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은 나무가 선산을 지킨다’ - 자손이 빈한해지면 선산의 나무까지 팔아 버리나 줄기가 굽어 쓸모없는 것은 그대로 남게 된다는 뜻으로, 쓸모없어 보이는 것이 도리어 제구실을 하게 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국립표준국어대사전 우리말샘>
대학 졸업 후 제각기 자신의 길을 찾아 뿔뿔이 흩어지던 시절, 더 큰물에서 뜻을 펼칠 거라며 큰 도시로 떠나가는 친구들을 바라보며 씁쓸하게 되뇌었던 말이 떠오르는 통에 뜬금없이 옮겨 보았습니다. 물론 아이들을 가르치는 직업의 특성상 자라난 곳을 두고서 굳이 그리 먼 고장까지 옮겨갈 이유가 없다 싶어 주저앉았던 터이니, 굳이 자신을 굽은 나무에까지 견줘야 할 필요가 있었겠습니까. 하지만, 어쨌든 젊음의 낭만을 담을 수 있는 온갖 문화가 융성하게 펼쳐지는 곳으로 떠나는 친구들의 뒷모습이 부러운 건 사실이었던 모양입니다. 더구나 삼십 수년의 세월을 훌쩍 건너뛰어 어느새 인생 2막을 시작하는 처지에 이르고 보니, 과연 그동안 이곳에 머물며 선산을 지키는 그 나무들처럼 제대로 된 구실을 해왔던가 싶은 회의감을 얼른 떨쳐버리기 어려운 것도 사실입니다.
며칠 전 서울 친구가 전화를 걸어와 대뜸 이번 주말에 올라올 계획은 없느냐고 묻습니다. 갑작스레 웬 서울 방문인가 싶었더니, 지구촌 곳곳의 ‘아미’-방탄소년단(BTS)의 팬덤(fandom)-들이 이날 광화문 광장에서 그들의 우상(偶像)이 펼치는 컴백 공연을 보기 위해 속속 모여들고 있다는 것이었지요. 그러고 보니, 주말 기사 곳곳에 그들의 소식을 전하는 이야기들이 가득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걱정만 늘어난다더니 그리 인파가 몰리는 중에 예기치 않은 불상사라도 생기면 어쩌나 싶어 걱정부터 앞세우고 보니, 이 사람 역시 흘러온 시간 속에서 꼰대 기질만 더 짙어졌던 모양이다 싶어 입맛만 씁쓸해집니다.
‘광화문 아리랑... BTS 열창했다, 세계가 열광했다’
몇 해 전 당시 한류의 정점에서 맹위를 떨치던 K팝 대표 그룹 젊은이들의 입대 문제로 한바탕 토론의 장(場)이 펼쳐졌다는 소식을 이곳 이야기 마당에 옮겼던 기억이 납니다만, 참으로 대견스럽게도 그들이 대한 남아(男兒)의 임무를 모두 마치고 다시 모여 한바탕 지구촌 축제를 펼쳤다니 그저 대견스럽기만 합니다. 예상한 것보다 모인 인파(人波)의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았다느니, 과도한 경호(警護)나 안전 관리로 주변 상가가 제대로 특수를 누리지 못했다느니 하는 푸념도 뒤따르는 모양입니다만, 우리네 세상일이란 게 다 그렇듯 무성한 뒷말을 매달며 이어지는 게 아니던가 싶어 그저 웃어넘기고 맙니다. 하지만, 오래전 큰 꿈을 안고 대도시로 떠나던 친구들의 뒷모습이 삼삼오오 모여든 지구촌 아미들은 물론이요, 그들 앞에서 땀 흘리며 공연을 펼치는 한 무리 젊은이들의 모습과 겹쳐 보이는 건 아마도 젊음이 뿜어내는 멋진 열정 때문이 아니던가 싶습니다.
관련 기사 : 광화문 아리랑... BTS 열창했다, 세계가 열광했다 / 조선일보(2026.03.21.)
https://www.chosun.com/culture-life/k-culture/2026/03/21/E76VWCJSFZBOTFQVT2RAHTRLM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