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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ina Jun 26. 2022

사진속의 이탈리아

용서하고 싶다면... 몬테풀치아노

몬테풀치아노로 가는 길은 만만치 않았다.

내 나라도 초행길은 긴장이 되기 마련인데 머나먼 이국 땅에서 의지할 거라곤 딸랑 구글 맵뿐이었으니 말이다.

운전이라면 자신 있는 나는 운전대를 잡고 장롱 면허증을 십수 년째 보관 중인 그녀는 휴대폰을 잡고 오늘의 첫 일정인 오르비에토로 달려갔다.

오르비에토까지는 신이 났다.

아기자기한 상점들의 소품도 구경하고 로마에서 질리도록 본 성당의 마무리였던 오르비에토 성당 앞에서 기념사진도

하나 남겼다.

언젠가부터 우리의 여행 철칙은 해가 떨어지기 전에 숙소에 도착하는 것이 된 듯하다. 해가 지려는 듯 건물의 그림자들이 길어져갈 때쯤 우리는 우리의 마지막 여행지이자 숙소가 있는 곳인 몬테풀치아노로 향했다.

나는 다시 운전대를 잡고 그녀는 다시  휴대폰을 잡고.


몬테풀치아노로 가는 길은 만만치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로밍 지역을 벗어나 의지하던 맵은 마치 대동여지도와 다를 바 없었고 혹여나 반대편에서 차가 오기라도 하면  가까스로 비켜설 수 있는 좁은 도로 상황에 신경이 곤두서있었다.

한 시간 반 만에 찾아간 몬테풀치아노의 농가 숙소에서 우리를 맞이하던 그녀를 보자마자 나는 괜스레 역정을 냈다.


"여긴 오르비에토에서 너무 멀어요. 그리고 오는 길은 너무 좁고 거칠어서 정말 힘들었다고요."


꼭 이렇게 말을 뱉어야 직성이 풀리는 꼬인 나.

그게 그녀 책임인가?

긴장이 풀리자 몸살이 오는 듯 으스스 추웠다.

따뜻한 물로 재빨리 샤워를 마친 후 챙겨간 두툼한 옷으로 갈아입고 그것도 모자라 이불을 칭칭 감았다.

방안 가득 온기가 퍼지자  눈꺼풀이 이불만큼 무겁게 내려앉았다.


새소리에 아침을 여는 곳

모든 곳이 그림 같은 곳

그리고

마음에 담아 두었던 누군가도 용서할 수 있는 곳

나는 그렇게 모든 것을 용서했다.

몬테풀치아노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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