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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윤제 Oct 10. 2023

《사냥으로서의 음악》

키냐르는 말한다. “초식 동물들은 시체를 먹다가 육식 동물로 바뀌었다. 이 이동이 최초의 메타포(metaphora이동하다)이다.” 160만 년 전의 인간은 이러한 동물들의 포식을 모방하기 위해 사냥을 시작했다.


키냐르는 인간 문화의 원천을 ‘사냥’에서 발견한다. 인간이 만드는 모든 이야기의 원천이 사냥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세 부분으로 나뉜다: 사냥을 떠나기, 죽이기, 돌아오기. 사냥꾼은 사냥감을 가지고 돌아와 집단의 구성원에게 그 이야기를 해준다.


사냥은 인간의 문화를 구성하는 필수 요소인 전쟁과 종교보다 앞선다. “사냥이 타인의 파괴와 공동의 제물이라는 전쟁과 종교의 두 원천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최초의 악기들은 인간이 사냥한 노획물로 만들어졌다. 인간은 짐승의 가죽을 벗겨 북을 만들고, 그 짐승의 뿔로 나팔을 만든다. 현악기인 리라 혹은 키타라는 신에게 노래를 쏘아 올리는 고대의 활에서(혹은 짐승을 겨냥한 화살에서) 유래했다.


따라서 음악가는 사냥꾼이다. 사냥감은 관객이다. 그는 활시위를 관객에게 겨눈다. 어둠 속에 숨어 들어가 객석에 빼곡히 자리 잡은 관객들은 미동도 하지 않는다. [무례와 결례에 대한] 공포에 사로잡힌 탓이다. “음악은 사고가 두려움을 느끼는 곳에서 사고한다.”


이윽고 사냥꾼이 시위를 놓는 순간, 음악이 연주된다. 위대한 시인 호메로스가 노래한다. 오디세우스가 “시위를 놓자 활이 아름답게kalon aeise 노래하니, 마치 제비 소리audén와 같았다.”(『오디세이아』 제22권) 사냥꾼이 부르는 노래(en-chantant)는 사냥감을 매혹(enchantresse)한다.


또한 음악의 리듬은 인간을 쥐고 북가죽처럼 고정한다. 희랍의 비극 시인 아이스킬로스는 프로메테우스가 쇠사슬의 “리듬”에 둘러싸인 채 바위에 영원히 결박되었노라 말한다.”

 

음악에 매혹당하고 속박당해 꼼짝하지 못하는 관객들은 연주를 들으며 흥분한다. “라틴어 동사 excitare(흥분시키다)는 개들에게 사용하는 기술 용어로써, 우선 개들이 사냥감을 유인하고 쫓아가고 추적에 몰두하도록 사람들이 지르는 외침 소리”에서 연원 한다. 즉 음악을 통해 관객이 느끼는 흥분은 곧 그가 사냥당한다는 뜻이다.


음악은 끝났다 — 즉 사냥이 끝났다.


환희에 찬 관객들의 ‘박수’ — 화살에 맞아 죽어가는 사냥감의 경련이다.


격렬하게 토해내는 “브라보!”— 사냥감이 마지막에 내뱉는 단말마다.


孫潤祭, 2023. 10.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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