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임당의 실종?

<주말 추억 글 마당 - 2020. 12. 2.(수)에 쓴 글입니다.>

by 이경오

지난 주말 선배 한 분과 함께 점심 식사 차 시내 중심가를 찾고 보니 시야에 들어오는 도심 풍광이 생경하기만 합니다. 가만히 셈해 보니 이곳 중심가를 방문했던 게 언제 적인가 싶습니다. 얼마나 오랫동안 찾질 않았던지 육십여 년 가까이 이 도시의 시민으로 살아왔으면서도 흡사 이방인처럼 도심 풍광이 낯설어 보일 정도이니 말입니다. 이것도 나이라고 젊은 시절에는 이런저런 구실들을 만들어가며 뻔질나게 찾았던 곳이 이젠 좀체 그럴 일이 드물어져 버린 탓이겠지요. 하긴 몸담은 직업이 직업이니만큼 한 해 두 해 나이를 더해가면서 시내를 배회하다 보면 수시로 얼굴을 알아보는 제자들이 쫓아와 인사하는 일이 자꾸만 늘어나니 민망함 때문에라도 시내 중심가 출입을 자제하게 되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그리고 보니 젊은 시절의 언젠가쯤 시내에서 일어난 제자와의 엉뚱한 추억 하나가 떠오릅니다. 약속 장소로 가느라 친구와 같이 인파를 헤집으며 걸어가던 중에 벼락같이 오토바이 한 대가 튀어나오더니 건장한 청년 하나가 앞을 가로막아 서는 게 아니겠습니까. 이게 무슨 봉변인가 싶어 멈칫하노라니 깍듯이 고개를 숙이고 인사하는 그이는 다름 아닌 한때 애깨나 썩였던 제자였습니다. 아마도 딴에는 그래도 자기를 가르친 선생이라고 아는 체를 한 모양인데 다시 오토바이에 올라타는 제자 뒷주머니에 꽂힌 지갑이 유난히 불룩합니다. 제자가 떠난 뒤 저렇게 불룩한 지갑 속에는 과연 돈이 들어 있는 것일까, 아니면 폼으로 저렇게 하고 다니는 것일까를 두고 한동안 친구와 설전을 벌였던 것도 같습니다.


사실 예전에는 만 원권 지폐를 여러 장 지갑에 넣어 다니기라도 하려면 두툼한 두께가 부담스러워 수표로 대신한 적도 있었습니다만, 오만 원권 지폐가 발행된 뒤에는 그런 고민이 사라졌지요. 오히려 수표가 설 자리를 잃어버렸을 정도이니 말입니다. 그런 오만원권 지폐 환수율이 올해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이유가 현금 입금을 많이 하는 자영업자들이 코로나19의 여파로 수익이 급격히 떨어져 입금이 줄어든 데다가 불안한 경기 탓에 현금을 보유하고 있으려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돈은 최선의 종이요, 최악의 주인이다.’라는 프랜시스 베이컨의 말마따나 부디 돈의 노예는 되지 말아야 할 텐데 싶은 마음에 다시 한번 주위를 둘러보게 됩니다.



관련 기사 : 축의금 내야하는데 5만원권 안보이네…신사임당님, 어디 계세요? / 매일경제 (2020.11.30.)

https://www.mk.co.kr/news/economy/view/2020/11/1231530/

작가의 이전글“우리 집에 왜 왔니, 왜 왔니, 왜 왔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