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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연수 Feb 08. 2021

사랑이라는 것에 대하여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 케이티 디카밀로

중요한 것은 사랑을 받는 것이 아니라 사랑을 하는 것이었다.  

-윌리엄 서머셋 모옴 <William Somerset Maugham>


번역 공부를 하는데, 계속 오역 투성이라 독해력부터 키워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옛날에 사둔 원서를 읽어보기로 했다. 겹겹이 쌓인 책 속에서 원서 한 권을 발견다. <The Miraculous Journey of Edward Tulane>, 한글로 번역하면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의 리뷰를 지금 시작한다(인용된 구절은 내가 한글로 번역한 것이라 다소 어색할 수 있다).


책 표지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알게 된다. 엄청 슬픈 장면이라는 것을.

에드워드는 에블린이라는 소녀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라지만, 온몸이 도자기로 이루어진 인형이었던 에드워드는 사랑할 줄 몰랐다. 에블린의 엄마가 에드워드를 '그것'이라고 지칭했을 때, 에드워드를 함부로 대하는 하녀 때문에 상처를 입었을 때도 에블린이 바로 찾아와 사랑한다고 외치며, 널 떠나보내지 않겠다고 했지만 에드워드가 느꼈던 감정은 '사랑'이 아니라 '불편함'이었다. 어느 날, 에블린 가족과 에드워드는 여행을 떠나게 되고, 할머니 펠리그리나는 에드워드에게 경고라도 하는 듯, '사랑할 줄 모르는 공주'의 이야기를 해준다.


옛날 옛날에, 아주 아름다운 공주가 살고 있었어. 달도 없는 캄캄한 밤에 빛나는 별처럼 반짝거리는 공주였지. -p.27




공주는 많은 사랑을 받았으나, 어느 누구에게도 사랑을 주지 않았다. 그 대가로 공주는 멧돼지가 되고 말았다.

에블린은 화가 나서, 이게 끝이냐고 묻는다. 그러자 할머니는 이렇게 답한다.


사랑이 없는데 어떻게 행복하게 끝낼 수 있겠니? -p.33


하고,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에드워드는 공주의 이야기를 듣고, '불쌍함'이나 '측은함'을 느끼지 않는다. 그가 느낀 감정은 '섬뜩함'이었다.




5월의 화창한 아침, 에블린 가족과 에드워드는 런던으로 여행을 떠난다. 그러나 짓궂은 소년들의 장난 때문에 깊은 바닷속으로 빠지고 만다. 에블린의 모습이 시야에서 멀어지고, 진흙 속에 얼굴이 파묻혔을 때 에드워드는 비로소 진짜 감정을 느낀다.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에드워드는 에블린이 돌아올 거라고, 돌아와서 구해줄 거라고 몇 번이고 되뇌었다. 별들이 에블린이 있는 곳을 비추어주기 바라기도 하고, 공주 이야기를 해준 할머니를 탓하기도 했다. 하지만 에블린은 오지 않았다. 297일이 지난 후에야, 어부의 그물에 걸리면서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되었고, 어부 로렌스는 에드워드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온 뒤, 아내 넬리에게 '이 토끼 좀 봐요.'라고 말한다. 에드워드는 이렇게 살아있다는 사실에, 더 이상 '그것'이라고 지칭될 필요가 없다는 사실에 매우 '기뻐'한다.




로렌스와 넬리의 집에서 살게 된 에드워드는 예쁜 드레스를 입고 '수잔나'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로렌스의 어깨에 얹혀 밤하늘의 별을 보고,

넬리의 자장가를 들으며 살아간다.


장난감에게 이야기하는 내가 바보 같아 보이겠구나. 그래도 왠지, 네가 내 얘기를 듣고 있는 것 같단다. -p.71

넬리는 죽은 아들의 이야기를 해주며 슬픔을 토로한다. 에드워드는 넬리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고 있는 것을 깨닫고 깜짝 놀란다. 에블린이 얘기해 줄 땐 지루하고 따분했지만, 넬리의 이야기는 왠지 중요하게 느껴졌다. 넬리의 이야기를 듣느라 인생 전체를 바친 것 같았다. 하지만 로렌스 부부의 딸 롤리가 찾아오면서, 행복한 시간은 오래가지 못한다. 에드워드가 자신의 부모에게 마법을 걸었다고 의심한 롤리는 에드워드를 쓰레기통에 버린다. 쓰레기장에 가게 된 에드워드는 가슴속에서 극심한 고통을 느끼며, 넬리와 로렌스를 목놓아 부른다. 할머니가 해주었던 공주의 이야기를 떠올린다. 에블린을 사랑하지 않았던 대가를 치르는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영영 만날 수 없는 에블린, 넬리, 로렌스를 미친 듯이 그리워한다. 그러면서 이게 '사랑'인지 궁금해한다.




