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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연수 Feb 22. 2022

<Henrietta Maria>편을 다시 연재하겠습니다

시간내서 알려드리는 공지

안녕하세요. 리나입니다.

원래 3월 중순이나 말쯤에 복귀하려 했는데, 사정이 생겨 예상보다 일찍 복귀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동로마 인물 연재는 하반기로 미루고 작년 8월에 연중했던 헨리에타 마리아 편을 다시 연재하겠습니다.


https://brunch.co.kr/@f635a2b84449453/62


작년 상반기, 저는 에이전시와 출판사에서 퇴짜를 맞으며 우울하게 지냈습니다. 같이 번역 스터디를 하던 사람들도 저와 상황이 다르지 않았습니다. 


'유명한 ㅇㅇㅇ선생님도 자가출판으로 시작했대.'

'신인에게 제대로 기회를 주겠어?' 


등등 말이 오갔습니다. 사실 저는 쉽사리 한 권의 책 번역에 쉽게 뛰어들지 못했습니다. 번역 공부를 오래 했지만, 주로 짧은 단편물이나 발췌본만 번역했기에 단행본 번역을 제가 해도 될까 망설였습니다. 결국 번역가 카페에 가서 검색을 했습니다. 번역가가 되려면 책 한 권을 번역해 보아야 한다. 그러면 책 전체의 맥락을 보는 눈이 트인다. 숲을 본 뒤 나무를 다루어야 한다. 하지만 아카데미에서는 학생들에게 온전히 책 한권을 번역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 그게 아카데미의 한계다...라는 현직 번역가분의 댓글을 보았습니다.


마침 <왕을 지킨 여자들> 매거진을 연재하던 중, 헨리에타 마리아라는 인물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일생을 다룬 전기를 찾았고 판권이 만료된 작품이었기에 그녀의 전기를 혼자 번역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사실 헨리에타 마리아는 제게 특별한 인연이 있는 인물입니다. 초등학생 때 혼자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는 날이 많았습니다. 울적할 때, 우연히 세계사책을 보게 됐고 영국의 청교도 혁명 시기에 관심을 갖게 됐죠. 그 이후 저는 '역사의 신비로움'에 빠져들었고 지금까지 역사에 대한 관심을 유지해왔습니다. 원래 그녀의 남편 찰스 1세에게 관심이 있었으나, 그녀의 일생을 조사하면서 그녀의 삶과 심정에 공감하게 되었습니다. 어릴 때 세계사책에서 잠깐 봤을 때와 다른 감흥이 느껴졌죠. 


그래서 저는 헨리에타 마리아의 전기를 번역했습니다. 처음에는 '어서 번역을 끝내고 친척이나 지인들에게 나누어주어야지.'라고 가볍게 생각했습니다. 그 출판사와 인연을 맺은 것도 그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계약서를 쓰지 않고 출판사가 요구한 대로 프로젝트에 참여해서 시간을 쓴 것도 '순전히 배움의 기회'를 얻기 위함이었죠. 그리고 무엇보다 책을 번역할 때 저보다 더 전문적인 사람에게 도움을 얻고 싶었습니다. 비록 소액 전자책이지만 출판사 이름을 검색하면 나오는 수많은 책을 보고 어느 정도 믿음을 가졌습니다. 


프로젝트가 끝난 뒤 저는 다시 제 책을 번역하기 시작했습니다. 2022년 2월, 초벌번역을 끝내고 대략 250페이지 중 140페이지 가량을 2차번역에 돌입했습니다. 절반을 넘긴 셈이지요. 하지만 이는 순전히 저 혼자, 그리고 카페나 브런치에서 알게 된 번역가 선생님들의 도움을 간간히 받았기 때문에 이룬 성과입니다. 출판사에서 거의 도움을 받지 못했습니다. 출판사도 이제 막 사업자 등록을 했기에 아는 것이 많지 않았고 무엇보다 다른 작업을 하느라 바빠 일일이 제 책을 봐줄 시간이 없었기 때문입니다(그나마 출판사에서 돈을 요구하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시간을 잃으면 저만 손해보고 그만이지만, 돈을 잃으면 가족들에게 큰 민폐를 끼치니까요).


저와 소통했던 번역가 선생님께서 제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출판 번역은 본래 혼자 해야 하는 일이다, 다른 번역가에게 많은 자문을 요구하는 것은 그만큼 번역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뜻이라고요. 그 말을 듣고 어릴 때 보았던 만화책이 생각났습니다. 만화책의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이 장면 만큼은 기억 납니다.


한 아이가 다른 아이에게 어제 겪은 일을 털어놓고 있었습니다. 레스토랑에 갔는데 내가 접시를 깼다, 엄마한테 혼났다, 너무 슬펐다. 이렇게 하소연했죠. 그러면서 나도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고, 어른이 되면 혼나지도 않을 텐데 하며 두 아이가 맞장구쳤습니다. 그때 좀 더 조숙한 아이가 와서 이렇게 말합니다.


애가 접시를 깨면 엄마한테 혼나면 그만이지만, 어른이 접시를 깨면 새로 사서 식당에 물어줘야해.


이때 깨달았습니다. 한 권의 책을 내는 것은 배우는 게 아니라 일하는 것임을요. 출판사는 배움의 기회를 주는 곳이 아니라 서로 협력해서 일하는 곳임을요. 그리고 저는 출판사와 맺으려 했던 계약(몇 개월이 지난 후에야 계약을 맺자고 하네요;;;)을 맺지 않기로 결심하고, 출판사에 정중히 사과드린 뒤 빠져나왔습니다. 


저는 책을 허투루 번역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제 책을 읽을 독자들을 위해 좀 더 퀼리티 있는 번역과 질 좋은 책 제작에 힘쓰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집중력 분산을 막기 위해 동로마 시대의 인물 연재 대신, 원서의 주인공 헨리에타 마리아의 일대기를 연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원서를 참고하되, 원서보다 좀 더 전반적인 17세기 영국과 프랑스 역사의 흐름을 짚어볼 예정입니다(뒤집어 말하면 원서에는 역사에 나오지 않는 헨리에타의 이야기가 더 많다는 뜻입니다 ㅎㅎ). 다만, 당분간은 번역과 오역 검증에 좀 더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칸타쿠지노스편처럼 길게 연재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원서의 예고편, 맛보기라 생각하고 가볍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스포일러가 될까봐 연재를 망설였는데 그녀가 우리나라에서 생소한 인물이기 때문에 가볍게 소개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참고로 자비출판은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책의 질이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남에게 수백만원을 주고 책을 맡기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번역이 끝나면 출판사를 다니면서 익혔던 지식을 토대로 책과 인터넷을 통해 좀 더 세부적인 지식을 얻은 뒤, 개인출판에 도전할 예정입니다. 좋아보인다고 막 집어먹지 않고 조금 더 신중하게 접근할 것입니다. 빠르면 일주일, 늦으면 이주 후에 연재를 시작하겠습니다. 그 전에 연재물의 주인공 헨리에타 마리아를 미리 소개하겠습니다. 


헨리에타 마리아, 프랑스 앙리 4세의 딸이자 영국 찰스 1세의 왕비이다(출처: 위키미디어 커먼스)


ps. 어제 발행한 브런치북이 오늘 메인에 떴네요..ㅎㅎㅎ 저번 책은 안 떠서 슬펐는데, 모처럼 자랑해봅니다.


시간상 제가 일일이 답글을 달아드리기 어려워 댓글창을 닫았습니다. 연재를 준비하면서 이웃 작가님들의 글을 차근차근 읽은 뒤 추후 댓글창을 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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