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세시쯤 되면 파티션 너머로 왼쪽 창가의 햇빛이 내려온다. 사선으로 내리쬐는 그 빛은 가운데 좌석에 있는 나를 표적으로 삼은 듯 직선으로 곧게 나를 때리고, 좀 성가시네라는 생각이 들 때 즈음 내리려는 블라인드가 섭섭한지 금세 빛은 도망간다. 차단당할 바에야 먼저 떠나겠다는 듯이 말이다. 햇빛을 그리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하얗고 건조한 백열등 아래 어느샌가 스며드는 누런 태양빛은 그 자체로 기분이 환기되거나 위로가 되기도 한다. 머리가 그리 복잡하면 밖으로 나와보라고 유혹하면서도 그럴 여유가 없는 걸 이해한다는 듯 빛은 사무실에 뿌리박고 있는 내게 바깥과 똑같이 나를 비춰 주고, 늘 누군가에게 그래왔듯 항상 받는 호의를 나는 그날의 기분에 따라 회답하곤 한다. 아 눈부시네 짜증 나게 하고 가차 없이 블라인드를 내려버리거나 빛이 새어오는 창밖을 바라보면서 그래 오늘은 날 밝을 때 퇴근해야지라는 결심을 하거나.
가끔은 빛을 따라가 보기도 한다. 정수리를 달구던 햇빛은 마우스를 신경질적으로 부수고 있는 손등을 때리고, 잔뜩 성이나 붉어진 귓볼을 지나 저 책상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반가사유상 피규어 뒤쪽을 강렬히 비추면 이제 소멸하는 시간이 된다. 꽤나 숭고한 소멸이 아닐 수 없다. 나에게서 소멸된 그 빛은 이제 다른 사람을 겨냥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아주 높은 확률로 배려심 많은 신입분을 건드리는 순간 그 시도는 묵사발이 된다. 사려 깊은 신입분은 뭐라도 도움이 되고자 적극적으로 블라인드를 내려주시기 때문이다. 여유가 생기시면 좋겠는데. 무념무상으로 앉은자리에서 빛을 관찰해 보는 권태로움이 생겨 보시는 것도 좋겠고. 유독 진하게 책상 위를 물들이는 노을빛을 한참 구경하는 재미도 느껴보시면 좋겠단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