180일이 지난 후, 에드워드는 부랑자 불과 개 루시에게 발견되면서 드디어 쓰레기장을 벗어난다. 이때 얻은 이름은 '마로네'. 7년 동안, 에드워드는 불의 노래를 들으며 떠돌이 생활을 한다. 불의 노래를 사랑했던 에드워드. 그러나 기차 화물칸에서 잠을 자던 그들을 단속하러 온 남자의 발에 차여 에드워드는 다시 혼자가 되었다.


에드워드는 궁금했다. 앞으로 얼마나 많이, 작별 인사할 기회도 없이 그들을 떠나보내야 할까? -p. 110




에드워드는 외로운 귀뚜라미의 노랫소리를 들으며, 다시 고통을 느껴야 했다. '슬펐다'. 울고 싶어 졌다. 늙은 여인에 의해 발견된 에드워드는 허수아비가 되어 까마귀를 쫓아야 했다. 허수아비가 된 에드워드를 구해주는 소년 브라이스. 브라이스는 아픈 동생 사라를 위해 에드워드를 선물로 준다. 사라는 에드워드를 아기처럼 보듬어주며 사랑스럽게 바라본다. 에드워드는 처음으로 '따뜻함'이라는 감정을 느낀다. 허약하지만 따뜻했던 소녀 사라를 돌봐주고, 보호해주고 싶다고 생각한다. 사라를 즐겁게 하기 위해 실에 매달려 춤을 추었던 에드워드. 춤추느라 스웨터의 실이 다 풀렸지만, 사라를 위해 무언가를 해줄 수 있다는 사실에 행복해한다.


소원을 빌어봐. 저건 네 별이야. 원하는 것이 있으면 뭐든지 소원을 빌어. -p. 144


그러나 머지않아 사라가 죽고, 브라이스와 에드워드는 돈을 벌기 위해 더러운 길 모퉁이에서 공연을 한다. 사라가 아니라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서. 눈물을 흘리는 브라이스와 이를 바라보는 에드워드. 그래도 그들은 공연을 해야 했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식당에 갔으나, 돈이 모자랐고 화난 주인에 의해 에드워드의 머리는 산산조각 났다. 에드워드는 정신을 잃고 꿈을 꾸게 된다. 앞으로 에드워드에게 어떤 운명이 펼쳐질까? 에드워드를 사랑해주는 사람이 나타날까?




결말부터 말하면, 에드워드는 맨 처음 에드워드에게 사랑을 주었던 사람, 에블린을 다시 만난다.  세월이 흘러, 한 아이의 엄마가 된 에블린을.


2013년 <별에서 온 그대> 덕분에 큰 인기를 끌었던 작품이라고 알고 있었다. 하지만 완독을 한 뒤, 단순히 인기 드라마 때문에 베스트셀러가 된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어른을 위한 동화 같달까. 사랑을 느낄 줄 모르는 어른들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을 깨우치게 해주는 작품이었다. 처음에는 에드워드가 인형이어서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몬드>의 선윤재처럼, 처음부터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존재라고. 그런데 모르는 부분을 해석하며 차근차근 다시 읽어보니, 에드워드는 처음부터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지겨움', '따분함'이라는 감정을. 나를 사랑해주는 존재를 무심하게 여기며, 내가 받고 있는 것이 '사랑'인지 모르는 에드워드의 모습은 주위 사람들의 관심을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들의 모습과 흡사했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떠났을 때 비로소 그들을 그리워하고 사랑하는 모습, 사랑하는 사람이 떠날까 봐 함부로 마음을 열지 못하는 모습까지도 사람들과 비슷했다.


그리움, 두려움, 슬픔, 좌절... 그리고 희망. 사랑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든 느낄 수 있는 감정이기 때문이다.

사랑이란 사람들에게 행복도 가져다 주지만, 슬픔, 좌절 같은 비극적인 감정도 가져다준다. 하지만 우울해지기 싫다는 이유로, 사랑이라는 감정을 포기해버리면 사랑이 가져다주는 행복, 사랑하는 사람이 돌아올 것이란 희망도 느낄 수 없다.



먹고살기 바빠 남에게 공감할 여유가 없었던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참고도서>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7397881


* 네이버 블로그에도 게시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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