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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마정 May 05. 2023

규슈 생각 : 일본인, 그들의 일상

규슈 한일 고대사 탐방기

여행에서 우리는 타국의 일상을 경험한다. 그리고 타국의 사람들을 만난다.

같은 일상을 살아가지만 다른 문화의 일상을 경험하며, 내가 경험하는 일상을 객관화시킬 수 있다.

우리나라에 사는 나의 일상이 더 행복한 것 같다 아니면 일본인들의 일상이 더 행복해 보인다 식의 비교를 하자는 것이 아니다.

객관적으로 남과 나를 볼 수 있다면 나의 일상에 대한 알아차림과 성찰이 가능하다는 말을 하고 싶을 뿐이다.


우리의 일상 중 중요한 시간이 저녁이다.

저녁에 누구를 만나고, 어디에서 어떤 음식을 먹는지, 술은 어떤 방식으로 먹는지 이런 것은 재미있는 여행의 관전 포인트다.

만남과 음식은 일상을 행복하게 하는, 또 다른 내일을 살게 하는 에너지일 수 있기 때문이다.


군만두에 맥주 한 잔, 하루의 피곤을 날리기 충분한...

후쿠오카의 대표 미식이라면 돈코츠 라멘, 닭고기 전골인 미즈타키, 구운 명란을 빼놓을 수 없다.

전부 생선이 아닌 것이 다행이긴 하다.

우리는 이번 답사를 준비하면서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이 의심되는 생선은 절대 먹지 않는다는 원칙을 가지고 계획을 수립했다.

유별나다 할 수 있겠지만, 커피 또한 호텔이 제공한 것이 아닌 우리가 가져간 믹스 커피를 마셨을 정도다.


미즈타키, 우리 말로 닭고기 전골은 유튜브 '오사카에 사는 사람들'로 잘 알려진 '마츠다 부장' 뿐만 아니라 요식업의 대가인 백종원씨 또한 '나카스 강변'에 있는 '하카탄사카냐아고로'에서 먹었던, '후쿠오카'를 찾는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요리 중 하나다.

'나카스 강변'의 포장마차 일명 '야타이'도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다.

남편은 두 곳, 백종원 추천 야타이 '탄룡'과 마츠다 부장 추천 야타이 '신류'를 표시해 두긴 했다.

유튜버 '후쿠오카 아저씨'가 추천한 도미츠키 등 7개의 맛집도 구글지도에 다 표현해 두긴 했다.

그러나 우리는 평범한 후쿠오카의 일상의 맛을 찾고 싶었다.


군만두, 이른바 '야끼교자'에 맥주 한 잔.

후쿠오카의 직장인들이 <교자 슈퍼 주장(餃子スーパー酒場)>이라는 곳에서 저녁을 보내는 방법이다.

<교자 슈퍼 주장>은 만두 시장 바(Gyoza Market & Bar)이다. 다양한 만두와 함께 술을 즐기는 집.

후쿠오카에서의 일정 마지막 날 저녁시간. 그곳에서 그들의 일상을 목도했다.

저녁 7시경. 한국인들보다 일상을 빨리 시작하고, 5시 30분 즈음 일찍 퇴근을 하는 일본인들.

박물관의 관람시간도 9시 또는 9시 30분부터 5시 또는 5시 30분까지이다.

우리보다 약 30분 정도 일찍 일상을 시작하고 일찍 일상을 마무리한다.


<좌> '교자 슈퍼 주장'에서 만난 일본 직장인들의 저녁 <우> 커다란 철판에 만두를 굽고 있는 젊은 셰프


한국인들은 회식 또는 동창 모임 등의 이름으로 여러 사람이 모여 '삼겹살'을 굽거나, '소맥'이라는 폭탄주를 원샷하는 문화가 널리 퍼져왔다.

물론 최근에는 삼삼오오, 둘둘 칵테일 한 잔을 놓고 저녁시간을 보내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저녁 문화의 중심은 단연 '회식'이나 '단체로 미팅을 하는 저녁자리'일 것이다.

그러나 일본인들은 우리보다 여성친구끼리, 남성친구끼리 또는 직장 동료끼리 도란도란 만나 가볍게 하이볼이나 맥주로 일상의 희로애락을 나누는 경우가 더 많은 듯하다.


