조수석에 그 지폐를 두고 그는 잽싸게 차에서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