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로밋의 기술지능 Jun 29. 2021

호식총 이야기

호랑이에게 물려죽은자의 무덤

복원해 놓은 호식총 모습


조선시대 말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야산에선 호랑이에게 물리거나 잡아먹히는 재난인,

호환을 당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하지요. 그래서 그런지 호랑와 곶감 이나 떡하나주면 안잡아먹지 같은 호랑이를 주제로 하는 동화이야기도 많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사람이 범에게 잡아먹히면, 범에게 잡아먹힌 시신은 호식이 이루어진 바로 그자리에서 반드시 화장을 하고 화장한 재 위에 그대로 돌들을 쌓아 봉분을 만든뒤 꼭대기에 철옹성을 상징하는 떡시루를 뒤집어 얹어 결계를 쳐 액운을 막고 시루바닥 구멍엔 부엌칼이나 물레송곳, 또는 날카로운 창을 꽂아서 으로 봉인을 했다고 합니다.


호랑이는 식인을 한후 반드시 머리는 그냥 남겨두었다고 하는데요..

잡아먹은 사람의 머리카락을 혀로 싹싹 핥아서 왼 가르마로 곱게 빗어 놓는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고 합니다. ㅎ ㄷ ㄷ

그래서 그렇게 남은 시신의 유해를 수습해 화장을 했던것이죠...


결계와 봉인을 한 이유는 호랑이에게 잡아먹힌 자는 창귀라고 또는 호귀라고 부르는

귀신으로 환생해 산신령으로 까지 섬겨지던 호랑이의 명령을 따르는 종이 된다고 믿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 창귀는 귀신 중에서도 아주 낮은 취급을 맏는 하급 귀신 대접을 받았으며


환생한 창귀는 숙명적으로 생전에 잘 알던 가족이나 친지, 그리고 친구들을 유인해서

호랑이의 먹이가 되게끔하는 역할을 하게되고 그렇게 새로운 희생자가 나오면 

비로소 그 창귀는 호랑이의 노예에서 풀려나 자유롭게 저승으로 갈수 있었다고 믿었다고 하네요.


그래서 창귀가 세상에 못나오게 결계를 치고 봉인을 해서 

연쇄 호환의 비극을 막고자했던 샤머니즘적 토속신앙 주술이었던 것이죠. 

그런 돌무덤을 호식총(호랑이에게 잡아먹힌 자의 무덤)이라 불렀으며 

오늘날 까지도 강원도에만 100여기가 남아있다고 합니다.


조선시대의 여러실록에도 한해 평균 100여건 이상의 호환사건들이 기록되어있다고 합니다.

주로 탐관오리의 횡포나 일제의 수탈을 피해 산속으로 숨어든 화전민들이 

호랑이에게 많이들 당했다고 하구요.


아주 오래전 이야기로 들리시겠지만 불과 100년전에 흔하게 벌어졌던 일이며 우리땅에 

호랑이가 없어진건 일제시대때 일본 사냥꾼들이 들어와 화승총보다 개량된 서양식 총으로

호랑이를 무차별 사냥하면서부터 라고 합니다.


인터넷상에 돌아다니는 움짤(GIF)중에서 인도호랑이가 코끼리를 탄 인도사람을 뛰어올라 덮치는 영상을 보신분이 있는지 모르겠는데 한반도에 살던 시베리아 호랑이는 인도호랑이보다 두배는 더 덩치가 컸다고 합니다. 


지금은 호랑이가 없어져 맷돼지나 담비같은 짐승들이 산속에서 왕노릇을 하고 있는게 문제긴 하지만 그래도 호랑이가 없는 요즘 시절에 태어난게 복이라는 생각이 드는 이야기입니다. 


여러분도 혹시 우리동네 뒷산엔 호식총이 없는지 없는지 산행중에  한번 찾아 보시죠.

돌무더기 위에 깨진 시루항아리 파편이 없는지 말이죠…


아직도 남아있는 조선시대 호식총의 흔적


참고: 다큐멘터리 범의 땅 3부작 중에서 ..

작가의 이전글 따끈따끈한 달의 새 비밀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