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맥북이 지문 인식을 못 한다
얼마 전 선릉에서 일하는 날이 생겨, 오랜만에 내 맥북을 가방에 챙겨 넣고 공유 오피스에 도착했다.
도착해서 커피 한 잔을 내리고, 맥북 앞에 앉았다.
맥북을 열고 뱅~ 하는 소리와 맥 전원이 들어왔다. 자연스럽게 엄지손가락을 지문 인식 키에 살짝 올려 두었다. 응? 반응이 없다. 다시 한번 시도.
응? 그럼 두 번째 손가락도 등록되어 있으니
두 번째 손가락을 올렸다.
응?
클라이밍 하느라 손가락 스킨이 다 털렸다는 걸 인지하지 못했다.
맥북이 내 손가락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구나..
손가락이 저 지경이니 인식 못 할 만도!!
피식 어이없는 웃음과 함께 비밀번호를 눌러 잠금화면을 풀었다.
요즘 어려운 문제를 풀어대느라 손가락 손목 어깨가 남아나질 않는다.
왜 손이 저 지경이 될 때까지 혹사하냐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문제를 풀다 보면 또 그게..풀린다는 사실.
내가 풀어낼 수 없는 문제라면 애초에 벽에 달라붙지도 않을 텐데.. 근데..
어려운 남색 난이도 문제가 한 개씩 풀리는 게 아닌가?
손가락이 아파서 퉁퉁 붓는데도 자꾸 벽에 달라붙는다.
오늘은 운동을 하고 싶었으나..
요즘 컨디션이 별로라.. 시간 맞춰 칼퇴 후
병원으로… 소화기관이 제대로 일을 하지 않고 있다.
뭐만 먹으면 배가 아프고, 더부룩해서 병원 닫기 전에 집 근처 주치의 병원으로
원래 위장 기관이 좋지 않으니, 무리하지 말고, 스트레스받지 말고, 잠을 잘 자라는 닥터님의 처방.
튀긴 거, 매운 거 먹지 말라고.. 어차피 잘 안 먹는 음식이니 저런 건 쉽다.
저녁을 먹지 않고, 운동을 하는 사람이 하루에 고작 한 끼 먹는 다고 하니
닥터님 나를 이상한 눈으로.. 제발 잘 먹으라는 조언과 약간 눈으로 욕하시는 듯한 눈빛 발사!
운동을 해도 먹고 하던가!
음…글쎄요.. 그건 쫌 생각을..해..해볼게요.
병원 탈출!
3주간의 운동 기록을 남겨본다.
그동안 운동 기록을 멈췄던 이유가
3주 전 A섹터 새로운 문제가 전체적으로 난이도가 어렵게 나와서
한 개씩 완등 하느라 시간이 좀 걸렸다.
나만의 무브를 만들고, 나만에 루트를 만들고
짧아도 할 수 있다! 는 … 키 작아서 안돼요 하면
엉덩이를 차주겠어요!
그리고 엄청난 감격에 순간이!!
바로 드디어 첫 다이노 성공!
짧은 길이로 저 무브 만드느라..
저 때 10번 이상은 뛰어 본 것 같다.
10번이 뭐 많다고 하겠냐만..
저거 한 번 떨어지면 20분 이상은 쉬어야 다시 시도할 수 있는 지구력 쏟아붓는 문제다.
저 주황남색 문제 완등 하고.. 손목이 아파서 일주일은 통증이 지속되었다.
이 보라남색 문제는 완등 하는데 5일 이상 걸렸다. 매달린 것만 25번 이상은 매달렸다.
체력이 완전 방전되는 문제.
중간쯤에 삼각형 같이 생긴 홀드를 제압해야 하는데 저 부분에서 계속 떨어지길 반복!
왼쪽 발을 버려야 버틸 수 있었고, 탑 전 홀드도 몸을 당겨서 쳐야 하는 홀드라..
정말 정신이 혼미해진다.
그래도 완등!
초록남색 개구리 문제!
이 문제는 사연이 있는 문제.
이 문제가 홀드가 작아서 손 스킨이 탈탈 털린 문제!!
홀드가 작은데.. 근데 또!! 홀드가 너무 좋아서 잘 잡히니깐.. 여러 번 시도 끝에 완등.
2번이나 완등을..
분명히 나는 완등을 했다. 완등 후 영상을 보는데 탑이 잘려서 녹화가 된 게 아닌가??
홈짐 분들이! 어!! 그건 땡!!
크크크크크 뭘 잡은 줄 알고? 다시 고고
결국 다시 문제를 풀어냈다!! 이번에 완등 잘 찍혔다고!!!
3주간 차곡차곡 쌓아 놓은 영상을 풀어본다.
아직도 못 푼 문제가 6개나 남았는데..
어려워서.. 천천히 풀어 보려 한다.
보라색 난이도 완등 하는 그날까지!
그래도 살짝 잡아본 보라색 난이도!
역시 매운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