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ina Jul 03. 2022

너는 SOLO_

백마 탄 왕자는 우주 속을 떠다니고 있다.

내가 다닌 고등학교에는 나이가 꽤 많은 노처녀 영어 선생님이 계셨다. 마른 몸매에 키가 큰 편이었는데  얼굴은 영락없이 해리포터에 나오는 스네이프 교수처럼 생겼었다.

외모 덕분인지 그 시간에는 단 한 명도 자는 학생도 없었고 단 한 번도 웃어본 적도 없는 수업으로 기억이 된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시험기간에도 자율학습 한번 허락하지 않던 선생님이 그날은 수업시간이 반이나 남았는데 남은 시간은 자율학습을 하라는 게 아닌가?

나는 속으로 기쁨의 탄성을 지르며 그 당시에 푹 빠져있었던 X-Japan의 가사가 적힌 연습장을 꺼내 가사를 외우기 시작했다.

반 친구들 모두는 의아스럽다는 표정이었지만 평생 올까 말까 하는 이 기회를 놓칠세라 각자의 분주함이 느껴졌다.

시간이 조금 흘렀을까?

창밖을 멍하니 보고 계시던 선생님이 얼굴은 그대로 둔 채로 입을 열었다.

"너희들! 앞으로 너희가 나처럼 되지 않으려면 명심해야 할 게 있다."

'응? 갑자기 무슨 소리지?'

우리는 모두 어리둥절한 얼굴로 선생님을 쳐다보았다. 미동 없는 얼굴로 선생님은 말을 이어가셨다.

"너희들도 이상형이 있지? 그 이상형을 빠지지 말고 종이에 적은 후에 그것을 잘 접어서..."

반 친구들은 이제 눈을 반짝이며 선생님 입만 바라보았다.

"그걸 있는 힘껏 우주 밖으로 던져버려. 이 지구 안에 너희가 생각하는 이상형은 없으니깐.. 그리고 너희들 한 스무몇 살이나 되면 백마 탄 왕자 기다리지 말고 조랑말이라도 그냥 잡아서 타고 가."

순간 빵 하고 큰 웃음소리가 났다.

그날은 아마도 선생님이 선을 본 날이 아니었을까?

나도 마흔에 결혼을 한터라 그때의 선생님의 조언이 딱 맞는 조언인 것 같았다.


Gina's 명언

자나 깨나 백마 조심 지나간 조랑말도 다시 보자.

슈렉에 나오는 파쿼드 군주도 백마를 타고 다니더라는...



작가의 이전글 깊은 밤 깊은 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