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저는 사업으로 성공한 선배님과 저녁 식사를 같이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돈 많은 선배님과 간 곳은 럭셔리한 고급 식당이었습니다. 그런데 그곳에서 다소 황망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자리에 앉아 음식을 주문한 후 오랜만에 선배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담소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10여 분이 지나고 음식이 나왔을 때 선배님이 이런 말을 하였습니다.
“잠깐만… 메뉴판 보니까 인스타 이벤트에 사진 인증하고 해시태그 달면 에이드 한잔 준다고 나와 있던데, 한잔은 따로 주문하고 한잔은 이벤트 참여로 마시자”
그러더니 정말 사진을 찍어 인스타에 올리고 직원에게 보여주며 에이드 음료를 달라고 하였고 한잔만 주문하는 게 아니겠어요?
“음… 공짜로 마시는 거라 그런지 더 맛있는데?”
그런 선배님에게 저는 그 이유를 물어보았습니다.
“선배님도 인스타 인증하고 이벤트 참여하세요? 돈 많은 분은 전혀 다를 거라고 생각했는데 저랑 같네요?”
그러자 선배님은 이렇게 얘기하였습니다.
“TV에서 보는 것처럼 돈이 어느 정도 있는 사람들이 돈 펑펑 쓰고 다닐 것 같지만 실제로 대부분은 그렇지 않아. 사실 나는 경제적 자유를 이루었고 먹고 싶은 건 가격에 신경 쓰지 않고 먹을 수 있어. 하지만 예전보다 생활이 윤택해졌다고 푼돈, 절약을 우습게 알면 금세 나태해지거든. 그동안 피땀으로 쌓아 올린 것들이 어느 한순간에 무너져 내릴지도 모른다는 불안한 생각이 들더라고. 비록 사업을 하고 있어서 고급 차를 타고 있지만 나도 주유소 싼 곳 찾아서 기름 넣고 계산도 주유 할인되는 신용카드로 해. 아낄 수 있는 게 있으면 당연히 아껴야지.”
이 이야기를 듣고 저는 중요한 것을 깨달았습니다.
‘아, 부자도 이렇게 절약하는 마인드를 통해 절제를 잃어버리지 않고 자신의 부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구나.’
우리는 로또에 당첨되거나 토지보상으로 일확천금을 얻고 부자가 된 사람들의 불행한 말로를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습니다. 긴장의 끈을 놓아 버려 흥청망청 돈을 쓰고 어느새 재산은 다 빠져나가 오히려 예전 생활보다 못하고 불행해진 이야기를 종종 매체에서 접하곤 합니다.
실제로 자수성가한 부자들의 경우 짠돌이가 많습니다. 고인이 되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워런 버핏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구두 한 켤레로 10년을 버틴 정주영 회장의 근검절약 정신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워런 버핏 또한 90조 원의 넘는 재산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60년 전 구입한 자택에서 생활하는 등 매우 소박한 생활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사실 몇천 원, 몇만 원 아꼈다고 부자들의 재산이 더 늘어날까요? 재산이 수천억 원이 넘는 사람에게 비싼 밥 한 끼 값은 정말 대수롭지 않은 금액이지만 부자들은 절약을 통해 검소함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일 겁니다.
사람의 마음은 간사합니다. 돈이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쓰임새가 커지고, 쓰임새가 커지면 사치스러운 마음이 들고 푼돈을 우습게 보는 낭비벽도 싹트기 쉽습니다. 절약은 이처럼 부자가 되고 나면 나타나는 소비의 욕망을 억제해 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러한 이유에서 우리는 절약의 중요성을 알아야 합니다.
저 역시 짠테크 강의를 하며 절약을 몸소 실천하고 있습니다. 잠깐 저의 사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당시 저는 아내, 아이와 함께 해외여행을 계획 중이었는데 그때 신용카드로 대한항공 마일리지 모으기에 혈안이었습니다. 바로 가족들과 비즈니스석을 타고 유럽여행을 가고 싶었기 때문이었는데요. 저 때문에 고생했던 가족들에게 주는 일종의 선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마일리지 비즈니스석은 몇 좌석 안 되기 때문에 거의 1년 전에 서둘러 예약하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특히나 저희 같은 3인 가족은 더욱 그렇습니다.
저는 당시 대출과 투자를 병행하고 있던 관계로 매월 급여 이상의 현금흐름이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제가 간이 배 밖으로 나왔는지 부자도 아니면서 우쭐함이 생겼는지 대뜸 유럽행 비즈니스석을 알아보고 있는 게 아니겠어요?
당시 터키항공 비즈니스석이 특가로 200만 원이었습니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과 비교하면 훨씬 저렴한 금액인 것은 맞습니다. 그래도 모든 여행비를 계산해 보니 천만 원이 훌쩍 넘었습니다. 하지만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왜 제가 그렇게 하고 싶은지를 얘기하며 아내와 상의를 했습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습니다.
1. 아이가 6살밖에 안 되었는데 유럽 장거리 여행은 무리이니 가까운 일본이나 대만을 가자.
2. 우리가 비즈니스석을 탈만큼 여유가 있지는 않으니 현실에 맞게 저가 항공을 타자.
3. 숙소도 잠만 자는 용도이니 호텔보다는 게스트하우스의 2인실을 이용하자. (만 7세까지는 무료 숙박 가능합니다.)
그 후로는 열심히 아껴 모은 돈으로 가족여행을 가더라도 호텔에 묵지 않고 게스트하우스에서 잤고 비용을 아껴 여행경비로 사용했습니다. 게스트하우스 숙박료는 보통 1박에 5~6만 원이었습니다. 잠깐이긴 했지만 나태해졌던 저도 아내의 현실적인 조언에 다시 정신을 차리게 되었고 근검절약을 생활화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커피숍에 가지 않고 매일 그 돈으로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제가 비록 부자는 아니지만 그런 것을 통해 절약하는 마인드 세팅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루에 커피 한 잔 값 5천 원을 아낀다고 당장 부자가 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근검절약하는 습관을 지속하여 부자가 되는 기틀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이 작은 실천이 부자로 다가서는 징검다리를 놓는 초석은 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