그들처럼 우리도 나란히 옆에 앉아 주거니 받거니 할 수 있는 '다찌'에 앉았다.

그들처럼 군만두 두 접시와  오이초절임, 350리터 생맥주(나마 비루)를 두 잔씩이나 들이켰다.

이렇게 하니 우리 돈으로 3만 7천 원.

우리 옆자리에는 남성 둘이 와서 맥주의 절반 값인 '하이볼' 두 잔씩을 마시고 나갔다.

일본에서는 '하이볼'이 생맥주의 절반 가격으로 쌌다.

남성 일행 옆 '다찌'에는 여성 둘이 앉아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저녁밥은 다른 데서 먹고 왔나?

주점에서 그들의 주문량은 많지 않았다.

단지 교자 한 접시나, 일본식 닭튀김인 '가라아케'를 술과 함께 마시고 있었다.


일본은 카페나 음식점 안에서 담배 피우는 것에 대해 관대하다.

이 술집에서도 실내에서 담배를 태울 수 있었다.

옆자리의 남자는 전자담배가 아닌 연초담배를 맛있게 피우고 있었다.

'다찌' 건너에는 20대 키 큰 청년이 널다란 철판에 기름을 아끼지 않고 부으며 '교자'를 굽고 있었다.

그러다가 둥근 스테인리스 덮개를 씌워서 겉은 바삭하지만 속은 즙을 머금고 있는 '군만두'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굵고 탱탱한 면발의 우동'을 만들어내는 기술만큼 감탄할 만한 '교자' 맛이었다.    


사가에서 만난 전문 셰프의 '야키토리' 맛   

조금 더 고급진 일본인의 저녁 일상은 일정 첫날 사가의 호텔 근처에서.

간판 없는 야키토리집 '토리후미(Torifumi, 焼鳥 鳥ふみ)'에서 봤다(아래 구글지도 링크 참조)

오후 10시경인데 남녀 커플이 한 쌍씩 앉아 술을 마시고 있었다.

한 커플은 30대였고, 또 다른 커플은 추정컨대 40대에서 50대였다.

이 집은 필경 저녁을 먹은 후 2차로 오붓하게 술을 즐기고 싶을 때 찾아오는 곳이다.

물론 배가 고픈 사람들을 위한 저녁식사 대용 오야꼬동이라는 덮밥도 있었다.

전문 '야키토리' 주점답게 닭 부위와 채소 토리의 맛은 전문 장인의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사가라는 현에 이런 전문가가 있다니... 채소 본연의 맛을 최상으로 끌어올리는 기술.

내가 먹어본 구운 연근과 호박이 그토록 탄력감을 느끼게 하는 줄은 처음 알았다.

연근과 호박이 갖고 있는 잠재력을 끌어올려 명작을 만들고 있었다.

셰프는 음식을 내며 '하이토 레바'(White Liver)라 외쳤다. 닭의 간을 구운 요리.  

평상시라면 먹어보려고 시도도 못해봤을 음식인데, 먹을 수 있었다.

물론 '퍽퍽한 고기' 하면 떠오르는 닭가슴살과 닭의 간이 그리도 많은 즙을 머금을 수 있고 연할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한 '토리'는 '맛있다'는 한마디를 자아내게 하기 충분했다.


'토리후미'는 턱수염의 젊은 남성 셰프가 운영하고 있고, 한국을 좋아해 최근 4월 한국을 다녀왔으며 간장게장을 많이 먹었다는 친절한 젊은 여성 직원이 셰프를 돕고 있었다.

무를 갈아 특제소스에 버무려 '야키토리'와 함께 먹게 하는 것, 고추냉이를 달라고 하니 주문 직후부터 직접 고추냉이를 갈아 손님 상에 내놓는 것 등 토리후미는 관광객에게 최상의 음식을 내놓았다.

이번 답사 일정 중 가장 큰 사치를 했다.

하루 저녁에 100,000원이 훌쩍 넘는 돈을 지불했다.


