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꿈…

by 이경오

종종 어머니의 치맛자락을 붙들고 외가라도 찾는 날이면 한껏 신이 오른 아이는 종종걸음을 더더욱 재촉하곤 했습니다. 삐거덕 열리는 대문 소리와 함께 화들짝 버선발로 뛰어나오시던 외할머니의 극진한 환대(歡待)는 그저 건성으로 지나쳐 버리고, 아이는 이내 이모들과 외삼촌의 공부방을 향해 돌진해 들어갔으니, 잠시 후 그곳에서는 온갖 상상력이 춤추는 자기만의 별세상(別世上)이 펼쳐졌답니다. 책상 서랍 속에서 조용히 휴식을 취하다 졸지에 아이의 고사리손에 붙들려 나온 애꿎은 문구(文具)들은 방바닥 장판지 위에 펼쳐져 자신에게 부여된 새로운 역할을 감당해야만 했습니다. 지우개는 자가용, 필통은 차고(車庫)로 변신했고, 30cm 뿔자를 등에 짊어진 만년필은 최신형 비행기로 탈바꿈해 비좁은 공부방의 허공을 가르며 힘차게 날아오르곤 했지요. 적어도 외삼촌과 이모들이 학교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기 전까지는 그곳 공부방에서 이루어지지 못할 일이란 도무지 없었던 듯하니, 아이의 머릿속에 들었던 첨단 세계의 이야기는 그렇게 시리즈처럼 하나둘 차곡차곡 쌓여만 갔습니다.


6⸳25전쟁을 거치며 직업군인으로 젊은 시절을 보내신 아버지는 화이트칼라에 대한 막연한 미련이 있으셨던 모양입니다. 머리가 굵어져 상급학교에 진학한 아이 역시 아버지의 뜻에 따라 선뜻 문과(文科)로 발걸음을 향했고, 머릿속에서 춤추던 이과적(理科的) 호기심은 그저 어린 시절의 치기(稚氣)로만 여겨 넘기고 말았지요. 그 시절 자동차가 되었던 지우개, 비행기가 되었던 만년필과 뿔자는 아마도 자신들을 한때의 놀잇감으로 삼고 끝낸 아이가 원망스러웠을지도 모를 일입니다만.


‘고해상도 위성 아리랑7호, 발사 후 지상국과 첫 교신 성공…’

얼마 전 누리호 4차 발사 성공에 이어 차세대 관측 위성 아리랑 7호도 발사에 성공했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습니다. 온갖 장애를 이겨내며 묵묵히 대한민국의 우주과학을 이끌어가고 있는 우리 과학 인재(人材)들의 노고(勞苦)에 진심으로 열렬한 박수를 보내야 할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마도 그 시절 아이가 만들어내던 공부방 세상 속에서도 우주를 마음껏 날아다니는 멋진 꿈이 펼쳐지고 있었을 게 아닌가 싶어 흐뭇한 웃음도 흘려가면서 말입니다.



관련 기사 : 고해상도 위성 아리랑7호, 발사 후 지상국과 첫 교신 성공 / 연합뉴스 (2025.12.02.)

https://www.yna.co.kr/view/AKR20251202006000017?input=1195m

작가의 이전글사랑한다, 좋아한다,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