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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밀린 Oct 05. 2024

친구는 현실에서 만들어요

온라인 친구의 위험성

방송을 한 6개월간은 나쁘지 않은 성장세를 보였다. 사람들도 계속 방문해 주었고 새로운 유입이 생기면 그 시청자의 특징을 따로 기록해 두고 얘기를 나누는 것이 일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시청자가 많아짐에 따라 좀 더 다양한 주제를 나눌 수 있게 되었고 팔로우가 100,200,300... 순차적으로 올라갔다. 이 기세라면 팔로우 천명도 가뿐히 넘길 것 같았다. 하지만 급한 성장으로 인해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어려웠던 사례도 존재했다.




생각보다 방송은 시청자가 늘어나도 심리적으로 심심함을 벗어나지 못한다. 나 또한 그렇게 심심함을 느낄 때 방송을 하는 사람들이 종종 찾아와 같이 합방하자는 얘기를 하고는 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는데 굳이 합방해야 할까?'를 생각하게 되었을 때 조금은 내 마음을 환기해야 한다는 마음이 들어 몇몇 사람들과 함께 크루를 만들었다.

솔직히 크루에 대한 애착은 크게 없었다. 그냥 일시적인 심심함을 해소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렇게 팔로우가 적은 스트리머가 10명 즈음 모이게 되었을 때, 한 번은 오프라인으로 함께 정기 모임을 하자는 얘기가 들려왔다. 온라인으로 대화를 나누던 사람들을 오프라인으로 보면 어떨지 궁금했다. 정기 모임을 하고 난 다음에 든 생각은 ‘아, 이건 안 되겠다’였다. 내가 생각한 캐릭터와 방송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사뭇 달랐던 것이 이유였고 몇몇은 조금 아파 보이기도 했다.

혹시 모를 마음으로 크루를 통해 내 방송을 키우고 싶었지만, 결론적으로 방송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방송에서 이 사람들과 계속 어울리게 되었을 때 언제 한번 문제가 터질 수도 있겠다는 촉도 발동했다.




그리고 그 사실은 적중했다. 사건이 벌어지기 전, 내가 크루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시청자의 절반은 내 중심이 아닌 크루원 중심의 얘기가 진행되기도 했으며, 얘기하고 싶던 주제와 다르게 스트리머와 스트리머가 대화하는 형식으로 방송이 흐르기도 했다. 시청자의 니즈와 상관없이 스트리머끼리 노는 방송이 주 콘텐츠라면 사람들은 점점 빠져나갈 수밖에 없다. 혼란스러웠다. 시청자와 소통하기 위해서 방송을 켜는데 방송을 켜면 흐름이 이상하게 흘러갔다. 게다가 방송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계속 누군가에게 연락이 오는 것이 또 다른 스트레스였다. 또 내가 외부에서 소통한다는 사실을 아니까 시청자들도 방송에 대해 불만이 있었던 점을 메시지로 적어서 보냈다. 무시하고 싶었지만, 메시지가 오면 답장해야 했다. 나를 걱정한 메시지들이 하루에 네다섯 개씩 날아오니 피곤한 마음이 가득했다. 이때가 방송하면서 쉬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갖게 되었다.


그뿐일까? 비방용으로 나오던 얘기들이 종종 내부로 들리게 된 적도 있었다. 한 예시로 방송하며 내 연애를 누군가가 대신 알려주기도 했다. 굳이 알려줄 필요가 없던 나의 사생활이었지만 그렇게 크게 비밀에 부치지도 않아 별다른 얘기를 하지 않았다. 내 배경과 상관없이 그저 나라는 사람을 봐주기를 바랐다. 그런데 놀랍게도 여자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얘기하자마자 10명이 팔로우를 취소하고 이후에 방송을 보는 사람들의 시청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떨어졌다.




이때 배웠다. 시청자들이 원하지 않는 사생활 공개는 방송에 치명적이라는 걸, 한 시청자는 밀린 님에게 여자친구가 있는 줄 몰랐다면서 저의 정신 건강을 위해 차단하겠다는 선전포고를 당하기도 했다. ‘이게 뭐지?’ 싶었다 내가 하는 방송이 누군가에게는 유사 남친이고 그런 건가? 나는 딱히 유사 남친처럼 행동하지 않았는데 왜 내가 생각한 상황과는 다른 마음을 가진 것인지 의문이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방송이 망할 것 같아 크루원에게 크루를 탈퇴하겠다고 얘기했다. 방송에서는 스트리머여도 똑같은 시청자로 대하겠다는 얘기와 함께 성장세가 꺾인 방송을 다시 이어 나갔다. 순탄하던 방송의 성장이 끊기고 유입이 생기지 않자 방송하고 싶다는 마음이 조금씩 사라지게 되었다. 그래도 어떻게든 방송을 이끌어 보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는 다 해보았던 것 같다. 그렇게 다양한 시도를 하며 방송이 크루를 가입하기 전의 상태로 돌아가게 되었을 때 다짐했다. ‘다시는 크루 같은 것을 들어가지 않겠다고..!'

이후 크루에서 크나큰 여러 가지 문제들이 생겼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방송에서 크루 활동은 일시적인 재미를 주지만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는 그렇게 좋지 않은 방법임을 알게 되었다. 여러 가지 문제들에 대해 언급을 할 수 없을 만큼 사람과 사람 간의 문제들이 많았다고 한다. 남자와 여자가 같이 있는 크루에서 누군가 눈을 맞고 이별을 하는 상황은 오히려 다행스럽다고 생각할 만큼 문제가 많았다.

교훈은 세 가지다. 외로움을 이기기 위해 타인에게 의지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는 것과 생각보다 사람들은 내가 원하는 것과 다른 방향을 원하고 있는 것, 그리고 방송을 하는 사람들의 뒷모습은 방송으로  수 없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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