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숟가락 개수…

by 이경오

‘옆집 숟가락 개수도 안단다.’

어스름 겨울밤이면 동리(洞里) 할머니들은 흐릿한 호롱불 아래에 모여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 마당을 벌여놓길 좋아하셨지요. 개중에는 더러 말솜씨 좋은 할머니들이 재담(才談)을 꺼내 들어 좌중(座中)의 흥을 돋우기도 했지만, 대개는 이 집 저 집 소소한 사연들을 담은 넋두리가 호롱불 그림자를 따라 출렁거리며 사랑방 어둑한 구석에 쌓여가곤 했답니다. 그럴 때면 할머니 무릎 위에 오도카니 똬리를 튼 아이는 가물가물 빠져드는 잠결 속에서도 집집이 일어난 소식들을 귀동냥하느라 뒤척거리곤 했습니다. 물론 세상 물정(物情) 모르는 아이에겐 그저 스쳐 지나는 바람 소리처럼 들리기만 했으니, 종종 할머니가 옆집 숟가락 개수도 안다고 웃으시던 이유를 도무지 알아채지는 못했습니다.


그랬던 모양입니다. 그 시절 사람들은 그렇듯 속내에 담아두었던 세세한 집안 사정을 펼쳐놓아도 아무런 걱정이 없었던 듯하니 말입니다. 반가운 소식에는 거친 손바닥을 서로 부딪쳐 가며 함께 기뻐해 주었고, 애틋한 사연일랑 땅이 꺼질듯한 한숨으로 함께 안타까워했으니, 이런저런 사정을 굳이 제 주머니 속에만 꼬깃꼬깃 숨겨둘 필요는 없었을 것입니다. 아마도 삽짝을 지나는 동리 사람의 소매를 굳이 잡아끌어 숟가락 하나 더 얹어 밥상을 함께할 만큼 서로에 대한 믿음이 단단했던 때문이었겠지요. 언제부턴가 누가 따라 들어올세라 현관문을 굳게 걸어 잠그기에 바빠졌고, 행여나 누구라도 들을세라 목소리를 낮추기에 급급해진 작금(昨今)의 시대에는 감히 흉내조차 내기 어려워진 일입니다만.


‘국민 10명 중 6명 개인정보 유출 '불안'…’

어디 어제오늘만의 일이겠습니까만, 근래 또다시 국내 굴지(屈指)의 유통업체에서 엄청난 규모의 개인정보가 유출되었다며 세상 사람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아니나 다를까, 정부 관련 기관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근심이 특히나 극심하다니, 덩달아 마음만 무거워집니다. 나날이 편리해지는 문명의 이기(利器)야 반갑기 그지없습니다만, 그 못지않게 우리네 마음 역시 그 시절 어른들의 열린 눈빛과 마음을 닮을 수는 없는 노릇인가 싶어 그저 마음만 헛헛해질 따름입니다.



관련 기사 : 국민 10명 중 6명 개인정보 유출 '불안'…2년 전보다 4.5%p↑ / 연합뉴스 (2025.12.03.)

https://www.yna.co.kr/view/AKR20251202154200002?section=economy/all&site=major_news01_rela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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