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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라스타 Jul 24. 2022

질문의 무게

질문하는 자세와 질문받는 자세에 대하여

T&Q.


Think & Question의 머릿글자입니다.


오래전 후배와의 술자리에서 내뱉은 말인데 그 후배는 그 말이 맘에 들었는지 어학원을 오픈하면서 T&Q라는 이름을 붙였더군요.


그 후배에게는 말하지 않았지만 T&Q는 T&A와 한 쌍입니다. 이 둘은  Q&A를 분리해서 그 앞에 T를 붙인 것입니다. 질문하는 학생은 T&Q 하고 질문받는 선생은 T&A하라는 뜻입니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모르면 바로 질문하고 질문하면 바로 답하는 문화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이제 학생들은 모르는 문제 옆에 별을 그려놓기만 하면 과제를 다 했다고 생각하더군요. 하지만 아는 문제만 풀고 모르는 문제는 아예 풀어보지도 않는 것은 과제를 수행한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결국 저에게 처음 배우는 학생들은 거의 예외 없이 아래와 같은 대화를 나누게 되더군요.

 

이 문제의 어디를 모르니?


네?


이 문제를 못 풀게 만든 부분이 어디냐고 물은 거란다.


그냥 몰라서 못 푼 건데요.


자, 그럼 문제를 하나하나 분석해보자. 혹시 단서로 주어진 A를 모르니?


아는데요.


설명해볼래?


네. A는 무엇입니다.


그럼 다른 단서인 B를 모르니?


그것도 아는데요.


설명해볼래?


네. B는 무엇입니다.


그럼 무엇을 구하는 문제인지 모르는 거니?


C를 구하라는 것 같습니다.


C를 구하는 문제라는 것에 확신이 없니?


아닙니다. C를 구하는 게 맞습니다.


그럼 문제를 풀어보고 다시 질문해주겠니?


네.


(잠시 후)


 거의 다 온 것 같은데 이 부분에서 막힙니다.


굿 잡. 그 부분은 계산이 아니라 구조를 봐야 해결할 수 있다. 구조적으로 그럴 수밖에 없다는 것이 네 눈에도 보이면 좋겠는데.

  

아! 보여요. 단서들이 서로 이런 식으로 연결되는 거 맞죠?


빙고.


이런 식의 문답을 몇 번 하면 학생은 절대로 그냥 질문하지 않습니다. 충분히 생각하고 질문합니다. 어디서 왜 막혔는지, 기존 방식으로 풀면 왜 안되는지, 잘 푼 것 같은데 왜 답이 다른지, 왜 단서들이 서로 모순을 일으키는지, 일단 대입해서 답을 구하긴 했는데 원래는 어떻게 풀었어야 했는지, 푸는데 너무 시간이 많이 걸렸는데 다른 접근법은 없는지 등 질문의 수준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학생으로 하여금  T&Q 하게 만들려면 선생이 반드시 T&A해야 합니다. 해설지처럼 즉답하면 학생은 계속해서 생각 없이 즉문수밖에 없습니다. 질문의 수준을 높일 수 있도록 선생은 대답 과정에서 여러 장치를 미리 설계해야  합니다. 문제를 재정의하기도 하고 개념을 분리하기도 하고 때로는 톤 다운(같은 유형의 문제를 다소 쉽게 만드는 작업)한 문제를 먼저 풀어보게도 하고 더 나아가 문제를 해결한 뒤에도 톤 업(같은 유형의 문제를 조금 더 어렵게 만드는 작업)한 문제를 제시하는 등 질문한 문제를 해결할 때마다 수학적 사고력이 조금이라도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수학적 사고력은 어려운 문제를 풀 때 자라는 것이 아니라 높은 수준의 질문과 대답을 통해서 자라납니다.


오늘의 결론/질문의 수준이 지적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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