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한 살 그렇게 나는 책을 접했다
지금으로부터 십 년도 더 된 일이다. 처음 내가 책 읽는 것을 좋아하게 된 그때를 회상해보려고 한다.
누군가에게 먼저 말 거는 것이 정말 힘든 내향적인 성격인 나는 아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던 대학생활에 적응하기가 매우 힘들었었다.
나와 비슷한 성향의 친구들과 친하게 지냈던 학창 시절과는 다르게 입학 후 첫 MT 때 우연히 모이게 된 친구들과 함께 자연스레 같은 조가 되어 춤 연습을 하면서 그때부터 함께하게 되었다
우리는 서로 잘 맞지 않았다. 어딘가 어긋난 듯한 느낌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혼자가 되지 않기 위해 함께 잘 지내는 척을 했다. 1학년 때는 교양 수업만 듣게 되어 비교적 다양한 수업을 들으며 흥미로웠는데 2학년이 되면서 학과 공부를 시작하며 너무 어려운 학과 공부와 적응되지 않은 낯선 실습을 하면서 나와 잘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중, 여고를 나와 남자친구들과 말 한 번 섞는 것도 낯설었던 나는, 처음으로 남자친구들과 과팅이라는 것을 해보게 되었다. 누군가에게 관심이 있을 때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도 잘 몰랐고 남자친구들과 어떻게 대화를 시작해야 하는지도 어려웠다. 나에게 관심 없는 남자친구들에게 상처도 받아보게 되었다. 치아 교정 중이어서 외모적으로도 자신감이 떨어져 위축되었던 것 같다. 종종 고향이 그리웠고 집에 가고 싶었다. 그렇지만 차마 부모님께 학교생활이 너무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다는 말이 쉽게 나오지는 않았다.
처음으로 내 인생에서 부모님께는 차마 말하기 어려운 힘듦을 겪게 되었다. 그렇게 힘든 3개월을 겨우 버티고 나니 드디어 2학년 여름 방학이 되었다.
부모님이 계시는 집에만 오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집에 왔는데도 힘들었던 마음과 답답한 마음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그 시기 즈음에 나는 교정치료가 거의 마무리되어 나의 콤플렉스 중에 하나였던 부정교합을 치료하기 위해 중요한 수술을 해야 했다. 수술을 마치고 며칠 입원 한 뒤 퇴원을 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수술 후 회복하는 동안 친구들도 만날 수 없어서 매일 집에만 있었다. 고향친구들에게마저 이 힘듦을 제대로 털어놓지 못했던 탓인지 좀 더 우울했던 것 같다.
회복하는 동안 음식도 제대로 섭취할 수 없어서 빨대를 사용해야만 했다. 마음대로 먹고 싶은 음식도 먹을 수 없으니 더 우울해져만 갔다. 안 그래도 말랐던 몸이 앙상하게 뼈만 남아 더 마른 것만 같았다.
그 시기에 나는 가족들의 보살핌만으론 마음이 치유되기는 힘들었던 것 같다. 정확하게 어떤 부분이 힘든지 사실대로 털어놓기는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 껏 우울함이 극에 달해 있는 나에게 아빠께서는 그렇게 우울하게 매일 집에만 있지 말고 책이라도 읽으라고 하시면서 나를 도서관에 데려다주셨다.
아빠의 권유로 그렇게 한 두 번씩 도서관을 방문하다 보니 어느새 내가 자발적으로 책이 읽고 싶어 아빠에게 도서관을 데려다 달라고 하고 있었다.
그때 우리 집에서 도서관은 버스로 30분 정도 시간이 소요되는 곳에 위치해 있었는데 버스에 내려 걸어서도 20분 정도는 걸어서 높은 오르막길을 올라가야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무더운 여름날에도 아빠께서 시간이 안 되는 날에는 혼자 버스를 타고서라도 책을 읽기 위해 도서관을 갔다.
아마 그 시기가 내가 그동안 살면서 자기 계발 서적을 가장 많이 읽었던 시기인 것 같다.
자기 계발 서적이면 그냥 닥치는 대로 읽었다.
사실 그전까지만 해도 자기 계발 서적을 대체 왜 읽는 건지 잘 몰랐다. 뻔한 말들만 하는 것 같고 성공한 사람들의 스토리는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책에서 하는 뻔한 말들을 보며 그건 그 사람의 이야기고 나와는 다르지 않나? 하고 생각했다.
그냥 글에 적힌 ‘힘내’라는
그 한 마디에
진짜 힘이 날까?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런데 마음대로 친구 사귀는 것도 힘들고 학과 생활에 적응하기도 힘들고 제2의 사춘기가 온 것 마냥 외모 콤플렉스까지 심했던 그 힘든 시기에 책 속에서 나에게 해주는 한 마디 한 마디에 나는 정말로 힘을 얻고 있었다.
정말로 밝아지고 있었고 점차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고 미래를 바라보면서 희망을 갖게 되었다.
누군가는 노래 가사를 생각하며 노래를 부르면서 위로를 받고 누군가를 사람들을 만나면서 사람에게서 에너지를 얻고 누군가는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누군가는 그림을 그리면서 다들 저마다의 방식으로 마음을 다스리고 치유하고 또 에너지를 얻을 것이다.
나는 그때 내 마음을 다스리는 법
내 마음을 치유하는 법
그리고 에너지를 얻는 법을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스물한 살,
그렇게 나는 책을 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