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안 읽고, 브런치 읽습니다?
브런치에서 받은 광고 아닙니다, 제 취미예요
"마음의 양식"
연말이 되면 내가 올해 얼마나 책을 읽었는지 확인하며 새롭게 찾아오는 한 해는 조금 더 독서를 소중히 하라는 무언의 압박이자 신호이다.
물론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책도 열심히 읽어야 하지만, 내가 많이 보는 것이 책보다는 유튜브의 쇼츠인 것 같아 조금은 미안한 마음을 느끼기도 한다.
일일 권장 독서량을 채우기 위해 나 자신과의 싸움을 이어나가는 도중, 독서의 본 뜻이 '읽을 독'에 '글 서'이기에 책이 아닌 글이라면 나도 나름대로 독서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 나 요즘에 책 안 읽고 시간 내서 브런치를 읽는 취미가 생겼다."
본론 │책 안 읽고 브런치를 보는 이유
생각보다 책을 읽기 위해서는 나름대로 정보를 검색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것이 단순히 이번 달 베스트셀러를 찾아보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좀 더 도움이 될 수 있는 책들을 찾기 위해 블로그나 유튜브를 찾아본다. 이렇게 고른 책을 읽을 때면 미리 써버린 에너지와 생각보다 진지한 책의 내용에 머리가 아파 오랜 시간 책을 읽기가 어려워지기도 한다. 그러다가 문득 독서를 하는 것에 힘을 좀 빼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사이트를 찾아보다가 브런치를 이용하게 된 것이 이 이유의 시작이다.
초안으로 작성한 글을 브런치를 통해 심사받아야 한다는 것과 타 플랫폼보다 다양한 일상을 파악할 수 있는 것이 매력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한 2년 정도 브런치를 사용하고 또 이용해 보면서 이 브런치라는 플랫폼이 내가 생각한 그 어떤 콘텐츠와 가장 부합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또한 나는 요즘 맞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구경하는 취미에 빠져있다.
맞팔한 사람들의 데이터를 정리해 안에 담겨 있는 내용을 조금씩 훑어보고 있다이래서 브런치를 읽는다
콘텐츠를 올리는 일을 종종 하다 보니 다양한 SNS와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는 상태이다. 운영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타인이 올린 글 또한 자유스럽게 흡수하게 되는데, 종종 '자신의 가치를 너무 호소'하거나 '이것을 하지 않으면 바보가 된다'라는 말투가 나를 불편하게 만든다. 그렇기에 요즘은 다른 SNS의 사용을 자제하고 있다. 반면에 브런치를 읽다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 책을 읽는 것과 비슷한 느낌을 받는다. 답답한 주먹구구식의 광고에 파묻히는 게 아니라 사람들의 얘기 속을 살며시 열어보는 느낌이랄까?
내가 경험하지 못한 브런치 세상은 소설보다 재밌으며 다음 소식을 찾을 만큼 흥미로웠다.
처음에는 어떻게 하면 브런치를 사용할 줄 몰라 무식하게 눈에 보이는 대로 다 팔로우를 했었다. 하지만 여기서 느껴지는 작가님들의 온도가 너무나 따뜻했기에 이렇게 생각 없이 팔로우를 진행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결론을 내렸다. 내가 사람들과 소통하려면 '사람들에게 더 진심을 보여줘야 하는구나'라고 생각하며 서로 구독을 누른 사람들의 글을 하나하나씩 읽어가고 있다.
그런데 생각보다 많이 팔로우해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은 좀 흠이기도 하다.
브런치를 읽어보고 느낀 점
글들을 읽어 보았을 때 앞서 말한 것처럼 다양한 사연이 글 속에 스며들어있다. 가정을 이루고 육아와 관련된 얘기를 쓰거나, 역사를 새롭게 알려주시는 교수님의 글도 있었고, 깨알같이 보게 되는 네 컷만화, 그리고 자신의 아픔을 글로서 표현하는 사람들을 보게 되었다. 일상과 정보를 고백하는 사람들의 진솔한 글들을 읽으며 내가 썼던 글감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고, 브런치의 훈훈한 분위기가 이대로 흘러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겸하고 있다.
