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순수 공부 시간 체크
순수 공부 시간을 체크해 보는 것은 좋은 동기부여가 됩니다. ‘기분으로 공부하는’ 실수를 방지하고 자아 성찰할 기회를 줍니다. 다만 이 과정이 본인한테 너무 스트레스가 되어 공부에 방해가 될 지경에 이른다면 매번 체크하지는 않으셔도 됩니다. 순수 공부 시간은 전업 수험생 기준 8시간 정도면 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10시간이 넘으면 아주 의미 있는 하루를 보냈다고 평가해도 좋습니다. 6시간 이하로 기록되면 문제가 심각한 것이니 문제 해결 방식을 고민해야 합니다. 그 상태를 방치해서는 어떤 시험도 합격할 수 없습니다.
나. 공부가 안될 때 대처 방법
1) 돌아다니기
저는 공부가 안되거나, 답답할 때 아이패드를 들고 나가서 걸으면서 책을 읽었습니다. 객관식 공부는 이렇게 하기가 쉽습니다. 다만 교통사고를 유념하여 안전한 공간에서 시도하시길 권합니다. 제가 공부하던 곳은 한강과 도보 1시간 거리였는데, 가끔 날씨가 좋으면 운동 삼아 책을 들고 나가서 찔끔찔끔 걸으며 한강까지 걸어갔다 오곤 했습니다. 이렇게 하면 3시간에서 많게는 4시간 정도 걸리는데, 책상에서 집중해서 빠르게 볼 때보다는 덜하겠지만 안되는 공부 붙잡고 있을 때보다는 진도를 많이 나갈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2) 공포심 활용하기
독서실에 가기 싫거나 게임이 하고 싶거나, 술이 마시고 싶거나 하는 등 잡생각이 들 때는 떨어졌을 때 당신의 인생이 어떻게 되는지를 생각해 보고, 그걸 감당할 수가 있는지 고민해 보면 좋습니다. 저 같은 경우, 변호사시험에서 떨어졌을 때 제 위치는 ‘비명문대학교 졸업장 하나 딸랑 있는 무스팩의 삼십 대 아저씨’였습니다. 저는 그 상황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서 무슨 일이 있어도 독서실로 갔습니다. 그 상황이 현실이 되지 않게 하는 방법은 당장 공부하는 거 말고는 없었습니다.
다. 정신적 문제
1) 우울증
수험이 장기화되면 상당히 높은 비율의 수험생들이 ‘무기력의 악순환’을 호소합니다. 나이는 한 살씩 먹어가고, 주변에 친구들은 취직하여 어른으로서의 삶을 살아가기 시작하고(혹은 그렇게 된 지 오래됐고), 부모님은 늙어갑니다. 장수생은 필연적으로 이런 다양한 잡념과 싸워야 합니다. 그러다 보면 집중력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망친 하루 공부는 다시 장수생을 옥죄어 옵니다. 악순환이 시작되는 일반적인 케이스입니다.
누군가는 의지가 부족한 자기 자신을 탓하며 동기부여 영상을 보거나, 자기계발서를 읽고 의지를 다지기도 합니다. 이런 노력으로 문제가 해결되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당장 느껴지는 무기력이 단지 의지의 부족으로 인한 것이 아닌 우울증이라는 질병으로부터 기인했다면 동기부여 영상이나 자기계발서로는 해결되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럼에도 많은 수험생이 정신과 방문을 ‘정신병원’에 대한 심리적 진입장벽을 느껴 주저하거나, ‘단지 좀 우울한 상태’라고 치부하여 방치하곤 합니다.
‘우울증은 현대인에게 감기와 같다’라는 의사들의 조언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습니다. 정신과에 가서 약을 먹으면서 공부를 지속한다는 게, 아주 부담스럽고 지나치게 적극적이라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이는 오산입니다. 수험생은 감기몸살이 오면 해열제와 종합감기약을 먹고 독서실로 향합니다. 마찬가지로 수험생은 우울증이 오면 정신과에서 처방한 약을 먹고 독서실로 향해야 합니다. 다를 바 없는 일에 쓸데없는 의미 부여를 해서는 안 됩니다.
2) 성인 ADHD
성인 ADHD가 생각보다 흔하다는 말들을 최근 많이 듣습니다. 제가 정신과 의사가 아니기 때문에 정확한 언급을 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위와 같이 ‘정신과에 대한 막연한 진입장벽’ 때문에 병원 가기를 주저하지는 않으시길 바랍니다.
비전문가의 의견으로서, 과목 간의 점수 편차가 현저히 큰 경우, 시사 상식 등 공부 외의 정보에 관해서는 모르는 게 없는 사람이 유난히 해당 공부만 잘 모르는 경우 등에 해당하신다면 검사를 받아보시길 권합니다. 물론 상술한 우울증의 여파로 집중력이 저하된 경우일 수 있습니다. 어려서부터 지속되어 온 증상인지 등 점검해 보시고 의심된다면 부담 없이 병원에 방문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3) 소결
이외에도 많은 정신과적 문제가 수험에 악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어떤 문제건, 제가 하나하나 나열해서 아는 척을 하기엔 의학에 지식이 없으므로 생략합니다. 다만 어떤 정신과적 문제든, 정신과 병원에 방문하는 걸 부담스러워하지 않으셔야 합니다. 정신과적 문제로 떨어진 집중력은 개인의 노력이나 동기부여 등으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병원에 방문하기 부담스럽다는 그 하찮은 부담감이 인생을 망칠 수 있습니다. 별거 아닌 일에 인생을 걸지 마시길 바랍니다.