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울이는 주말에 긴급 수술을 했다. 5살인데 벌써 4번째다.
고관절, 결석, 그리고 또 한 번의 결석이 재발해서 빨리 수술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혈뇨가 보여 주사도 맞고 약 처방 후 나아지는가 싶었는데 아이가 오줌을 누는 시간이 느리다. 갑자기 내 심장소리가 쿵쾅거리더니 오줌도 뚝뚝 떨어진다. 아차 했다.
"얼마나 아플꼬" " 사람도 결석이 생기면 아이를 낳는 것만큼 고통이 크다고 하는데.. ?"
두 번째지만 또 재발할 수 있다는 의사 선생님 말씀에 단호한 의사결정을 해야만 했다.
결석은 재발 확률을 줄이는 것이지 재발할 확률은 여전히 있다고 하셨다. 첫 번째는 배를 또 가르거나 두 번째는 생식기를 다른 쪽으로 변경하는 2가지 수술방법을 제안 주셨다. 물론 어떤 방법이던 보호자의 선택이었고 사는 동안 덜 아팠으면 하는 마음에 생식기를 다른 위치에 달아 고통과 재발 확률을 낮추는 수술 방법을 택했다.
물론 이 방법도 최선은 아니다. 작은 결석이야 생식기를 거쳐 나오게 한다지만 큰 결석이 생긴다면 또 개복을 해야 하는 반복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구나 그렇듯이 그 자리에서 최선의 방법을 택했을 것이고 나도 그렇게 결정했다.
남자아이로 태어났지만 또 한번 성을 바꿔야 하는 현실의 무게에 더 건강하게 자라길 바라는 마음 하나만 생각하기로...
초반에 수술한 하울이에게 결석 예방 식단 준비를 제대로 못해준 게 갑자기 뼈저리게 미안했다. 그저 사료만 바꾸었지 왜 그 사료인지, 다른 방법은 없는지, 무엇을 주면 더 건강해질지에 대해서 고민하지 않았던 것 같다.
다행히 수술은 잘 끝났다. 마취가 깨고 나서 낑낑거리는 거 보니 우리가 온 줄 아나보다. 온 힘을 다해 꼬리를 흔들어 대는데.."그만해도 돼, 이제 다 괜찮아"하며 마음의 위로를 건넸다.
"하울이 3일만 잘 참고 있어... 엄마가 또 보러 올게"
하울이에 대한 마음은 무거웠지만 괜시리 두 남자들에게 화가 났다. 이 아이를 데리고 온 것에 대한 복잡한 심정이 가슴을 비틀었다.
다음날 아들은 무심하게 툭 한마디 건넸다.
"엄마 저 하울이 보고 왔어요.". 집에 오면 방으로 직진해서 컴퓨터를 켜느라 게임 이외에는 모두 뒷전인 사춘기 남자. 그래도 내심 걱정은 되었나 보다.
나도 어릴 때 강아지를 키웠지만 책임감은 물론이거니와 언젠가 떠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건 여간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불현듯 하울이를 만났던 시간이 떠오른다.
어느 날 복합몰에 들렀는데 주차가 길어지자 남편은 나랑 아들을 먼저 내려주며 근처 구경을 하고 있으라고 했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샵을 구경하던 아들은 이미 블랙홀처럼 그곳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애써 달래 식당까지 왔는데 갑자기 평소에 관심도 없던 메뉴를 주문했다.
"와, 우리 아들 착하네, 이제 편식도 고치려고 하고 멋지다" (사실 아이는 이미 내 머리 꼭대기에 앉아 있었던 것이였다)
"그런데, 엄마 어떤 사람이 강아지를 자꾸 데려갈라고 했어요. 나한테 오고 싶다는데...."
"아 그래? 걱정 마. 좋은 사람이 만나서 행복하게 잘 살 거야~ 얼른 밥 먹자"
난 다시 나지막한 목소리로 아이의 감정을 눌러댔다.
"엄마, 갑자기.머리가 아파요, 누가 나한테 텔레파시를 보내는지,,,"(아차 하는 순간이다)
먹지 못하는 미역국을 먹는 탓에 국물은 숟가락 옆으로 계속 새어 나가고 콧물이 뒤섞여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하더니 울먹이며 또 한마디를 던진다
"웩웩, 엄마 사실 그 강아지가 나한테 집에 같이 가고 싶다고 했어요..."
난 0.1초의 시간 텀도 주고 싶지 않아 단호하게 말을 끊었다.
"안돼!"
애견인으로 살다보니 왜 유기견을 입양해야하는지 더 깊이 공감하고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진건 사실이다. 최근 아들에게 우리도 입양할 걸 그랬다는 말을 건냈다.
아들은
"맞아요. 엄마 그런데 그 때는 하울이를 데리고 오지 않으면 안되는 운명이었어요. 다음엔 우리도 그렇게 해요"
지금 우리는 4 식구다. 남자 셋 중 유일하게 나만 바라보는 이 남자 때문에 그래도 난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