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심리학자 김경일 교수님의 타인의 마음 中에서 '늘 밝은 얼굴 뒤에 감춰진 것'을 읽고 적은 내용이다.
늘 밝은 얼굴 뒤에 감춰진 것
심리학자들은 이런 사람을 '부적절하게 밝은 사람'이라고 표현한다.
일종의 '심리적 허세'라고도 볼 수 있다.
항상 늘 밝고 웃기만 하는 사람의 심리는 무엇일까? 추측해 보면
첫 째. 남에게 피해 주는 일을 너무 싫어하는 사람일 수 있다.
내가 힘든 티를 내면 상대의 기분을 망치거나 힘들게 할까 봐 힘든 티를 안 내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둘째. 내가 슬프거나 괴롭고 힘들다는 걸 보여 주면 사람들이 자신을 열등하거나 약한 사람,
심지어 무능한 사람이라고 볼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있는 경우이다.
이런 사람들은 어렸을 때 주위 사람들에게 '어른스럽다'는 말을 자주 들었을 확률이 높다.
어쩌면, 이 부분을 읽으면서 나를 두고 하는 말 같았다.
k-장녀로 태어나 어렸을 때부터,
'네가 집에서 첫째지?' , '너는 나이에 비해서 참 어른스럽다.' . '너는 매사에 침착하구나.'. '너는 왜 놀라지도 않니?'
그런 말을 참 많이 들었다.
처음에는 이 모든 것들이 칭찬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런 말을 수도 없이 듣다 보니, 어쩌면 그것은 칭찬이 아니었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사람들에게 내 감정 표현을 하는데 서툴렀고, 항상 내 마음은 저 안쪽에서 삭히고 있었다.
힘들어도 힘들다고 잘 내색하지 않았고, 상대방을 더 힘들게 만들까 봐 내 감정은 숨기기 바빴다.
힘들어도 '괜찮아요. 할만해요.' , '저만 힘든 것도 아닌데요.'
그렇게 애써 웃어넘겼던 것 같다. 그래야만 진정한 어른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겨우 이런 일로 힘들어하니?라고 생각할까 봐 허세를 부렸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러한 나의 배려로 인해 상대방은 괜찮았을지 몰라도 정작 나 자신은 괜찮지 못했는데, 더 많이 힘들었을 텐데 내 마음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더욱 슬펐던 것은 그다음에 등장하는 문장이었다.
그 허세의 이면에는 사람들에게 사랑받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강한 불안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내가 어떤 일 때문에 속상해하거나 힘들어하면 사람들에게 무능하거나 문제 있는 것으로 비쳐지고, 그로 인해 관심에서 멀어지고 사랑받지 못하면 어쩌나 두려워하는 것입니다. 이런 사람은 상대가 내게 무관심하거나 말을 걸지 않으면 '이 사람이 나를 싫어하는 건 아닐까'
라는 불안에 지나치게 밝은 모습으로 스스로를 탈바꿈합니다.
이 문장은 더 나를 서글프게 만들었다.
항상 모든 이들에게 사랑받고 싶고, 칭찬받고 싶어 하던 내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런 생각을 하니, 그때의 내가 애틋하고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이제 다시 그때로 되돌아갈 수는 없지만, 이제라도 이런 내 마음을 알았으니,
내가 조금 더 보듬어주어야겠다.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지 않아도 괜찮아.
항상 늘 웃지 않아도 괜찮아.
힘들면 힘들다고 말해도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