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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밀린 Jan 02. 2024

내가 운동이 끌리지 않는 이유


인간도 겨울잠을 자는 동물이 아닐까?


연말이 되어 점점 추워지는 날씨가 그 이유인지 평소보다 격하게 밖을 나오기가 싫다. 어제보다 오늘의 다리는 더 천근만근 무겁고 그에 맞춰 나의 눈꺼풀도 덩달아 무거워지며 나의 하루의 시작과 끝을 방해하려 한다. 


어쩔 때는 잠을 푹 잤음에도 불구하고 일을 하는 카페 데스크에서 꾸벅꾸벅 졸기도 한다.



체력이 줄긴 준 것 같다.


사실 다리가 무겁거나 졸음이 오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도 똑같게 찾아오는 현상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그 따뜻하고 포근한 단짝 친구 같은 이불을 침대에서 힘겹게 밀어내며 오늘은 상체를 할지 하체를 할지 유산소를 위주로 할지와 같은 '오늘의 운동 완료'를 위한 계획을 세우고 있지 않을까 싶다.


맞다.


결국 나의 이러한 생각들은 단순히 운동을 피하려고 하는 이유를 찾는 여정이자 핑계일 것이다. 운동이 필요하다는 것을 몸으로는 느끼고는 있는데 나는 왜 운동을 하지 않는 것일까?


그리고 나는 헬스장 라커룸에 운동화를 올 해안에 다시 신어볼 수 있는 것인가?





너는 왜 운동을 안 하니?


초중고등학교 체육시간 다른 아이들은 축구와 농구를 하며 서로의 우애를 돈독히 가져가고 있을 때 나는 그 장소에 단지 머리수를 채워 넣는 수비수이자 대타였다.


그 당시 인기가 많던 친구들은 내가 수비수로서 공을 잘 빼앗지 못하거나 하기도 싫은 골키퍼 역할을 떠맡아 골을 먹히면 직장상사가 나의 업무를 혼내는 것처럼 화를 버럭 내기도 했다.


"야!!!"


'아니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운동에 스트레스를 받을 이유가 있나..'


그런 억울함 때문에 어린 시절부터 나의 운동은 그냥 적당히 움직이고 교실에 나와 광합성을 쐬는 식물과도 같은 체험 활동으로 바뀌게 되었다.


그래서였을지도 모른다.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나와 다른 존재라고 느껴진 것은..


공을 잡으면 항상 놓치고 누군가에게 점수를 빼앗기는 상황이 매번 이루어지다 보니 언제부터인가 운동을 싫어했다는 표현이 맞겠다.


'아니 싸우면 계속 지는데 내가 왜 이 운동을 해야 하는 거야..!'


하지만 요즘에는 이 핑계의 마지노선이 보인다. 일을 하다 생각보다 무거운 물건을 옮기거나 급하게 몸을 움직이면 무릎이나 관절이 삐끗거리며 위험 신호를 알려주기도 한다. (그리고 그 통증이 며칠 동안 이어진다)


만약 내가 꾸준하게 운동을 했다면 이런 자잘한 부상을 줄일 수 있었을까? '그래 결국에는 해야 하는 것이겠지.'


그렇게 운동은 내가 최종적으로 해결해야 되는 숙제이자 결국에는 만나야 하는 어색 어색한 친구이기도 하다. 



사실 손만 뻗으면 된다


이런 고민스러운 상황에서 나의 운동을 도와줄 수 있는 친구들은 많다.


최근 여자친구의 잔소리로 헬스를 시작한 동갑내기 친구도 있고, 춤을 배우고 싶어 갑자기 6개월 방송댄스반을 끊은 내 남동생도 그러하다.


그뿐일까 글쓰기 모임을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복싱이나 헬스, 수영과 같이 다양한 종목의 운동을 하고 있다.


주변 사람들이 운동을 하다 보니 나는 저 멀리서 간을 보는 느낌이랄까?


그 먼발치에서 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렇게 멋있어 보일 수가 없다. 하루를 잘 보내고 있다는 뿌듯해 보이는 인상과 탄탄하게 고정된 자세 또 그와 상반되게 운동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 뭔가 구부정하고 시름시름한 내 모습이 어쩔 때는 밉기도 하다. 


사실 이 정도로 글을 쓸 정도면 그냥 운동을 해보고 쓰는 게 맞지 않을까 싶다.


조금 더 생각을 해보았다.


내가 운동을 시작하는 것을 주저하는 것은 그 운동이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에 있을 것이다. 운동을 한 번만 했을 경우에는 재미도 없고 아프기만 하다. 



3개월 전이었나..


일 년을 결제한 나의 헬스장 이용권이 그대로 사라지는 것을 볼 수 없기에 다시 운동을 감행했던 적이 있다. 

러닝머신에서 유산소를 30분 하고 중량을 하고 집으로 돌아와 몸을 씻고 온몸이 망신창이가 된 것처럼 너덜너덜하게 출근을 한 달 정도 진행했다.

이렇게 온몸에 자극이 오고 몸이 욱신한 상태에서 그다음 날도 똑같이 움직여야 그제야 몸이 적응을 시작한다니

하지만 다시 울며 겨자 먹기로 집을 털래털래 나오며 헬스장으로 이동했던 경험이 있다. 

그러다 한 아저씨가 아무 생각 없이 러닝머신을 멈추지 않고 물을 마시러 가던 상황에서 내가 아무 생각 없이 그 러닝머신에 발을 헛디뎠기에 몸이 회복하면서부터 다시 헬스장 이용도 멈추게 되었다.



지금은 그때 다쳤던 다리와 흉터는 어느 정도 회복이 되었지만 나는 아직도 헬스장을 가지 못하고 있다. 


어쩌면 나와 같은 헬포자들이 많을 것이다. 헬스에 있는 기구들은 생각보다 위험이 많은 것들 중 하나이다. 그저 헬스장이 나와 맞지 않는 것일까..? 아니면 나의 부지런함이 저 러닝머신을 이기지 못하는 것일까..? 수없이 내가 운동을 실천하지 않는 이유들을 생각해 보며 그것이 마치 글을 쓰는 것처럼 근면과 꾸준함을 강조하기 때문이라 정의 내렸다.


내 체력이 점점 갈수록 마모되어 가는 것을 느끼는 요즘, 다가오는 새해에는 운동과 관련한 나의 고군분투기가 새로운 글감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그래 어쩌면 나 추진력을 받기 위해 멈추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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