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던 짝이 있었습니다. 오밤중에 가끔 나타나선, 날 마음대로 비참하게 만드는 게 취미인 것 같아서 혼자서 과거의 일에 혼자서 괜히 부끄러워합니다. 뭔갈 해 보려 손을 허우적, 이리저리 흔들어봐도 잡히는 것이 없는 게 너무 싫어서 괴로웠습니다. 항상 그랬습니다. 시작은 바라는 것 없이 그저 누군가에게 사랑을 주는 것만이 행복인 줄만 알았는데,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는 걸 항상 까먹습니다. 위선자일 뿐인 나는 손안에 남아있는 게 하나 없이 괴로울 뿐입니다.
그렇게 나쁘게 해어진 사이는 아니었습니다. 서로가 자연스레 멀어졌고, 다툼 하나 없었습니다. 헤어질 상황이 되었을 때도 `헤어지자`, `그래`라는 말 한마디씩 나누었을 뿐입니다. 그 뒤에 어쩌다 생일이 되면 축하해 주고, 우연히 소식을 전해 들으면 이야기를 나누다가 습관적으로 실없는 소리를 내뱉고, 그녀는 그 전과같이 웃어줍니다. 그런데도 전과 같은 설렘은 없습니다.
가끔 소식이 궁금할 때가 있습니다. 싸우고 헤어졌으면 흔적이라도 없었을 텐데, 우리는 아직 정리해야 할 것들이 많습니다. 그녀가 사준 지갑을 나는 아직도 쓰고 있고, 돈을 아낄 거라며 아직도 쓰고 있는 오래된 휴대폰에는 둘이서 찍었던 사진이 아직 남아있었습니다. 서로 팔로우해 놓은 SNS 에는 같이 쓴 교환일기 같은 그녀의 글이 남아있었습니다. 버린다는 건 여전히 어렵습니다. 나는 과거의 추억을 먹고 살아가는 사람인가 봅니다.
술기운 때문일 겁니다. 그냥 그렇게 편하게 생각하고 싶습니다. 혼자서 남겨져 괜히 우울했고, 새벽에 우연히 알고리즘에 뜬 우울한 노래를 틀어버려서 그렇고, 컴퓨터 용량이 없어서 파일을 정리하다 우연히 보게 된 둘이서 찍은 사진 때문일 겁니다. 나는 그녀를 이제 사랑하지 않습니다. 그냥, 누군가가 보고 싶었을 뿐입니다. 나는 또 혼자서 부끄러움을 안고 그녀의 사진을 지웠습니다. 그런데 오늘 본 그녀의 사진이 잊히는 데는 얼마나 시간이 흐를지 잘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