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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밀린 Oct 23. 2024

영원한 방송은 없다

나만 놓으면 되는 방송

송을 하다 보면 영원한 방송이 없다는 것을 느낀다. 단순히 사직서를 플랫폼에 제출하고 방송을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면 방송을 관두는 건 조금씩 그 징조가 보인다. 우선 첫 번째로 매일매일 하던 방송을 하던 스트리머가 돌연 주에 1~2회로 방송을 한다. 그리고 취업을 준비하는 현재의 상황들을 알려주며 현실적인 얘기를 꺼낸다. 방송을 언제까지 하고 싶다고 정확하게 정하는 스트리머는 드물다. 금전적인 이유와 상관없이 현실을 조금은 생각해야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을 때 조금은 스트리머는 방송을 접을 마음을 키우게 된다.


회사에 계약이 되어있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버튜버로 데뷔하는 경우 방송을 한 1~2년 동안의 반응이 좋지 않거나 개인 사정으로 방송을 할 수 없게 된다면 데뷔를 종료하는 경우도 숱하게 보았다. 2년 동안 방송하면서 인연이 있었던 누군가가 종종 모습을 보이지 않다가 방송을 그만둔다는 얘기를 듣고 나면 심정이 복잡해지기도 했다. 처음으로 다가오는 것은 후회였다. '게임 합방이라도 같이 하자고 할 때 참여할걸..' 아니면 '같이 콘텐츠라도 같이 할걸...'이라는 혼잣말을 하며 말이다. 사람 일은 항상 그렇다. 방송이 끝나고 난 후에도 계속해서 연락하겠다는 마음을 가지고는 있지만 그것이 행동으로 다가가기에는 어려운 세상이 되었다. 회사에서 일을 그만두고 연락을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그 업계에 계속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결국 멀리서 응원하는 사람 그 이상 이하가 아닐 것이다. 그래서 방송을 그만둔 사람은 그 사람의 얼굴이 어떤지도 이름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그냥 사람들의 틈에서 조용히 잊힌다.


방송을 그만두어도 종종 방송을 키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그 감흥은 예전과 다르다. 그런 느낌이다. 진짜 재밌던 게임을 기억한 채로 다시 게임을 틀어보았지만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사람도 적고 반응도 없는 그런 느낌처럼 그 순간에 대한 기억들이 어렴풋하게 남아있을 뿐 시간이 지나 그 상황을 다시 경험해 보면 달라진 내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좀 더 쉽게 풀어보자면 대화를 나누던 온라인 친구가 있었는데 어느덧 모습을 보이지 않더니 갑자기 사라진 느낌과 비슷하다.


방송을 해오던 나에게도 똑같은 상황이 찾아왔다. 방송이 크게 성장하는 분위기를 보이지 않고, 그렇다고 수익이나 다른 재밌는 일들이 생기지도 않았다. 물론 돈 대신 사람들의 그림이나 창작물로 받겠다고 얘기하기는 했지만, 수익이 없이 방송을 오래 유지를 하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면서 현실을 좀 더 직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을 때 시청자들도 조금은 묘한 기류를 느꼈다고 한다. 시청자들은 언제든지 방송을 구경할 수 있지만, 방송을 멈추는 것은 오로지 누군가가 정해주는 게 아닌 내가 해야 했다. 나만 놓으면 끝나는 방송. 이제는 더 이상 길게 현실을 외면할 수 없기에 방송을 켰다. 사람들이 들어오기를 기다렸다가 시청자가 20명 정도가 되었을 즈음 먼저 얘기를 꺼냈다. 


'여러분 저 방송은 당분간 하지 못할 것 같아요. 조금 더 정비하고 방송이라는 것을 직업으로 삼을 수 있는 조건이 되면 다시 방송을 시키도록 하겠습니다.'


누군가는 울지 말라고 얘기를 했던 시청자가 있었지만, 사실은 조금 후련했다. 기분이 묘했다. 가게 장사를 접는 것처럼 이런 경험을 다시 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아쉬운 마음과 후련한 마음이 공존했다.


방송을 그만둔 지 1년이 되었을 즈음 가끔 '방송을 시키고 싶다는 충동'이 든다. 실제로 잠깐 다시 방송을 켜긴 했지만, 다시 방송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1시간을 채우지도 못하고 급하게 방송을 종료했다. 이런 상황에서 몇몇 스트리머들은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 환생을 하는 것처럼 방송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동안 시청자와 있었던 경험을 전부 삭제시키는 느낌이 들어 그런 생각은 포기했다. 먼저 방송을 그만둔 사람들을 생각해 보며 그 사람들도 나와 비슷한 느낌을 받지 않았을까 싶다.


방송 시장은 점점 커지고 그와 반대로 방송을 접은 사람들도 계속 늘어가고 있다. 그 사람들은 현실에서 자기 삶을 송출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한다. 방송을 그만 스트리머에게 한 마디 해주고 싶다. 


"당신이 만든 추억들은 쉽게 날아가는 게 아니라 예상치 못한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계속 살아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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