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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은 Aug 30. 2022

루푸스? 그게 뭐에요?

처음 루푸스를 진단 받던 날

"검사 결과 상 류마티스는 아니고, 루푸스일 가능성이 높아요."


루푸스? 류마티스 관절염에 대해서는 익히 많이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루푸스라는 단어는 정말 내게 생소하게 들렸다. 정말 혹시나 하는 마음에, 확실하게 하고 싶어서, 의심가는 증상들이 있으니 검사라도 한 번 받아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한 검사였는데, 정말 확진이라는 말을 들으니 잘 실감이 나지 않았다.


'루푸스는 대체 어떤 질병인걸까?'


작년 3월 치과에서 임플란트 시술을 했다. 그때 나는 항생제를 처방받아 복용했다. 그러부터 3개월이 지나고 코로나 백신을 맞았다. 백신을 맞고 난 이후라고 단정 지을 순 없다. 그러나, 그즈음 나는 스트레스 받을 일이 많았고, 몸이 자주 여기저기 아팠다. 난생처음 임파선이 부었다. 통증이 심해져 참을 수 없을만큼 아파서 이비인후과에서 약처방을 받았다. 임플란트 시술 시 복용했던 약과 동일한 페니실린 계열 항생제였다. 그런데, 약 복용 후 이상하게 속이 불편한 느낌이 들었고, 눈 주변이 벌겋게 부어 올랐다. 처음에는 약 부작용일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피부질환 때문인가, 음식을 잘못 먹은 탓인가? 생각했었다. 그런데 증상들을 검색해보고, 약을 두 어번 더 복용하고 나서야 약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세 달 전까지만해도 먹어도 멀쩡하던 약이, 백신을 맞고 나서부터 몸에서 안 받기 시작했다..


짧은 기간 안에 결혼을 준비하면서 스트레스는 더해갔다. 조금이라도 스트레스를 받으면 임파선이 한 번씩 부었다. 한 번은 다래끼가 나서 안과를 방문했다. 그러나, 페니실린 계열과 세파 계열 항생제에 부작용이 있다고 말하자 병원에서는 항생제를 빼고 처방을 해주었다. 그런 탓인지 다래끼는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다. 그렇게 결혼을 하고, 올해 초부터 자고 일어나면 손바닥이 한 번씩 저리고, 아프곤 했다. 처음에는 몇 시간 그러다 말겠지 했는데, 점차 통증이 지속되는 기간이 늘어났다. 설거지 한 번 했을 뿐인데, 손이 자꾸 저려서 나조차도 의아했다. 설거지는 자취하면서도 얼마나 많이 했던 일인데,, 설거지 잠깐 했다고 이렇게 아플 일인가?


그러던 올해 3월의 어느 월요일 새벽, 손목 통증이 너무 심해서 깼다. 자던 남편까지 덩달아 잠에서 깼다. 우선 타이레놀을 하나 복용하고, 아침에 일어났는데도 너무 아프면 병원을 방문해보기로 마음을 먹고 통증을 참고 다시 잠을 청했다. 그런데, 내 바람과는 달리 아침에 일어나도 통증은 여전히 지속되었다. 결국 출근 전 정형외과에 방문하여 x-ray를 찍었다. x-ray 상 별다른 소견은 보이지 않으며, 하는 업무에 대해 물어보셨다. 사무업무를 보고 있어서 컴퓨터 작업을 많이 한다고 말씀드리자, 건초염 증상이라고 말씀해주시며 약물치료와 물리치료를 받으라고 하셨다. 그런데, 그 날의 통증은 단순히 물리치료만으로 호전될 증상이 아니었다. 나는 너무 아프다고 말씀드리고 결국 왼 손에 반 깁스를 했다.


증상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몇 주 뒤 이번에는 반대 편 손목이 아프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한 달 뒤 어느 날 오른쪽 발바닥이 너무 많이 붓고 아파서 걷기도 힘들 정도가 되었다. 무슨 이유로 염증이 생긴 것인지 파악하기도 힘들었다. 문제는 양쪽 발바닥이 모두 발진 및 통증이 있었다는 것이다. 결국 나는 이 발 통증의 원인이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아서 MRA 까지 찍어보아야했다. 검사 결과 '봉와직염'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그런데 문제는 그때부터였다. 발 통증은 호전이 되었는데, 자고 일어났는데 엉덩이도 아프고 양쪽 어깨가 걸리고 무릎 관절도 통증이 생겼다.


그떄부터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손목 통증이 심해진 이후로는 설거지도 잘하지 않고, 집에서 무리하는 일이 없는데, 대체 몸에 왜 이런 증상이 갑자기 생긴 것일까? 한의원에서 침도 맞아보고, 신경외과도 방문해봤지만 나의 근육통은 별다른 호전이 없었다. 어느 날은 자고 일어나면 양쪽 약지 손가락의 근육이 굳어 좀처럼 쉽게 펴지지 않았다. 몇 시간이 지나자 점차 회복되기도 했다. 그렇게 인터넷으로 검색을 하고 증상들을 비교해보았다.


보통 관절염은 한 쪽 손가락에서 증상이 발현되는데, 나는 이상하게 양쪽 손에서 대칭적으로 증상이 나타난다는 특징이 있었다. 혹시나 류마티스 관절염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설마? 내가? 라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고서는 내 몸에서 나타나는 증상들이 설명되지 않았다. 신경외과를 한 번 더 방문해볼까 고민을 하다가 결국 류마티스 진단을 위한 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는 일주일을 기다려야했는데, 몇 가지 문진표를 작성하고, 진단을 하시던 원장님께서는 꽤 심각하게 말씀을 하셔서 기다리는 일주일이 참 더디게 흘러가는 것만 같았다.


그렇게 일주일 뒤 나는 검사 결과를 들으러 병원을 다시 방문했다.

"검사 결과 상 류마티스는 아니고, 루푸스일 가능성이 높아요."






루푸스? 그게 대체 뭐지?



전신홍반루푸스는 만성 염증성 자가면역질환으로 결합조직과 피부, 관절, 혈액, 신장  신체의 다양한 기관을 침범하는 전신성 질환입니다. 전신홍반루푸스는 신체의 일부 장기에만 증상이 나타나는 경미한 경우가 있는가 하면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합병증이 동반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듣기만 해도 굉장히 무서운 이야기를 원장님은 최대한 아무런 일도 아니고, 흔하지는 않지만, 대부분 약을 먹으면 잘 조절되는 질환이라고 말씀해주시며 덤덤하게 말을 이어나가셨다. 그때부터 나는 멘붕이 되었다.


철 없이 느껴지겠지만 가장 나를 좌절시켰던 부분은 처음엔 바로 그것이었다.


'나 그럼 평생 약 먹어야하나?'

'나 그럼 이제 평생 술 마시면 안되는건가?'


20대를 너무 열심히, 그리고 앞만 보고 달린 탓에 나는 이런 벌을 받는 걸까? 하는 자책을 했다. 나를 힘들게 하는 상사때문일까? 나도 모르게 상사 탓을 해보기도 했다. 검사 결과를 되돌릴 수만 있다면,, 다시 되돌아가고싶었다.


3개월 전 처음 루푸스를 진단받고, 혼란스러웠던 마음을 한 번쯤 기록해두고 싶었다. 지금은 그때보다는 마음을 많이 다잡았고, 현실을 직시하게 되었지만 여전히 한 번씩 불안한 마음도 들고, 한 번씩 우울해지기도 한다. 그때의 증상들, 그때의 내 감정을 다시 끄집어내야해서 마음이 무거웠다. 아마 그러한 이유로 이 글을 쓰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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