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대원칙
문제는 ‘O, X, O?, X?, ? 표시하면서’, ‘1번부터 5번까지 순서대로' 풀어야 합니다. 표시를 한다는 점, 순서대로 푼다는 점 모두 유의미하고 중요한 요소입니다. 모든 객관식 시험은 시간의 압박을 받습니다. 그래서 수험생은 필연적으로 문제 풀이 시간을 단축하고자 합니다. 그런데 빨리 읽는 방식으로 문제 풀이 시간을 줄여서는 안 됩니다. 빨리 읽는 방법으로 문제 풀이 시간을 단축하면, 정확도가 떨어지고 비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정상적인 속도로 글을 읽고 생각하되, 위와 같은 대원칙을 지킨다면, 불필요한 고민의 시간을 줄이고, 읽어야 하는 텍스트의 양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나. O, X 표시 활용하기
선지를 읽으면서 정선지에는 ‘O ’표시를, 오선지에는 ‘X’ 표시를, 정선지인 것 같은데 확실하지 않으면 ‘O?’ 표시를, 오선지인 것 같은데 확실하지 않으면 ‘X?’ 표시를, 정오를 전혀 분별할 수 없으면 ‘?’ 표시를 합니다. 1번부터 5번까지 위 표시를 하며 읽었는데 확신의 정답을 찾을 수 없을 땐 더 고민하지 말고 표시한 기호를 근거로 ‘가장 정답일 확률이 높은 선지’를 찍습니다.
시험을 보는 중에는 극도의 긴장감과 절박함에 읽었던 선지를 한 번 더 읽는 실수를 하게 됩니다. 이때 고민한 시간만큼 시험시간이 모자랄 것이고, 이때 한 번 더 읽은 선지의 개수만큼 뒷부분의 선지를 읽어보지도 못하고 제출해야 할 것입니다. 뒷부분에 아는 문제가 나올지, 모르는 문제가 나올지는 알 수 없으나, 지금 눈앞에 있는 문제는 모르는 문제라는 점이 확실한 만큼, 지금 눈앞에 있는 모르는 문제에 시간을 쓰는 건 필연적으로 비합리적 선택일 수밖에 없습니다. 모르는 문제를 만났을 때는 ‘가장 정답일 확률이 높은 선지’를 찍고 넘어가야 합니다. 그게 그 순간에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입니다.
확률이 같은 선지가 두 개 이상인 경우 그 두 개의 선지를 잇는 표시를 나름대로 해둬서 나중에 마킹할 때 어떤 선지 중에 하나를 골라야 할지 표시만 해두고 넘어갑니다. 선별된 두 개 이상의 선지 중 최종적으로 어떤 걸 정답으로 선택할지는 이후 마킹하는 단계에서 남은 시간을 확인하며 마저 할 수 있습니다.
다. 스킵하기
풀다가 정답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 선지를 찾으면 굳이 밑에 걸 더 보지 않고 문제지에 체크하고 넘어가되, 그 번호 밑에 밑줄을 크게 치고 넘어갑니다. 이때 이 밑줄은 ‘여기까지만 읽었다 그 밑은 안 읽었다’라는 표시입니다. 선지를 읽지 않고 넘어가는 것이 처음에는 불안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밑줄 밑의 선지는 마킹할 때 남은 시간을 고려하여 다시 읽을 수 있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 작업을 위해 선지는 무조건 1번부터 5번까지 순서대로 읽으시길 권유한 겁니다. 순서대로 읽지 않으면 밑줄 한 줄로 읽은 선지와 안 읽은 선지를 간단한 표시만으로 구분할 수 없습니다.
라. 마킹단계
위와 같은 방법으로 끝까지 문제를 풀면 필연적으로 시간이 남을 수밖에 없습니다. 시험지가 만들어질 때 출제자가 의도한 것보다 10개 이상의 선지를 덜 읽었기 때문에 남들이 5~10문제 정도 남겼을 때 이미 끝까지 문제를 다 보게 됩니다.
여기까지 됐으면 일단 내가 알고도 시간이 없어서 틀리는 문제는 없고, 모르는 문제는 가장 정답일 확률이 높은 게 선별됐습니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버리는 시간은 전혀 없었고, 오히려 아껴둔 시간만 있으므로 이 단계까지는 시간을 굳이 체크하며 풀지 않아도 됩니다. 어차피 이보다 빨리 풀 수는 없습니다.
이렇게 한번 초벌을 끝낸 이후에는 남은 시간을 확인합니다. 일반적으로 마킹에 5분에서 10분을 할애한다고 한다면 그 이상의 시간은 앞선 단계에서 확률이 같은 두 개 이상의 선지 또는 정답을 발견해서 안 읽고 넘어간 선지를 체크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됩니다.
남은 시간을 모두 확인했다면 앞으로 돌아가서 마킹을 시작합니다. 상술한 바와 같이 남은 시간에 따라, 밑줄 그어놓고 넘어간 문제는 안 읽은 선지를 다시 확인할 수 있고, 확률이 같은 두 개 이상의 선지가 있는 경우에 대해서는 잠깐 고민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남은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면 위와 같은 작업을 생략하고 빠르게 마킹합니다. 선지를 안 읽어서, 두 개 남은 선지 중 충분히 고민하지 않고 마킹해서 틀린다고 하더라도 전혀 아쉬울 게 없습니다. 그걸 다 읽거나 고민해서 그 문제를 맞혔다면 뒤에 몇 문제를 읽지도 못하고 틀려버렸을 것입니다. 시간이 부족해서 위와 같은 작업을 생략했더라도 그 상태가 당신이 그날 시험장에서 할 수 있는 최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