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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밀린 Oct 21. 2024

꼭 흡연을 해야겠습니까?

사람들에게 담배를 피운다는 건

방송을 끝마치고 난 후 다른 사람들은 어떤 방송을 하고 있는지 구경하게 된다. 주로 그 시간은 새벽 시간대이며, 새벽이 되면 쾌활하던 저녁의 색깔과는 다르게 시커먼 방에 세상 어두운 얘기들을 전부 도맡아 하면서 방송하는 스트리머가 종종 있다. 자신이 옛날에 어떤 일을 했으며, 요새는 이렇게 살아오고 있으며 종종 현실을 한탄하는 상황도 있다.


'지금 중국이 말이야 응...!!!'


자기 주관에 대해 얘기를 하는 것은 크게 상관이 없다. 하지만 내가 문득 이런 방송을 보면서 드는 생각. 그놈의 담배 좀 어떻게 꼭 방에서 피워야 하나 싶은 생각이다. 누군가는 연초를 피우기도 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전담을 태운다. 그런 장면이 화면에 나오는 것을 보면 이게 방송인지 흡연실 CCTV인지 애매한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진짜 최악이었던 것은 재밌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담배 연기로 도넛을 만드는 쓸데없는 멋을 보여주는 사례도 있었다. 물론 술을 마시거나 흡연을 하는 것에 19금 제한이 붙어 청소년들에게 나름대로 방어막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런 흡연이나 음주방송이 플랫폼을 가볍게 보여주는 요건이 아닐까 싶다. 사실 그런 방송의 주인은 스트리머이기 때문에 딱히 뭐라 말을 했던 상황은 없었다. 하지만 화면을 뿌옇게 만드는 연기 너머로 내 코에 PC방의 냄새가 흘러오는 착각이 내 기분을 좋지 않게 만든다. 화면만 보이지 않으면 상관이 없는 것일까? 화면이 보이지 않아도 마찬가지이다. 캐릭터를 내세워하는 방송이라고 할지라도 대화 중간중간 쓴 하는 전자담배 소리가 묘하게 거슬릴 때가 많았다.


"쓰읍..!"


담배를 피우고 싶어 하는 마음은 이해가 간다. 중간마다 쉬는 시간을 버티지 못하는 그런 금단증상도 이해한다. 나도 흡연자지만 방송하는 상황에서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려 했다. 흡연하는 환경을 방문한다는 사실이 시청자에게 그렇게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기 때문이다. 옛날에는 그랬다. 드라마에서 누군가와 싸움하러 가거나 고민에 잠겨있을 때 배우에 빙의한 듯 담배를 피우는 장면이 사람들에게 마초적이고 멋있는 모습으로 그려지기도 했었다. 하지만 배우가 하는 행동들이 나에게 똑같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불편한 사실. 컴퓨터 앞에 앉아 흡연을 한다는 사실은 그저 사람들에게 벽지에 냄새가 배겠다고 걱정하거나 페브리즈라도 한 번 뿌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지금에서 흡연하는 것은 인식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나도 흡연자인 입장에서 조금은 서럽기도 하다. 하지만 흡연을 하는 사람들 뿐만이 그 고충을 이해할 뿐 담배 연기를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저절로 들어왔던 호기심을 빠르게 접기도 한다.

일본이라면 모르겠다. 요즘에는 일본 식당도 흡연석을 따로 내주는 경우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적어도 한국이라면 그런 식당이나 카페를 찾아보기 힘들다. 그래서 이러한 모습을 시청자가 좋은 모습으로 받아들일 미래는 없다. 술과 담배 똑같은 맥락에서 둘 다 나쁜 것이고 별로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기는 하나,

술은 개인적인 생각으로 예외라는 생각을 가진다. 술을 통해서 보일 수 있는 콘텐츠가 있고 술이라는 소재를 통해 진솔한 내 생각을 내비치며 사람들에게 소통을 나누는 콘텐츠는 나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물론 맨날 집에서 술 마시며 얘기를 나누는 것은 오히려 좋지 않다. 그리고 과한 술은 오히려 방송을 진행하는 것에 더 위험한 리스크가 있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부끄럽지만 술을 마시면서 방송을 종종 하던 때가 있었다. 취업은 잘 되지도 않고, 그 전 직장에 대한 스트레스가 그 원인이기도 했다. 한 번은 다 함께 온라인으로 술을 먹는 자리에서 벌칙에 계속 걸려 잔뜩 술에 취해 방송을 종료하지 않고 잠을 자는 사례가 있었으니 말이다. 두 시간 뒤에 시청자의 신고로 '아뿔싸..!'를 마음속으로 외치며 다급하게 전원을 껐다. 다시 생각해도 아찔하다. 그래서 술을 이용한 콘텐츠도 굉장히 조심스럽긴 하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을 하자는 마음으로 이번 주제를 골랐지만 애연가와 애주가에게 주제넘은 생각 중 하나였다. 컴퓨터 앞에 앉아서 술을 먹든 집안이 조금 지저분하든 그런 것은 크게 바라지 않는다. 하지만 진짜 담배만큼은 컴퓨터 앞에서 태우지 말자. 목소리가 아무리 좋다고 해도 그 행동 한 번에 마음을 열 수 있는 시청자들 다 도망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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