<좌> 토리후미에서의 상차림 , <우> 주문한 꼬치 요리를 준비하는 토리후미 셰프와 직원


<좌> 토리후미 추천 규슈산 고구마 소주 , <우> 일본 사가현 토리후미 입구>


무엇보다 토리후미는 마츠다 부장의 술 마시는 순서를 따라하고 싶은 남편의 취향을 모두 만족시켰다.

먼저 시원한 생맥주로 일상의 고단함을 털어낸 후, 위스키와 탄산수 아니면 물을 섞은('토리후미'는 탄산수가 아닌 물을 섞는다.) 하이볼로 은근하게 '술의 세계'로 들어간다.

다음은 '규슈 고구마 소주'를 한 잔을 마신다. .

단계를 심화시켜 가며 술을 즐기는 방식이다.

여러 종류를 섞어 마시지만 과하게 먹지 않는다. 대화와 음식, 삶을 즐길 수 있는 그 수준까지만.


우리 옆에 앉았던 장년의 커플들.

먼저 등장한 여성은 '토리후미'의 단골손님인 듯, 셰프는 키핑되어 있던 위스키를 그녀 앞에 내놓았다.

누군가에 전화를 하니, 한참 후에 일상복 차림의 남성이 등장했다.

토리후미는 단골을 상대로 주된 영업을 하는 곳인가 보다. 간판도 없다.

비 오는 날 찾기가 너무 어려워 30여분 근처를 배회했다.

친절을 베푼 '오토바이 배달하는 아저씨'가 있었기에 찾을수 있었던 곳.

메뉴판에 가격이 안 적혀 있다. 주도권은 셰프에게.


Torifumi https://goo.gl/maps/2Y4Wef262J4iX1Lq5

1-23 Ekiminamihonmachi, Saga, 840-0816 일본



비싼 일본 물가, 수익자 분담의 문화 소비 사회  

일본은 물가가 비싼 나라이다.

박물관 상설전시 입장권은 700엔. '규슈국립박물관'의 기획전 또한 1,400엔이다.

수익자가 그 비용을 분담하는 가격체계다.

'후쿠오카'에서 '다자이후'까지 거의 20,000엔에 버금가는 고속도로 통행료를 부담해야 했다.

우리나라 호텔 숙박료에 포함된 무료 주차 또한 이곳에서는 별도로 주차비를 내야 한다. '후쿠오카'는 하루에 1600엔. 사가호텔의 주차비마저도 500엔이다. 게다가 후쿠오카 숙소는 별도로 '숙박세'를 내게 했다. 1인당 200엔. 대한민국이 살기 좋은 나라, 맞다.


과거 'KBS'의 '개그콘서트'에 '개그맨 박영진' 출연했던 '위대한 대한민국'이라는 코너가 있었다.

남편은 그 코너에서 박영진이 소리쳤던 말을 똑같이 울부짖고 있었다.

대한민국 미술관과 박물관의 상설전시는 무료다. "어디서? 대한민국에서!!!"


문화 등의 소비재에 대해서는 수익자가 부담하게 하지 않고 '보편적 문화복지' 관점에서 국가가 그 비용을 분담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의 체계가 얼마나 더 필요한지 그리고 '보편적 문화복지'의 정책적 관점을 고수하고 있는 대한민국이 얼마나 위대한 나라인지 알 수 있었다.


남편의 고함에 아직도 귀가 따갑다. "공공요금이 무척 저렴하다! 어디서? 대한민국에서!!!"


대한해협을 바라보며 무료도로로 여행하기

'물가가 비싼 일본' 답사 중에 고속도로 통행료를 아낄 수 있는 방법을 터득했다.

고속도로 대신 무료(일반)도로를 타는 것이다. 고속도로 대신 국도를 타는 것이다. 구글지도는 무료도로와 유료도로를 구분해 안내한다. 렌트한 차의 네비게이션의 설정을 무료도로로 설정하면 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내비게이션 속 여성'은 빠른 길인 고속도로로 안내하는 시도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녀의 고언을 번번이 무시해야 하는 마음 속 불편함만 조금 참으면 된다.

무료 도로를 타면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비용을 절약할 수 있고, 고속도로를 타면서 놓치는 아기자기한 일본 곳곳의 모습(남편은 "일본의 전형적인 미니멀리즘"이라고 늘 평가절하 한다.)을 볼 수가 있다.


