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플랫폼을 들어가게 되면 네모난 화면들이 가득하다. 4~5개의 창문이 한 줄로 줄지어 있다. 스크롤을 내리면 내릴수록 무수한 방송들이 내 시야에 들어온다. 이 중 가장 맨 위 꼭대기에 있는 방송들은 시청자가 제일 많은 방송 또는 최근 핫한 방송이다. 어떤 방송이 인기가 있으며 어떤 방송이 인기가 없는지를 1년 동안 멀리서 구경했다. 그러면서 궁금해졌다.
‘결국 같은 사람이 하는 방송인데 어쩜 이리 차이가 날 수 있을까?’
위에 있는 방송은 돈도 벌고 재미도 챙기는데 왜 밑에 있는 가게는 파리만 날리며 혼자 외롭게 방송을 하고 있을까? 가장 인기가 많은 첫 번째 방송과 가장 밑에 인기가 없는 방송을 비교해 보니 그럴 만한 근본적인 이유가 있었다. 가장 큰 차이점이 있다면 인기가 있는 방송일수록 시청자의 혼을 쏙 빼놓을 만큼 쉴 틈 없이 방송이 흘러가며 반면 인기가 적은 방송일수록 정적이고 사적인 얘기를 많이 했다. 그리고 이 두 방송에서 돈을 쓰는 상황이 된다면 조금 더 재밌는 반응을 보여줄 수 있는 방송에 돈을 쓰는 게 현명하지 않을까? 게다가 자신의 후원이 인기 있는 상대방에게 깊은 감동을 안겨줄 수도 있다. 잘 나가는 방송의 돈의 흐름을 살펴보며 이 방송이라는 생태계의 돈의 가치는 어떻게 다른지를 얘기해보려 한다.
시청자는 스트리머(BJ)에게 단순히 돈을 주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특정한 메시지를 함께 전달한다. 이렇게 보내진 돈과 메시지는 스트리머에게 전달되고 후원 금액에 따라 그 가치에 맞는 리액션을 보여준다. 이것이 보편적인 방송의 진행 방식이다. 때로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아닌 음성과 유튜브 링크를 보내주기도 하며, 게임 방송의 경우 누군가를 죽이거나, 1등을 하라는 등의 이른바 ‘미션’이라는 형태로 돈의 역할이 다양한 방법으로 전환되기도 한다.
우리가 돈을 벌기 위해 벌어지는 노동의 가치가 메시지 하나 또는 특정한 미션에 빠르게 소비되기도 한다. 하루 8시간 일을 해도 몇 초 안에 그 돈을 소비할 수도 있는 게 방송 생태계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사람들은 방송에 돈을 쓰거나 리액션을 즐기는 상황을 그리 좋아하지 않기도 한다. 다시 말하지만, 이 생태계의 돈의 가치는 다르다. 누군가 열심히 일한 돈이어도 어떠한 메시지와 의미를 담고 있냐에 따라 돈은 새롭게 환전된다.
물론 대부분의 시청자는 돈을 쓰지 않아도 방송을 즐기는 것에는 큰 차이가 없다. 게임으로 친다면 무자본으로도 즐길 수 있는 것이 방송이기도 하지만 그 이상의 가치를 찾기 위해서 사람들은 돈을 후원하지 않을까? 후원은 몇천 원에서 몇백만 원까지 그 편차가 다양하다. 일단 보편적으로 돈으로 상대방에게 말을 할 수 있는 최소 가격이 천 원으로 시작이 된다는 점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 다시 말해 돈으로 하는 메시지는 단가가 높다.
유명한 사람들에게 나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돈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예를 들어 카카오톡에 메시지가 1초에 몇 개씩 주기적으로 올라오면 읽지 못하고 지나가는 해프닝이 생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정성껏 적은 메시지가 무시당한다면 기분이 좋지 않을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돈을 써서라도 상대방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물론 꼭 돈이 아니라 시청한 시간을 포인트로 환전해 후원을 할 수 있는 시스템도 존재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돈을 통한 후원을 선호한다(방송하는 사람도 먹고살아야 하니까)
하지만 강제로 후원을 유도하는 스트리머에게는 돈을 쓰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단순히 돈을 위해 방송한다는 느낌이 들면 시청자들은 자연스럽게 스트리머와 멀어진다.
대부분의 스트리머는 돈뿐만이 아닌 그 이상의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 방송한다고 믿고 싶다. 그리고 조금은 더 깊이 들어가 후원이 많이 터지는 방송들은 시청자들에게 혹할 만한 이끌림을 잘 사용한다.
‘기념일과 터지는 타이밍’
특정한 사람이 얼마나 큰돈을 썼는가에 대한 궁금증보다 우리는 언제 의도치 않게 돈을 쓰는가에 대해 생각을 해 볼 필요가 있었다. 배가 고파졌을 때 음식을 해결하는 것처럼 외로움을 해결하기 위해 돈을 쓰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의외로 단순한 이끌림으로 인해 돈을 사용한다. 방송하는 스트리머들은 과하다 싶을 만큼 기념일을 많이 챙긴다. 방송을 한 지 100일, 자신의 생일, 크리스마스에 하는 술 방송이나, 한글날에 영어를 쓰지 않는 챌린지 등 현실에서 지갑을 여는 무게가 가벼워질 만큼 후원하는 마음도 가벼워지는 상황이 이때다. 방송을 불규칙적으로 트는 스트리머들도 자신의 생일이나 기념일에 방송을 트는 경우가 은근히 많다.
그리고 시청자들은 흐름이 고조되어 있을 때 자신이 주인공이 되기를 희망한다. 그리고 그 주인공이 되기 위해 거침없이 지갑을 연다. 예를 들어 스트리머가 무서운 얘기를 말하고 있을 때 ‘아, 이거 하나 보내주면 진짜 사람들이 좋아할 텐데’라는 생각으로 공포 영상 링크나 무서운 노래를 후원하는 경우다. 그렇기 때문에 스트리머들은 다양한 감정을 끌어올리기 위해 룰렛을 통해 벌칙을 정하거나 슬픈 영상을 찾거나 거침없는 얘기를 하는 등 좀 더 감정적인 콘텐츠를 찾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극적인 것만을 찾는 직업이라는 오해가 발생한다.
결국 방송을 진행하는 스트리머는 재밌는 콘텐츠를 기획하고, 재밌는 만큼 관심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조금은 올바르지 않게 돈을 사용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었다. 사적으로 친밀해지고 싶어 아낌없이 돈을 쓰거나 돈으로 상대방의 마음을 사려는 경우가 있다. 물론 스트리머 또한 그런 상황을 즐긴다면 말리진 않겠지만 돈을 계속 후원하며 특정한 행동(춤, 애교, 연기)을 강요하는 게 올바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이 나와 비슷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피땀 흘려 번 돈으로 원하는 걸 얻고자 함이 만약 옳다고 해도, 그럴 생각이 없는 사람에게 가스라이팅을 유도하는 건 아닌 것 같다.
그리고 즐길 거 다 즐겨 놓고 갑자기 마음이 돌변해 돈을 돌려달라고 하는 행위는 하지 말자. 친한 친구에게 갑자기 그동안 사준 음식값 다시 돌려달라고 하는 격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