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이 시려워 (꽁!)’

<주말 추억 글 마당 - 2021. 01. 11.(월)에 쓴 글입니다.>

by 이경오

‘아니! 왜 이렇게 추운 거야?’


한겨울에 동장군(冬將軍)이 위세를 떨치는 것이야 너무도 당연한 일일 터인데도 전국이 북극 추위에 얼어붙었다며 이곳저곳의 매스컴들이 연일 호들갑을 떨어 댑니다. 귀가 얇은 탓에 지레 겁을 먹고 미리 두꺼운 옷으로 중무장하고 나서노라니, 품속으로 파고드는 한기(寒氣)가 참으로 대단하긴 대단하다 싶습니다. 하지만, 바꾸어 생각해 보면 그만큼 근래 들어 겨울다운 겨울을 경험해 본 적이 적었다는 이야기인가 싶기도 합니다. TV 한 예능 프로그램에 등장한 늙수그레한 부녀의 대화 중에서 어린 시절 얼어붙은 한강에서 썰매를 탔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아마도 그 딸의 나이로 보아 1960~70년대의 상황일 듯하다 싶어 생각해 보니 이렇게 말하는 이 역시 그 시절 학창 시절을 보낸 터라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시내 중심지에 있다가 갑자기 변두리로 이사해 간 학교 앞 저수지에서 어설픈 실력으로 사촌 형에게서 물려받은 스케이트로 얼음을 지치며 그 시절 까까머리 친구들과 짓궂은 내기를 벌이던 기억도 생생하게 떠오르니 말입니다.


아마도 추위의 정도로만 치자면 그 시절 한파가 훨씬 더 극심했을 것이 분명한데도 요즘 들어서 추위에 더 힘들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싶습니다. 아무래도 나이가 들어 노쇠해진 신체 기능 때문이기도 할 터이고, 실내에 들어서 버튼만 누르면 금세 따뜻해지는 온갖 문명의 이기(利器)에 익숙해진 탓일 터이다 싶으면서도, 왠지 꼭 그것 때문만은 아니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무리 힘든 상황에서도 함께하는 이들이 서로를 향해 따뜻한 마음만 간직할 수 있다면 그 고통쯤이야 거뜬히 잊어버리듯이 ‘추위’라는 것 역시 다를 바 없지 않을까 싶으니 말입니다. 주위 사람들을 거들떠볼 여유 없이 앞만 보고 살아가는 세상의 인심이 혹시나 그 추위를 더 저리도록 몸으로 느끼게 하는 건 아닐까 싶은 건 이 사람만의 지나친 억측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강산이 네댓 번도 더 변했을 만큼 세월이 흘러버린 지금, 그 시절 까까머리 아이들의 웃음과 고함으로 가득했던 저수지에는 어느덧 고층 아파트가 빽빽하게 들어서 있고, 무심하게 스쳐 지나는 자동차들의 거친 숨소리만 요란할 따름입니다. 물론 지금도 그 시절 친구들과 함께 자리할 때면 여전히 장난기가 수그러들지 않았다 싶어 배꼽을 쥐곤 합니다만, 그래도 이젠 인생의 뒤안길을 준비하느라 다들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내딛는 기색은 역력하기만 합니다.




관련 기사 : 12일째 한파에…아니! 왜 이렇게 추운 거야? / 동아일보(2021.01.10.)

https://www.donga.com/news/Opinion/article/all/20210109/104840074/1?ref=m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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