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로은 Jul 30. 2022

나를 위해 행복해질 결심을 하다

엄마, 내가 엄마처럼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지금 여기서 행복할 것.

나를 위해 행복해질 결심을 하다.


꿈에 그리던 서울 생활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학교에서 자취 생활하던 것과 서울에서 아예 혼자 자취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였다. 그토록 원하던 직장에 취직을 하게 되었지만 내가 생각했던, 그토록 동경하던 곳만은 아님을 깨달았다. 그렇지만 처음으로 아빠에게 큰 칭찬을 받았던 기억이 났다. 나를 자랑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처음으로 부모님께 인정받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너무 힘들었지만 이게 부모님께 효도하는 길이라 생각했다.


나는 매년 계획과 목표를 세웠다. 그런데 인생은 계획대로 흘러가는 것만은 아니었다. 그렇게 4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4년이 흐르고 보니 스물다섯에 꿈꾸던 5년 후의 나의 미래가 별로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5년 동안 많은 것을 이루고 많은 것들을 경험하면서 더 단단한 사람이 되어있을 줄 알았는데 여전히 유리 조각처럼 툭- 건드리면 깨질 것 같았다.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상담을 받아보기로 결심했다. 상담사가 나에게 어떤 때에 가장 행복을 느끼는지 물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는 가족과 함께 있을 때, 가족이 나로 인해 즐거워할 때 내가 가장 행복을 느낀 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사실을 깨닫고 잠을 자려고 누웠는데 갑자기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내가 여기서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나를 위해서, 내 행복을 위해서 살지 못했던 지난 20대를 되돌아보니 내가 너무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직장에 다니는 것이 부모님께 효도하는 일이라 생각했는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내가 가장 행복하게 사는 것이 부모님이 진정으로 바라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진정으로 행복한 삶을 살지 못하고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었다.


그러면서 문득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지금도 이렇게 하루하루가 힘든데 이런 상태로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으면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까?'

'우리 엄마처럼 행복한 에너지를 줄 수 있는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가족과 함께 할 때 가장 행복한 사람이다


그렇게 그동안은 생각만 하고 실천하지 못했던 일을 실천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래, 고향으로 내려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서울에서 지내왔던 시간들을 모두 뒤로하고 고향으로 내려가기란 막상 내려가는 발걸음이 쉽진 않았다. 그렇지만 앞으로의 나의 행복을 위해서라도 나는 엄마 곁에 있어야만 했다. 항상 행복 에너지를 전달해 주며 우리를 키워주셨던 엄마 곁에 살면서 나도 행복한 엄마로 살고 싶었다.




엄마에게 비밀이 생겼어


우리를 키우는데 20대 청춘을 바치셨던 엄마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결혼을 하셔서 그런지 친구처럼 대화가 잘 통했다. 엄마는 항상 우리에게 관심이 많으셨다. 동생과 내가 나누는 아이돌 가수들 이야기에도 관심을 갖고 대화에 참여하려고 노력하셨다. 우리끼리만 이해하는 인터넷 용어들을 사용할 때도 그것은 무슨 뜻인지, 어떤 상황에 사용하는 용어인지 궁금해하셨다. 그런 엄마의 노력으로 좀 더 친근감 있게 친구처럼 지낼 수 있었다. 시시콜콜한 연애사, 직장에서 있었던 사소한 일, 친구와 다투었던 일 등등 편하게 털어놓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항상 친구처럼 편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상대인 엄마를 먼저 찾았던 것 같다. 엄마한테 내 상황을 이야기하면 꼭 해답을 주는 것이 아니더라도 마음이 좀 더 안정되었다.


그러던 내가 처음으로 엄마에게 비밀이 생겼다. 결혼을 하고 신혼 생활을 제대로 즐기기도 전에 갑작스레 여기저기 몸이 아팠다. 일을 우선으로 생각하던 사람이었는데 원인을 모르는 알 수 없는 통증 때문에 계속 연차를 내면서 병원을 다녀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니 몸과 마음이 불편했다. 여기저기 병원을 다니며 검사를 받은 결과 어느 날 자가면역질환 진단을 받았다. 마음이 착잡했다. 아직 아이도 낳지 않았는데 나도 모르게 부정적인 생각이 들었다. 건강을 위해서 힘들면 일을 그만두었으면 하는 가족들 때문에 엄마에게조차 아파도 아프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가 없었다. 청개구리처럼 일을 그만두라고 걱정하니, 더 악착같이 버텨서 계속 일을 다니고만 싶어졌다.


그런데 과연 내 몸이 잘 버틸 수 있을지 앞으로 스트레스를 안 받고 잘 다닐 수 있을지 직장 생활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게 과연 가능할지 걱정도 되었다. 


엄마는 항상 모든 일에 가족이 최우선이었다.

가끔 나도 엄마처럼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 생각하곤 했다.

그래서 더욱 겁이 났던 것 같다.


엄마, 내가 엄마처럼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