특히 규슈는 한반도와 대한해협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다.

무료 도로를 이용하면 대한민국과 가장 가까운 바닷길을 탈 수 있는 곳 아닌가!  


특히 인상에 남는 기억은 둘째 날 '가라쓰'에서 '후쿠오카'로 오는 길이었다.

202번 도로를 탔다. 소나무숲을 보았고 가라쓰성을 멀리서나마 보았다.

일본에서 '1급 호텔'인 '가라쓰 시사이드호텔'을 지나자, '바닷바람을 맞은 해송'이 줄지어 나타났다.

우리나라 동해처럼 철렁이는 파도소리와 거친 포말을 목격할 수 있었다.

해질 무렵 대한해협에 지는 석양을 마주하는 호사를 느꼈다.


셋째 날, '후쿠오카'에서 '후쿠쓰'로 가는 길에도 '미야지마 해수욕장'의 '해송'을 보았다. 그리고 높은 계단을 올라 바다를 내려다볼 수 있는, 일본 최장의 금줄을 보유하고 있다는 '미야지케 신사'의 풍경도 볼 수 있었다. 이것이 모두 규슈 무료 도료 이용의 장점'이다.


<좌> 규슈 해안도로에서 바라본 대한해협 , <우> 규슈 해안도로에서 바라본 대한해협 낙조
<좌> 규슈 가라쓰성 , <우> 규슈 가라쓰 해송 군락


다음 후쿠오카 버킷 리스트, 우에스토에서 맥주 마시기

빡빡하게 계획된 일정 가운데 간편하게 먹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중요하다.

간편하게 요기할 수 있는 '맥도널드' 등 버거집이나 우리의 '김밥천국' 같은 프렌차이즈 음식점.

그 나라의 맛을 느끼고 가격도 착한 간편식당이라면 더할 나위 없는 좋은 여행 동반자다.

이번 규슈 일정에서 단연 가심비 갑은 <우에스토>다.


규슈에서 덮밥류 간편식당으로 '마츠야'가 있다면, 소바와 우동정식 체인점으로는 단연 <우에스토>다.

'요시노가리' 인근에도, '후쿠츠' 인근에도, 마지막날 공항 인근에도 어김없이 너른 주차장과 함께 우리를 반긴 곳은 '우에스토'다. 우에스토는 영어 웨스트(WEST)를 일본식으로 발음한 것이다.

가격으로 따지자면, '소바' 단품은 500엔이 불과하다.

야채와 새우튀김이 한 접시 딸려 나오는 세트도 700엔이 되지 않는다.

인심 좋은 '우에스토'는 3인분(산타미, 3옥)도 '1인분 소바 값'으로 받는다.

주문할 때 물어보면, "산타미"로 답하시라.

그렇게 남편과 나, 둘이 '소바 정식'에 '가라아케'를 함께 곁들여도 2,000엔을 넘지 않는다.


가격도 가격인데, 맛도 가볍지 않다.

이 집의 '소바'는 우리의 '메밀'보다 가늘면서 메밀향이 짙지 않다.

소스는 간 무즙이 빠지고 간장, 파, 고추냉이로 진한 국물맛을 자랑한다.

'우에스토'는 소바와 우동 전문점 외에도 불고기, 중식당을 운영하는 음식 체인점이다.

이러한 그룹을 만들기까지의 사장의 노력은 입지전적인가보다. 우에스토 카운터에는 판매용 책이 꽂혀 있다.

책 표지에는 양복에 넥타이를 맨 노년의 신사가 성공한 CEO 필로 웃고 있다.

‘우에스토'를 일군 사장의 자전적 에세이인가 보다.


'후쿠오카'를 또 방문할 수 있게 된다면 그때는 그들의 일상을 맛보는 시도를 해보리라.

'우에스토'에 가서, 늦은 저녁 시간, 우동도 먹어보고, '가라아케' 말고도 많은 다양한 사이드 디시를 종류별로 전부 주문해서, 모조리 다 먹어보리라. 맥주 한 잔과 함께.

나의 다음 후쿠오카 버킷 리스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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