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이해 안되는 엄마의 말이 있다.
나와 엄마 사이가 가장 멀어진 시기는 내가 결혼하면서였다. 남들은 결혼 준비하면서 신랑과 싸운다고 그러다 헤어지는 사람도 많다고 했다. 하지만 난 신랑과 싸우지 않고 엄마와 싸웠다. 아니 싸움이라고하면 대립하여 서로 따지는일인데 나는 서로 따지는 일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엄마의 화를 감당해내야했다.
사실 시작은 엄마와 나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큰언니가 내가 신혼집에 입주하는 날 입주청소와 관련된 이야기를하다 그집을 언제 가서 청소하려고 하느냐며 언니가 입주 청소비를 내줄테니 업체에 맡기로 하는데서 시작되었다. 집이 그렇게 큰것도 아니고 애가 있는것도 아니니 그냥 한번 가서 내가 속시원하게 쓸고 닦고해도 상관없는데 큰언니는 괜히 몸상하지 말고 언니말을 들으라며 기어코 업체를 부르게했다. 그렇게 신혼집 입주 청소를 끝내고 입금을 해야하는데 큰언니한테 연락이 없었다. 결국 큰언니한테 전화해서 청소는 끝났고 청소비는 얼마가 나왔다 계좌를 보내줄테니 그럼 입금 해달라 이렇게 통화를 마쳤다. 큰언니와 전화 통화를 끝내고 몇분 지나 엄마한테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를 받자 마자 엄마는 화를 냈다. 내 이야기는 애초부터 중요하지 않다는듯 들어볼 생각이 없다는 듯 너는 왜 언니한테 돈돈돈 소리를 하냐며 화를 냈다. 난 도대체 큰언니가 엄마한테 무슨 이야기를 어떻게 한건지 알 수 도 없는 상황에 엄마의 화를 감당해내야했다.
처음엔 엄마가 화 내는 이유를 몰라 당황스러웠다. 처음부터 내 이야기를 들어볼 생각도 없으면서 나한테 전화해서 왜 그러느냐며 이유를 묻는 엄마의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다 통화를 하는 중간쯤부턴 억울해지기 시작했다. 나도 엄마 딸인데 엄마는 여태까지 나를 위해 한번도 큰목소리를 내며 내편을 들어준적 없다는걸 깨달았을때였다. 그래서 나도 엄마에게 "나는 엄마 딸이 맞는건지 모르겠다" 이렇게 한마디 내 뱉었다. 그러자 엄마에게 돌아오는 대답은 "그럼 엄마 딸 하지마 너 아니어도 딸 많아" 였다. 그랬다. 엄마는 내가 아니더라도 딸이 세명이나 더 있다. 나는 엄마에게 없어도 그만인 딸이었다. 엄마의 그 말을 마지막으로 우리의 전화는 끊어졌다.
그렇게 엄마와 통화를 끝내고 주저 앉아 한참을 울었다. 울고 또 울고 눈물이 어디서 이렇게 나올 수 있을까 싶을정도로 신기할정도로 계속 흐르는 눈물이 나중엔 아프기까지 했다. 이 모든 상황을 옆에서 지켜 본 신랑은 어떻게든 중재해주려했지만 나는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이건 나와 엄마가 해결해야할 문제라는걸 신랑이 옆에서 어떻게 해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걸...
그날 이후 안그래도 가깝지 않았던 엄마와의 관계가 더욱 멀어졌다. 친정에 가야할일을 되도록 만들지 않았고 가야한다면 딱 하루만 있다가 올수 있도록 별별 핑계를 만들었다. 엄마 말대로 나는 엄마에게 없어도 되는 딸이 되었다.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알게 되는 엄마 마음이 있어서 그동안 내가 엄마에게 너무 매몰차게 대한것은 아니었을까 엄마에게도 엄마의 사정이 있었는데 나는 엄마의 사정은 모르고 엄마가 내뱉은 말에 상처받고 엄마와 멀어진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에 쓰기 시작한 엄마일기다. 앞서 몇번의 이야기들은 실제로 백프로는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정도 엄마를 이해했고 엄마의 사정을 알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날의 일은 아직까지도 나에게 있어 상처고 아픔이고 엄마를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나의 엄마 나이가 일곱살이라 아직 시집보낸 딸이 없어 아직까지도 엄마의 마음을 이해할수 없는건지 모르겠지만 아직도 이해할 수 없는 엄마의 사정이니만큼 그냥 끝까지 모르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나는 내 딸에게 이렇게 이해할수 없는 일이 없었으면 나는 딸에게 상처가 되는 말 하지 말아야겠다 다짐하는 일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