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엥겔지수 = (식료품비 / 총 소비지출) × 100’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어른들의 주의를 수시로 들었음에도 학창 시절 까까머리들의 귀에 그 말씀이 제대로 담길 리 있었겠습니까. 어쩌다 수업 시간에 낯선 지식이라도 하나 주워들을라치면 마치 대단한 발견이라도 한 것처럼 그걸 어디에다 써먹을까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기 일쑤였으니 말이지요. 앞세운 ‘엥겔지수’도 그렇듯 애꿎은 운명을 맞이한 용어였으니, 수업 시간 선생님에게서 들은 그 내용이 아이들에겐 그저 신기하기만 했던 모양입니다. 엥겔지수가 높을수록 집안 살림에서 먹거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져 생활이 그만큼 빠듯한 것이니, 그 지수가 낮은 게 더 넉넉하게 살아가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던 듯합니다만. 이윽고 마침 종이 울리고, 왁자하게 모여든 장난꾸러기들은 삼삼오오 패를 지어 집에 가서 그 수치를 계산해서 서로 비교해 보자며 짓궂은 웃음을 진득하게 흘렸지요. 개중에는 내심 자기 집 수치가 더 높으면 어쩌나 싶어 불안감에 마구 눈빛이 흔들리던 아이도 있었던 듯합니다만.
‘언제 식사라도 같이 한번 해야지.’
학창 시절 그 짓궂었던 광경은 기억 언저리에 오도카니 똬리를 틀고 있었던 게 분명하다 싶습니다. 나이가 들어서도 외식이라도 할 참이면, 이게 혹시나 우리 집 엥겔지수를 높이는 건 아닌가 싶어 흠칫거리다가도 슬그머니 객쩍은 웃음을 흘린 일이 여러 차례 있었으니 말입니다. 사실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함께 먹거리를 나누는 것만큼 정겨운 자리가 어디 있을까 싶으니, 그 지수의 수치라는 게 무에 그리 중요할까 싶습니다. 언제 식사라도 같이하자며 건네는 웃음은 닫힌 마음의 문을 슬며시 열어주기도 하니 말입니다. 하기야 이 사람 역시 이젠 독립해서 객지 생활을 하는 아들놈과 제대로 된 대화라도 나눌 참이면 함께 외식이라도 하자며 은근슬쩍 소매를 끌어당기곤 합니다만.
‘"한국인 관심 콘텐츠·개인 지출 비용 1위는 먹거리"’
모(某) 식품 관련 기업에서 우리네 한국인이 선호하는 콘텐츠와 개인별 지출 비용을 조사했던 모양입니다. 그 결과 1위가 모두 먹거리로 나타났다고 하니, 옳거니 하며 무릎을 치고 말았습니다. 종종 지쳐 보이는 지인들에게도 ‘이게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이 아니더냐며 너스레를 떨곤 했더니, 그리 잘못된 표현은 아니지 않았던가 하며 억지까지 부려가면서 말입니다. 부디 그러한 욕구들이 시름에 겨워하는 식당 주인들에게도 흐뭇한 위로로 이어지길 기대해 봅니다.
관련 기사 : "한국인 관심 콘텐츠·개인 지출 비용 1위는 먹거리"/ 연합뉴스(2026.01.06.)
https://www.yna.co.kr/view/AKR20260106048300030?section=economy/all&site=major_news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