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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절대 함부로 못하는 사람

무거운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by 글자산

조용히 단단해지는 방법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실망스럽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몇 년 전, 회사 일이 가장 바빴던 시절이었다.

야근은 기본이었고 매일 여러 사람을 만나야 했으며

말 한마디, 표정 하나까지 신경 써야 했던 나날들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몸보다 더 지쳤던 건, 내 감정이었다.


웃고 싶지 않은 자리에서 억지로 웃고 공감되지 않는 말에도 맞장구를 쳐야 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견디듯 간신히 버텨냈다.


회사원으로서 나름 최선을 다한다고 생각했는데, 그 시기에 와이프에게 이런 말을 들었다.


"너 요즘 실망스러워"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마음이 복잡해졌다.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고 성과도 좋았고 우수사원으로 상장도 받았는데,

그런데 왜 가까운 사람에게 실망스럽다는 말을 들어야 했을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왜, 내 감정을 뒤로 미룬 채 남들의 기대를 맞추기 위해 살아가고 있을까?'


그때부터였다.

남들과의 시간이 아닌, 나 혼자만의 시간을 조금씩 늘려보기로 했다.




가장 먼저 한 일은 익숙한 사람들과 거리를 두는 것이었다.

점심은 혼자 먹었고 회식은 꼭 필요할 때만 참석했다.

주말 개인 약속도 줄였다.


그 시간에 조용히 산책을 하거나 책을 읽고 글을 쓰며 나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그 고요함 속에서 하나씩 선이 그어지기 시작했다.


무엇이 나를 불편하게 했는지,

어떤 말이 내 마음을 다치게 했는지,

나는 어떤 사람이고 어떤 사람으로 남고 싶은지.


혼자의 시간은 때로 외로웠지만 그 안에서 나는 조용히 단단해지고 있었다.




사회생활을 막 시작했을 땐 '즐거운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었다.

분위기를 맞추며 모두에게 호감 받고 언제나 밝고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철없던 생각이지만, 그 순간만큼은 '인기 많은 직원'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이제는 '무거운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쉽게 흔들리지 않는 않고, 자신만의 기준을 가진 사람.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다룰 줄 아는 사람.

누군가 무례하게 굴면 조용히 선을 긋고, 고마운 마음은 서슴없이 표현하고,

미안한 순간엔 담담하게 사과할 수 있는 사람.


그렇게 중심을 지킬 줄 아는 사람

결국 혼자의 시간에서 단단해진 사람이라는 걸 이제는 알 것 같다.




지금도 여전히 회사에서 외로움을 느낄 때가 종종 있다.

하지만 그 고요함은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과정이라고 믿는다.

세상의 기준이 아닌, 내 기준으로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시간이다.


그래서 오늘도 마음속으로 되뇐다.


조용히 강해져야 한다.

조용히 단단해져야 한다.

무거운 사람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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