종종 글이 마음에 들어 맞팔을 하다 보면 자신의 연식이 걱정되는 분들을 보기도 한다. 하지만 글을 읽어보았을 때 그 사람의 연령이 정확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다만 경험한 시간과 사색을 하는 시간이 나보다 많았기에 글의 향기가 더 짙게 느껴진다는 것, 이것이 하나의 취미일 수는 있어도 그들이 남겨놓은 글들은 낙엽의 무게만큼이나 오묘하다. 그래서 나이와 성별, 자신의 가치의 상관없이 그대로를 인정하는 이 브런치의 생태계를 좋아하는 것 같다.
책처럼 브런치도 전문적이다
책이 아닌 브런치를 읽는다고 해서 전문적인 정보를 수집하지 않는 것 또한 아니다.
책을 읽는 경우의 수를 생각해 보았을 때 우리는 랜덤으로 책을 읽지는 않는다. 책의 디자인에 현혹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조금은 자극적일 수 있는 책의 제목에 이끌려 책을 구입하기도 한다. 책과 브런치의 조금의 차이점이 있다면 처음 글을 읽으려 할 때 필요에 의해 움직인다는 것과 그렇지 않음 차이다.
그런 경우에서 브런치는 예상하지 못한 정보의 글을 제공한다.
어쩔 때는 연재하는 요일에 끌리는 글들을 읽어보거나, 브런치에서 추천해 주는 글을 읽지만 그럼에도 무언가 글에 대한 일말의 기대를 하게 된다. '오늘은 어떤 예상하지 못한 작가님이 등장하실까'와 같은 상상을 하며 말이다. 브런치의 가장 큰 장점은 내가 예상한 정보를 습득한다는 것보다는 내가 예상하지 못한 것에서 영감을 얻는다는 이점이 더 크게 작용하는 것 같다.
그렇기에 동네 주변을 산책하는 것처럼 걸음을 옮겨 다니며 평소에 지나칠 수 있을 법한 사람들에게 인사를 건네는 듯한 느낌을 받듯 영감을 받아 나간다.
브런치의 치밀한 설계
브런치에서는 글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여러 가지 장치들이 존재한다. '연재 시리즈'와 '브런치 북'이 그중 하나인데 지속적으로 글을 쓰게 만드는 여건을 제공함으로써 작가들은 소재에 대한 지속적인 연결과 글의 문맥을 계속 이어나가게 만들 수 있는 역량을 제시한다. 가끔 글을 읽다 보면 이것이 단순히 하나의 주제에서 끝나는 것이라 안타까운 글들이 많았다. 하지만 브런치에서 그러한 점을 극복한 작가들을 보았을 때 존경심과 경외감 그리고 전문적이고 체계적이라는 느낌을 다발적으로 받는다.
또한 정보의 제공이 빠르다는 것도 또 다른 장점으로 볼 수 있다. 책을 통해 정보를 파악하는 것은 제작과 수정, 출판 등의 기간을 거쳐 순간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정보에는 둔감하지만 브런치는 즉각적으로 글을 작성할 수 있어 빠른 정보를 찾기 위해 자주 애용하고 있다.
요약해 책과 브런치의 비교를 하자면 이렇다.
■ 책 - 전문적 / 선택적 / 한정적
■ 브런치 - 예외적 / 준선택적 / 광범위적
마치며..
최근에 글을 읽었다 '욕망과 그 욕망의 주체가 또 다른 욕망이 된다'는 철학자 '라캉'의 주장이었는데 내가 브런치에서 맞팔만을 추구하며 욕망을 채웠던 것을 조금은 반성하고 있다.
글도 훈련이 필요하듯이 사람에게 관심을 주는 또한 나름대로의 훈련이 필요할 것이다. 단순히 크몽에 <일주일 동안 새로운 글을 올린 사람들에게 좋아요를 대리로 눌러주며 돈을 받는 사람들>보다
<순수하게 사람다운 입장으로 팔로우를 누르는 사람들>에게 감사함을 표하고 싶다. 브런치 문화가 세월이 흘러도 올바르게 흘러갈 수 있기를 바라며 브런치만 읽더라도 당당해질 수 있는 나와 독자가 되었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