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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밀린 Jun 07. 2023

자기 계발서 어쩌면 타인 계발서

인생에 대한 고민을 책이나 지인을 통해 찾는 것은 인간의 당연한 본능일 것이다

'책 속에 답이 있다'라는 뻔한 얘기도 있지 않던가?

우리는 가장 쉬운 방법을 선택하고 싶어 하는 존재이고, 현대 사회에서 가장 쉬운 방법은 역시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성공담' 혹은 '경험담' 등으로 자기 계발을 성공해 낸 '듯한' 저서를 취하는 것이 있겠다.


하지만 나는 '성공이라는 특수한 조건에 대해 정답이나 방법 같은 것은 없다'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성공에 가까워지기 위해 자기 계발 서적을 읽는다

성공이라는 그 모호한 조건과 불규칙적인 변수 속에서 자기 계발서는  오늘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그렇기에 작가들은 조금이라도 독자의 지갑을 열기 위해 조금 더 자극적인 주제를 찾아 나선다

'생각을 바꾸는 수업/마인드 바꾸기/4시간 30분 공부법' 등으로 시작했던

처음에는 나름 순수했던(?) 자기 개발서들이 오늘날 '생각 파괴' , '구조 파괴 시크릿' 등으로 자극적으로 변하기까지의 그 흐름을 생각해 보았다


중학교 1학년이었던 그 당시, 내가 처음으로 영향을 받았던 '자기 계발서'는 <아침형 인간>이었다

내가 그 책을 읽지 않았음에도 영향을 받았던 이유는 어머니가 책을 통해 '아침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는 속담에 꽂혔기 때문일 것이다

한 번은 내게 아침에 일찍 일어날 생각이 있는지 권유하셨다


그때 당시에는 '이른 기상의 무서움'을 몰랐기에 덜컥 그 제안을 수락했었다


처음에는 쉬웠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인터넷 강의를 듣고 난 후, EBS 영어 라디오를 들으며 학교에 등교하는 것이 하나의 기준이 되었다

나만 일찍 일어나면 성적을 잘 올릴 수 있다는 맹목적인 믿음에 눈이 번쩍 떠지곤 했다


처음에는 반에서 2등을 할 만큼 효과가 좋았지만 좀 더 자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아침형 인간을 지속한다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졌다  

새벽에 일어나면 일어날수록 눈꺼풀을 점점 더 무거워지고,

겨우 자리에 앉아 강의를 듣다 보면 강사들의 달달한 목소리에 취해 꾸벅꾸벅 조는 경우가 허다했다


이것은 꾸준히 지켜보셨던 어머니는 그렇게 '자식의 아침형 습관' 만들기를 포기하셨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아침형 인간>과 오늘날, 자의식을 해체해야 한다는 <역행자>에 이르기까지

정말 다양한 작가들이 수많은 성공 방법을 제시했지만 이것을 꾸준히 실천하며 성공한 사람들은 소수에 불과했다


자기 계발서에 나온 방법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만큼

자신의 원초적인 자아를 미워하게 된 사례들 또한 늘어났을 것이다


나는 '양날의 검'같은 자기 계발서를 보며 자기 개발서가 타인개발서로 바뀌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을 해보았다


수치나 통계로 방향을 제시하는 '심리학/철학/사회학'과는 다르게

자기 계발서는 작가의 본인의 사례와 그 주변 사람들(타인)의 경험들을 근거로 독자의 심리를 압박한다


어쩌면 '자기 계발서'에 열광하는 일부의 사람들은

타인의 방법을 근거로 타인과 같은 위치가 되고 싶어 하는 하나의 팬시상품을 구입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예전 무분별한 타인계발의 강요로 인해 특정한 사건이 벌어지게 되었다

그것은 '자기 계발'을 위협하는 '힐링 서적'의 주목일 것이다


재밌는 점은 성공을 꿈꾸는 사람들이 자아를 통제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다 보니

언제부턴가 그대로여도 괜찮다는 얘기와 같은 주제의 책들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와 <달구르트 꿈 백화점> 같은 책들이 그 예시이다

이러한 유행의 원인은 코로나의 유행과, 1인 문화, MZ감성 등 복합적인 요소들이 자리 잡혀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대로여도 괜찮다'는 힐링 서적과 '그대로면 안된다'는 자기 계발은 현재 묘한 라이벌 구도를 띄고 있다

라이벌 구도이긴 하지만 결국 사람의 마음을 훔치는 책이기에 조금은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이런 아쉬운 마음은 내가 종종 참여하는 독서모임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었다


일주일에 한 번 독서모임을 참여하면 처음 오시는 분들이 주로 가지고 오는 책들이 있다

<트렌드코리아, 힐링가게 서적, 역행자>


역행자를 예로 들면 매번 똑같은 감상평이 이어진다

"자의식을 해체하고 새로운 자아를 채워 넣기 위해 노력을 해야 될 것 같아요"

"수익 자동화를 위해서는 꾸준히 노력해야 할 것 같아요"


이미 모임에 참여한 사람들이 깨닫고 있었던 발표 아닌 솔직한 양심 고백에 조금은 다른 책을 추천해주고 싶었던 적이 많았다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독서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베스트셀러라는 하나의 이유만으로 책을 고르는 것이 조금은 잘못되지 않았나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도 '아침형 인간'을 고른 이유가 그 당시 인기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책을 읽고 싶다면 일단은 밖으로 나와야 하는 것 같다

왜냐하면 글로만 독서를 배우는 것보다 지인의 추천을 받는 것이 자신 계발에 더 좋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자기 계발서를 읽고 행동하냐 행동하지 않냐의 차이와 같을 것이다


추가적으로 내 사견을 붙여보자면

자신을 개발한다는 것은 다양한 경험을 토대로 자신의 무기를 찾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 경험들이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모두가 겪었던 것(ex. 멜론 탑 100, 유행하는 영화)을 활용하는 것은

자신의 필살기가 될 가능성이 굉장히 적은 것이라 생각한다


매력적인 캐릭터가 대중들의 이목을 끄는 지금,

우리는 조금 더 자신에게 맞는 취향을 찾아 체력과 정신을 사용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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