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함

by 동유럽말갈족

솔직함에 상처를 안 받아 본 사람이 있을까. 세상 사람들 정말 무궁무진하게 다양하다지만 누구나 한 번쯤은 솔직함을 가장한 무례한 말에 상처받아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너를 위해서 하는 말인데, 내가 좀 돌려서 말 못 하는 성격이라 그런데, 기분 나쁘게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로 포문을 여는 솔직함은 높은 확률로 무례한 평가 또는 남에게 주는 상처에 불과하고 본인의 무례함을 알긴 하는지 서두에 까는 표현들은 진부하기 짝이 없다. 이젠 저렇게 나를 위해 친히 조언해 주겠다는 음침한 앞담화가 시작될 것 같으면 미안한데 안 궁금해하며 듣지도 않고 넘겨버리거나 눈치 줘도 꾸역꾸역 무례함을 보이는 상대에겐 당신의 생각이 얼마나 오만하고 나에게 상처가 되는지 조목조목 말해주지만 여유가 생기고 대처하는 방법이 생겼더라도 그런 상황을 대면하는 것 자체는 항상 진이 빠진다.


솔직함은 남을 향한 솔직함이 아닌 본인이 가지고 있는 날것의 생각이나 덜지 않은 감정들을 솔직하게 보여줄 때 그 매력이 보이기 시작한다. 요즘 부모님 몰래 남자친구랑 동거하려고 집 알아보고 있어 지금 집 전세금 빼서 좀 큰집으로 알아보려고, 나 사실 짝사랑하는 여자가 있어 좋아한 진 일 년 정도 된 것 같은데 요즘 질투 때문에 미치겠어 왜 그 사람은 모든 사람에게 다정한 걸까?, 난 회사에서 부장이 헛소리 할 때마다 플라잉체어로 날려버리는 상상을 해. 오늘만 한 아홉 번 날린 듯. 시시콜콜한 대화 속 무심결에 내뱉는 각자의 솔직함은 서로의 관계를 한번 더 정립시켜주곤 한다. 범죄만 아니라면 뭐든 품어줄, 객관적인 판단 없이 무조건 내 편이 되어주는 그런 관계 말이다.


솔직함에는 평가가 들어가면 안 된다. 그 자체로 받아들여야 하고 그저 공감만이 필요할 뿐이다. 내가 꺼낸 나의 솔직함은 상대방을 애정하는 마음에서 나를 공유하기 위함이지 나를 평가해 달라는 요청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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