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달같은 성화독촉(星火督促) 속에서도 도무지 결혼 이야기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 아들놈을 바라보는 집식구의 눈길이 안타까워 보이는 건 이 사람의 착각인가 싶습니다. 하기야 장성한 아들이 가정을 이루어 오순도순 서로 아끼고 사랑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이야 동서고금을 막론한 모든 부모가 바라는 바이긴 할 터입니다만. 사정이 그러하니, 종종 청소라도 좀 해줄 생각에 멀리 타지(他地)에서 홀로 직장 생활을 하며 지내는 아들놈 집에 가자고 재촉할 때는 하릴없이 머리나 흔들며 차를 몰아 따라나설 수밖에 없습니다.
어찌저찌해 아들놈이 사는 오피스텔 경비의 허락까지 거쳐 근근이 주차를 마치고 집에 들어서는 순간, 두 사람의 눈은 늘 휘둥그레지곤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사내 혼자서 바쁜 사회생활을 하며 지내다 보면 그렇게 살갑게 청소할 여유가 있을 리 없으니, 집 안 구석구석에는 사람의 손길을 기다리는 흐트러진 물건들이 널려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못지않게 눈을 비비게 만드는 건 앞서 방문했을 때는 보지 못했던 물건들이 마치 낯선 사람들을 대하듯 번듯하게 제자릴 차지하고서 대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일입니다. 그러고 보니, 현관에 들어설 때 문 앞에 수북이 쌓여 있던 택배 물품들 역시 그렇듯 아들놈 집의 새로운 식구가 되길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입니다만.
‘고생한 나를 위해 ‘셀프 선물’…미코노미‘
며칠 간의 여정(旅程)을 마치고 느지막이 집으로 돌아오는 길, 택시 안에서 마주한 기사분의 한숨이 예사롭질 않습니다. 경기가 어찌나 안 좋은지 성탄절인데도 예전 같으면 붐벼야 할 저녁 시간에 중심가 일부를 제외한 도심 대부분이 쥐 죽은 듯 조용하다는 것이지요. 여유작작하며 한가롭게 여행이나 다닌 사람으로 비치지 않을까 싶어 괜스레 목덜미가 붉어집니다. 미안한 마음을 삭이며 펼쳐 든 세상 소식 중에서 ’셀프 선물‘이니, ’미코노미‘니 하는 생소한 용어가 눈길을 잡아끕니다. 꾸준히 이어지는 불황의 피로감 속에서 MZ세대 사이에 유행하는 글로벌 트렌드라는 것이지요. 그러고 보니 앞서 아들놈 집에서 보았던 그 얼떨떨한 광경도 결국은 지친 자신을 위한 소소한 선물이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한 해가 저물어가는 저녁, 부디 우리 젊은이들에게 따뜻한 위로의 말이라도 건네야 할 일입니다.
관련 기사 : 고생한 나를 위해 ‘셀프 선물’…미코노미, 닫힌 지갑을 열다 / 서울신문(2025.12.25.)
https://www.seoul.co.kr/news/society/2025/12/25/20251225008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