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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밀린 Jun 12. 2023

제니를 더 선정적으로 만든 악마의 편집

얼마 전 블랙핑크 제니가 연기로 데뷔한 드라마 <디아이돌>의 춤장면이 논란이 되었다

유튜브와 뉴스를 통해 본 제니의 모습은 매우 선정적이고 자극적으로 보였지만

실제로 영상을 찾아보니 그렇게 선정적이진 않았다

(멀리서 찍은 배경을 굳이 제니를 확대시켜 언론에 사용한 것이 그 예시다)


사람들은 2차 창작물로 인해 제니의 '주체적 미'를 더 직접적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감독이 의도했던 구도와 다르게 2차 창작물을 만드는 '편집자의 미'를 더해 이미지를 재현해 냈다

그렇기에 제니는 비난을 받았다


그런데 여기서 아이돌과 같은 인플루언서들이 섹시미를 강조하는 것은 과연 잘못된 것일까

나는 그 점을 집중적으로 생각해 보았다


우선 이러한 상황을 나타내는 용어로 백래시가 있다

'자신의 위치나 행동, 권력이 줄어든다고 느끼는 집단이 느끼는 반발'이라는 뜻인데

집단이 느끼는 반발에 있어 나는 최근 겪었던 주체적 미를 생각해 보았다


혼자 여행을 간 적이 없어 여행지를 추천받고자 인스타그램에 '여행지'를 검색하게 되었다

그런데 여름이 되고 날씨가 더워져서인지 여성분들이 노출이 심한 옷을 입은 피드가 전체 게시물의 절반을 차지했다

나는 단순히 여행지를 추천받으려고 했던 것인데 생각지도 못한 자기 자랑에 아이러니함을 느꼈다


어쩌면 이것은 주체적 미를 통한 자기 자신의 표현일 것이다

원하던 정보를 얻지 못해 불편했지만 결국 이것은 인스타그램의 사용자를 겨냥한 SNS의 홍보 전략일 것이다

인플루언서의 홍보 방법에 대해 반발이 생길 수 있는 경우의 수를 생각해 보았다


여기서 반발 심리를 가지는 집단은 두 가지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1. 자녀를 두고 있거나 청소년의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들

2. 여성의 '주체적 섹시'를 보고 좋아할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들


우선 첫 번째로 청소년과 아이들에게 여성의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것은 잘못된 것일까?

청소년들에게 '여성만이 가질 수 있는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것은 잘못되었다'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방법을 부모나 어른들이 건강한 이상향으로 인도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청소년들이 창작물이나 콘텐츠를 만들게 될 때,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게 애플리케이션이나 프로그램 사용에 대한 정확한 교육이 필요하다


두 번째로 인플루언서들이 주체적인 여성성을 강조하는 것은 잘못된 것일지 생각해 보았다

대개 인플루언서들은 서비스나 상품을 판매하는 경우가 많다

이 '제품'이라는 것은 대체적으로 하나의 메시지를 가지는 경우가 많은데

제품은 많이 팔아야 하는 필연적인 성격으로 인해 각자의 무기를 활용해 홍보를 진행한다


가수를 예로 들면 노래를 잘 부르고 무대 진행력이 좋은 것 외에도

보이는 부분에서 자신을 포장해야 하는 사례들이 있다


상품을 이쁘게 포장하는 것이 나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상품이 살아있는 물체라는 것이 하나의 변수다


그리고 상품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기 위해서는 시중에서 흔히 볼 수 없는 것이 아닌 새로운 것이어야 한다

그렇기에 광고에서는 흔하게 입는 반팔티보다 비싼 가격의 드레스를 입은 여성이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이유가 위와 같을 것이다


미는 지속적으로 변화한다

백 년 전의 역사와 몇 천 년 전의 역사의 흐름이 다르듯이 미의 역사도 지속적으로 달라진다


예를 들어 작품 '빌렌도르프의 비너스'가 그럴 것이다


다산의 상징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여성의 미를 강조한 작품 '빌렌도르프의 비너스'

그 당시의 미의 기준은 지금의 상황과 많이 달랐던 것이 분명하다


어쩌면 원초적인 미는 '빌렌도르프의 비너스'와 같을지도 모른다

이 원초적인 미를 지속적으로 변화시켜 왔던 것은

중세시대의 귀족 문화와 인간을 상품으로 사용하고자 했던 기업이 그 이유일 것이다


'여성이 여성성을 강조하고 남성이 남성성을 강조하는 것이 당연하다'라고 생각을 했던 시절이 있었지만

조금씩 그 생각을 바꾸게 되었지만

그래도 여성이 주체적으로 섹시함을 보여주는 것이 크게 나쁘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많은 사람들이 섹시함을 하나의 주체적 미로 내세울 수 없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눈에 띄는 것은 질투를 부르는 것이 당연할 수도 있다

그리고 그것을 시도하는 것에 염증을 느낄 수도 있다

여러 개의 집단으로 모여있는 곳에 다양한 성격을 지닌 집단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내가 걱정하는 것은 바로 책임이다

주체적인 미를 배제한 집단에서 소규모의 운동을 한다는 것으로 사회가 변할 수 있지만

그에 대한 여파를 누군가가 책임져주지 않는다


굉장히 큰 집단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그 사회의 연결고리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기에

연결고리는 생각보다 연약하고 잘 끊어지기도 한다


집단의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내가 바라왔던 사회의 모습으로 변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할 수 있지만

자본주의 체제에서 경쟁을 신경 쓰지 않는 것은 심연으로 점점 더 깊이 들어가는 운동이라 생각한다


우리가 쓰는 모든 물건에는 수많은 광고와 그만큼의 무의식이 존재한다

그리고 다양한 무의식 속에 남녀가 서로에게 원하는 이상향과 본인이 되고 싶어 하는 이상향은 때때로 충돌을 야기한다


철학자들이 다양한 무의식을 근거로 남녀의 무의식(아니마/아니무스)을 정의하고자 했지만

쉽게 생각해 보았을 때 될 수가 없는 상대방을 인식하고 상상하는 것들이 나름의 고정관념을 만드는 것만 같다


결국 이번 '제니의 선정성 논란'은 각자의 시선들이 부딪힌 충돌과도 같은 것이었다

드라마는 감독의 시선으로, 시청자는 우려의 시선으로

그리고 이 '우려의 시선'을 이용해 좀 더 '자극적인 시선'을 만든 편집자


어쩌면 이번 사건은 '편집자의 시선'이 제일 선정적이지 않았을까?


나는 '주체적 미에 대한 백래시'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러한 백래시 중에서도 타인의 심리를 이용하고 개인의 이득을 취하기 위해

기존의 내용을 조작하는 백래시는 잘못된 것이라 생각한다


그것은 하나의 가스라이팅이고 서로의 갈등을 야기시키는 폭력적인 주장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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