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 두려웠던 내가 결혼을 결심하게 된 이유

운명의 상대 - 나와 결이 비슷한 사람과 만나다

by 로은


먼저 이 글은 2021년 11월 19일 결혼 전 남편에게 프러포즈를 받고 썼던 글이다.






결혼은 정말 진심으로 내가 많이 좋아하는 사람과 하고 싶었다. 남들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내게 꼭 맞는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 함께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밌고 아무런 걱정도 안 들고 계속 오래오래 같이 있고 싶은 그런 사람. 오빠와 함께 여행을 하면서 또 한 번 느꼈다.


올해 결혼을 하고 싶어 갑작스럽게 결혼을 서두르다 보니 자연스레 결혼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자 주위에서 프러포즈는 받은 건지 물어보곤 했다.


결혼을 하게 되면 당연히 오빠와 해야겠다는 마음은 있었던 것은 맞지만 막상 너무 당연시하게 결혼 준비가 진행되니 나도 모르게 서운한 마음이 들었던 것은 사실이었다.


사람 마음이란 게 참 간사하게도 프러포즈를 안 받으면 서운할 것 같았는데 막상 서투른 오빠가, 안 그래도 하루도 쉴 틈 없이 결혼 준비로 바쁜 와중에 이런 걸 준비했을 생각을 하니 미안한 마음도 들고 앞으로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오빠에게 내 마음에 대한 확신을 주고 싶어서 오빠는 내가 만나고 싶었던 이상형이라고 말했다.

나도 오빠에게 그런 사람이 되도록 더 노력해야지







예전에 방영했던 예능 프로그램 힐링캠프에서 이보영이 게스트로 나와서 그런 말을 했었다.


'결혼하기 좋은 시기는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고 기대지 않을 수 있을 때 그래서 내가 그 사람에게 무언가를 해줄 수 있고, 넉넉한 마음으로 무언가를 할 수 있을 때 저는 그럴 때 결혼하는 게 좋은 것 같아요'라고.


결혼 전 주위에서 다들 결혼을 하고 마음이 조급해져서 외로웠던 시기에 그녀도 정말 결혼이 하고 싶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 시기를 조금 견디고 나니, 일도 너무 재미있고 혼자서도 잘 지낼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러던 중 자연스럽게 지성과 만나게 되었다고.





나도 그런 생각을 했었다. 서울에서 타지 생활을 하면서 혼자 있는 것이 외로워 옆에 누군가 있었으면 했던 시기가 있었다. 그런데 그때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성향의 사람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할 때 행복한지, 어떤 가치관을 갖고 살고 싶은지, 어떤 부모가 되고 싶은지. 이런 생각들을 할 겨를이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나에 대해서 잘 모르던 그 시기에, 결혼을 했으면 아마 많은 후회를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29살. 타지 생활을 마치고 고향으로 내려와 잠깐 일을 쉬면서 나는 나에 대한 취미생활을 즐기는 것이 너무 재미있었다. 요리에 취약했던 나는, 시에서 주최하는 '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베이킹을 배우기도 했고, 학창 시절 이후 손을 뗐던 피아노 학원을 다시 등록하여 연주하고 싶었던 곡을 마스터하기도 했다.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놓고 있었던 독서를 다시 시작했고, 가끔씩 나를 위한 글쓰기도 했다. 그렇게 나와의 시간을 보내다 보니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았다. 그동안 하고 싶어도 못했던 취미 생활들을 하다 보니, 오히려 정말 하루하루가 바쁘고 행복한 시간들이었다. 그렇게 나는 나에 대한 시간을 보내며 나를 이해하고, 나에 대해 알아가고 있었다.


그 시기에 나는 남편을 만나게 되었다. (사실의 직전의 썸? 이 실패한 것으로 인해 한껏 지쳐 있었다.) 올해는 연애운이 다했나 보다. 하고 마음을 비우고 있을 때, 추운 겨울 어느 날. 그렇게 우연히 나에게 다가왔던 사람이다.



그는 한 마디가 정말 신중한 사람이었다. 다소 말이 없고 조용한 편이기는 하지만 그만큼 그의 한 마디에는 힘이 있었다. 나는 그의 진중함이 좋았다. 또한 겸손한 사람이지만 그렇다고 자존감이 낮지는 않았다. 본인을 낮추지도, 절대 높이지도 않았다. 처음 상대방에게 잘 보이기 위해 흔히 남자들이 부리는 허세도 찾아볼 수 없었다. 나는 그의 그런 점이 좋았다. 성실하지만 책임감까지 있는 사람. 내가 힘든 하루를 겪고 고민을 털어놓으면 나에게 용기와 힘을 불어넣어 주고 내 자존감을 높여주는 사람.



내가 찾던 이상형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낯가림이 심하여 누군가를 알아가고 친해지는데 정말 오랜 시간이 걸리는 내가 남편과는 정말 단시간에 친해질 수 있었고, 어색함이 없었다는 것이다. 정말 사소한 농담에도 같이 있으면 웃을 수 있었다. 그리고 함께 둘만의 여행을 떠났을 때 확신했던 것 같다. 새로운 환경 속에서 낯선 장소에 있었지만 옆에 자려고 함께 누웠을 때 조금의 불편하고 불안한 마음이 없었고, 마음이 참 안정되고 행복함을 느꼈다.



(내가 실제로 이상형을 만나고 싶은 마음에, 정말 그런 사람을 만났으면 하는 마음으로 나의 이상형을 다이어리에 적어두었다.)


이것이 내가 결혼을 결심하게 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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