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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밀린 Dec 26. 2023

살기 위해 마시는 커피, 취미로 변하다


저번 글감에서 와인에 대한 얘기를 풀어보고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 곰곰이 생각을 해보았다.


일상에 대한 관점을 바꾸면 취미가 될 수 있는 것이 수두룩한데 내가 많이 경험하는 것 또한 같은 맥락이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생각나는 대로 글을 적고자 일단 카페로 향했다



걸어가면서 아차 싶었다


와인과 똑같이 향과 맛에 취하는 이 취미.

커피를 마시는 것 또한 하나의 취미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면 나는 이 커피라는 음료를 그저 생존하기 위한 하나의 카페인 수혈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좀 다르게 커피를 즐겨봐야겠어'


남들은 모를만한 나의 각오를 다지며

늘 자주 가던 카페에서 마시던 똑같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조금은 다른 방법으로 마셔보려고 했다.


점원의 활기찬 인사를 받으며

데스크 앞에 서 메뉴를 쓱 살피지만 늘 똑같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한다


점원이 묻는다.


"저기 쿠폰에 도장 하나 찍어 드릴까요?"


'아 맞다. 오늘도 쿠폰을 깜빡했다.'


맨날 나오기 전에 쿠폰을 챙긴다는 게 항상 시키고 난 후에 내 쿠폰이 집에 여러 장 있음을 확인한다.


오늘도 어김없이 도장 하나만 찍혀있는 나의 쿠폰들을 생각하며


다음에 한꺼번에 찍어주기로 약속을 받으며 나는 조용한 창가 자리에 앉아 커피를 기다렸다.


주문이 들어오자마자 그라인더에 원두가 갈리는 소리와 함께 텁텁한 향이 흘러나온다


가방과 짐을 정리하다 보니, 이내 주문한 커피가 나오고 나는 조금씩 음미해 보았다




음미


일단 첫 감상은 차가운 아이스로 시키니 향에 대한 부분은 잘 느껴지지 않는다는 아쉬움을 느꼈다.


영하로 이뤄지는 날씨에

괜히 얼죽아에 대한 의견을 고집했나


그래서 커피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향을 더 잘 느끼기 위해 따뜻한 것을 고집한다는 의미를 알 것만 같았다


그리고 오늘 커피의 설명을 도와줄 종이도 함께 딸려 나왔다.



개인이 운영하는 카페를 가면 종종 커피와 함께 정체 모를 종이가 함께 나온다.


이 종이에는 커피의 원산지와 재료에 대한 얘기가 상세히 설명되어 있으며 그 종이에 쓰여 있는 글을 살피며 다시 맛을 보기로 했다


Cupping note / Blending

볶은 아몬드의 고소함
약간의 스파이시함
다크초콜릿의 달콤함
풍부한 바디감

과테말라 제뉴인 안티구아 / 브라질 세하도
미디엄 다크함과 후미에 따라오는 스파이시 함이 좋은 밸런스 블렌드입니다.
1세대 큐그레이더가 직접 로스팅하여 매주 신선한 원두로 제공됩니다.


다시 종이에 적힌 내용을 상기시키며 빨대로 얼음을 휘저으며 다시 맛을 보았다.


전체적으로 쓰다는 느낌보다는 부드럽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 이거는 바디감이 먼저 들어오는구나'


'다크한 맛이 나는 것을 보니 다크 초콜릿이 들어갔겠구나'


음미하는 부분에 있어 조금씩 배경지식이 생기다 보니 어느 정도 그 맛을 알게 된 것 같아 기분이 좋아졌다.


(하지만 솔직히 아직은 산지에 따른 원두 맛의 차이를 잘 모르겠다, 그것은 와인도 술도 마찬가지이다)


그렇게 커피를 마시며 커피라는 여유의 까닭을 조금은 알게 되었다.



살기 위해 마시던 커피



커피를 여유 없이 즐겼던 과거의 나를 돌아보았다.


아침에 겨우 눈을 뜨며 부랴부랴 회사에 출근해 조금이라도 졸린 상태를 각성시키기 위해 커피를 그저 수혈하듯 쭈왑 쭈왑 빨아먹었다.

가격도 싸고 많이 줄 수 있는 커피

하루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두통이 올 정도로 나는 심각한 카페인 중독에 휩쓸렸던 적이 있었다.


여유에 맞춰 커피를 마시며 온전한 매력을 파악하는데 늦은 시간이 걸린 것 같아 아쉬움을 느끼기도 했다.


추가적으로 커피의 즐거움은 '주변을 함께한다는 것'이 아닐까? 


함께 자리해 있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거나 사장님이 고민해 만든 깔끔한 인테리어, 사장님이 직접 선곡한 노래 등 나에게 카페는 생각을 정리하는 도구이자 생각을 만들어내는 도서관과도 같았다.


커피를 절반 정도 마실 즈음 주변을 두리번 살펴본다.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니 곳곳에는 트리에 달려있는 오너먼트와 리스들이 나를 반겨주고 있었다


그뿐일까 노래의 경우는 어떠한가?

곧 다가올 크리스마스를 아름답게 꾸며주기 위해 종소리가 들어간 노래(캐럴)들이 연달아 분위기를 돋우고 있다.


조금은 벗어난 얘기지만 나는 카페를 갈 때면 유튜브에 있는 전형적인 캐럴들만 카페에서 틀어주는 것 같아 조금은 아쉬움을 느끼고 있다


<스타벅스 카페 플레이리스트>

<카페 피아노 브금>

<2023년 해외 캐럴 리스트>


하지만 괜찮다.


나는 나름대로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폰으로 찾아 들을 수가 있으니까


머라이어 캐리의 연금송을 포기하고 블루투스 이어폰으로 그레고리 포터의 'Christmas Wish'들으며 남은 커피를 홀짝여 본다.


https://www.youtube.com/watch?v=_h3lXf72igo



마치며



출근하기 전까지 글을 끄적거리며 커피를 즐기는 하나의 취미만으로도 다른 취미를 연계할 수 있다는 사실에 굉장히 흡족해하고 있다.


'커피에 어울리는 취미를 또 뽑자면 디저트가 있겠지, 다음에는 디저트와 관련된 취미를 경험해야겠어'와 같은 생각을 하며 말이다.


이런 생각들이 꼬리를 물며 아직은 잘 느껴지지 않는 커피의 스파이시함을 찾기 위해 아기처럼 입맛을 다시는 내 모습이 조금은  웃기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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