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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밀린 Sep 28. 2024

솔직히 네 캐릭터 오글거려

방송에서 캐릭터를 만드는 이유

방송을 보게 되면 조금은 아이러니한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굳이 캐릭터를 만들어서 방송을 해야 할까?’


방송을 보면 다음과 같은 모습이 보인다. 스트리머 본인이 화면으로 나타나 상황을 설명하거나, 게임 화면만 보여주거나, 어떨 때는 얼굴 없이 신체만 보여주는 웃픈 상황이 있지만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 방송은 캐릭터를 통해 방송한다. 때로는 현실과 다른 캐릭터의 모습에 조금은 오그라드는 느낌이 든다. 현실적으로 보일 수 없는 체형과 이상하게 잡혀있는 콘셉트들, 그중 방송을 보며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건 바로 압도적인 눈 크기였다. ‘와... 이 정도면 렌즈를 대형 사이즈로 껴야겠는데?’라는 생각 하며 다른 방송을 찾아보기도 했다. 왜 그런지를 생각해 봤으나 이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다.




내가 상대방과 소통한다는 느낌이 들기 위해 캐릭터는 빠질 수가 없다. 사람과 비슷한 캐릭터가 있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타인과 소통을 나눈다는 느낌이 며, 방송이 끝난 후에 내용을 정리하게 될 때 각인되는 첫 번째 인식이 바로 캐릭터기 때문이다. 그리고 점점 발전하는 기술로 인해 요즘 방송은 단순히 캐릭터를 세워놓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가장 큰 예시를 들자면 바로 버튜버다. 버튜버는 나의 얼굴과 행동을 인식하여 새로 만들어진 캐릭터를 뜻하는데 이러한 기술을 통해 시청자는 캐릭터와 직접 대화하는 듯한 착각을 주기도 한다. 또한 시청자의 반응에 따라 재미난 얘기에는 입으로 미소를 짓기도 하고, 화가 날 때는 만화 속 캐릭터처럼 이마 주변이 붉어지며 불을 뿜기도 한다. 처음에 나도 그런 캐릭터에 거리감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왜 거리감을 느꼈는지 생각해 보았을 때, 저 캐릭터 뒤에 내가 알 수 없는 누군가 있을 것이라는 불쾌한 골짜기가 나와 캐릭터 간의 몰입을 방해했다. 하지만 계속 마주치게 되면 익숙해지는 것이 사람의 본능이라 했던가? 이제는 투니버스의 만화 캐릭터를 보는 것처럼 익숙해지고 ‘나도 버튜버 캐릭터를 만들어야 하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익명으로 사람을 대하는 방송. 모든 사람이 자신의 신상을 공개하며 방송하기에는 리스크가 큰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개인정보를 침해하는 불편한 소식이 판치는 요즘이다. 그렇기 때문에 코로나 전과 달리 캐릭터를 내세워 방송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럴 만하다.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개인 방송인만큼 시청자들이 순간적인 캡처나 녹화를 통해 내 모습을 가져갈 수 있다는 불안감. 그리고 이러한 자료를 어떻게 사용할지 모르는 위험한 상황에서 자신의 본모습이 아닌 캐릭터를 사용하는 것이 현명하다.




하지만 방송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은 이런 상황을 잘 모르는 경우가 있다. 때로는 종종 자신의 신상에 대한 걱정 없이 편하게 집을 공개하거나 자기 외모를 보여주는 경우가 있다. 그렇게 방송을 하는 것이 편하고 쉬울 순 있지만 실시간으로 소통이 진행되는 콘텐츠인 만큼 개인정보를 철저하게 지켜야만 한다. 만약 자신이 개인 정보에 민감하다면 실시간 방송이 아닌 녹화 방송이 또 다른 해결책이 될 수도 있다. 다시 돌아와 방송에서 쓰이는 캐릭터의 특이한 점이 있다면 스트리머가 아닌 시청자들도 캐릭터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마치 카카오톡에 프로필을 설정하는 것처럼 시청자들은 상대방에게 자신의 개성과 매력을 보여주기 위해 자신과 어울리는 사진이나 손수 만든 캐릭터를 프로필에 저장해두기도 한다. 이런 풍경을 멀리서 바라보았을 때, 현실과 다른 게임 속 캐릭터들이 각각의 보금자리를 두고 얘기를 하는 느낌이다.


이러한 다양한 캐릭터들의 모습에도 의외로 선호하지 않는 캐릭터와 선호되는 캐릭터들이 존재한다.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해외의 개인 방송의 경우에는 퍼리라고 하는 근육질 동물 캐릭터가 은근히 인기가 있으나 한국에서는 퍼리를 선호하지 않는다(화자도 선호하지 않는다). 반면 사람들이 캐릭터로 많이 선정하는 것은 사람의 모습에 동물의 귀나 꼬리를 붙여놓은 이른바 수인 캐릭터를 선호한다. 진짜 방송을 해오며 색깔만 다른 토끼, 고양이, 늑대, 강아지를 많이 보았다. 어쩌면 인간의 형태에 동물의 성격을 추가하는 것만으로 캐릭터는 쉽게 완성이 되는 듯하다. 추가로 귀여움을 어필하기 위해 SD 이른바 대두 캐릭터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고, 섹시함을 어필하기 위해 없는 가슴을 만드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 자율성이 오히려 캐릭터를 더 특색 있게 만드는 수단이 아닐까?


만약 당신이 캐릭터를 만들게 된다면 당신은 어떤 캐릭터로 기억이 되고 싶은가? 방송에서 캐릭터는 게임에서 캐릭터를 만드는 것처럼 성별과 나이, 신체적 요소와 상관없이 자신의 개성을 알리기 위한 하나의 수단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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